잠시 네팔에 다녀왔습니다. 살라히의 아동보호센터에서 6일을 보냈습니다.
아동센터에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여섯 개인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저를 보자마자 달려오더니 손과 발을 쫙 펴서 손가락과 발가락 수를 세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까지 세고는 웃으며 제 품에 안겨왔습니다. 놀리는 아이도 없었고 상처받는 아이도 없었습니다. 저도 고개를 끄덕이며 여섯째 손가락을 가리켜 “Beautiful one”이라고 칭찬해 줬습니다.
이 아이도 처음엔 자신의 손가락을 부끄러워했다고 합니다. 손을 보자고 해도 숨기고 마는 아이였습니다. 이 아이가 자기 손을 제 손 옆에 내놓고 하나씩 비교하게 되기까지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요. 그 시간들을 함께 보내준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리고 ‘돌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살라히의 아동센터에 머무는 동안 저를 돌본 것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심심해하며 앉아 있으면 같이 놀자고 손을 끌고, 축구를 하다 헛발질에 넘어지면 수건을 가져와 흙탕물을 닦아 주었습니다. 세수를 하려고 하면 펌프에 대롱대롱 매달려 펌프질을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왠지 세상을 낙관할 만한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을 비관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희망을 위해서 조금 더 열심히 살고 절망하지 않기 위해 조금 더 끈기를 가져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오혜정 기자가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작별 인사를 드립니다. 그녀의 마지막 기사는 해비타트 체험입니다. 더나은미래 1호부터 함께했던, 그녀다운 작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