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산업혁명은 사회 전 분야에 혁신적 변화를 예고한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들은 협력해 빠른 속도로 변화를 이끌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교육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2016 학교밖청소년축제, 대안교육한마당’ 행사를 주관하는 서울시학교밖지원센터와 대안교육연대는 지난 8일 서울시의원회관에서 ‘대안교육한마당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대안교육 관계자, 대안학교 학생들을 포함해 약 50여 명이 참가했다. 발표자는 강민수(쿱비즈 협동조합 대표), 원종우(과학과 사람들 대표), 김희옥(하자작업학교장)이 초청됐다. 이들은 ‘미래사회에 대안교육이 묻고 답하다’라는 주제로 대안교육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다.
◆ 변화는 이미 시작 됐다…아이들에게 ‘미래’ 다그치지 않길
“제가 오늘 드리는 얘기는 아마 굉장히 낯설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원종우 과학과 사람들 대표는 “4차 산업이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 우리 삶에 예측하기 힘들만큼 더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9월 14일(현지시간) 미국의 투자사인 메릴린치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가 지금 가상현실에 살고 있을 확률이 20~50%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 중 하나인 구글의 CEO 순다 피차이(Sundar Pichai)는 “우리는 모바일 퍼스트에서 AI퍼스트로 옮겨갈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IBM은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Watson)’에게 보안, 제약, 암진단 등의 지식을 가르치고 있다. 마크 저커버거(Mark Elliot Zuckerberg) 페이스북 CEO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에 매년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앞서 2014년 VR 기업인 오큘러스(Oculus)를 인수한 바 있다.
원종우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회사들이 인공지능, 가상현실, 넷 스피드, 소셜 네트워크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에 전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면서 “혁명이 이미 현실로 다가온만큼 교육계도 이에 발맞춰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희옥 하자작업학교장은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가 너무 위협적인 용어가 됐다”면서 “아이들이 미래를 겁먹지 않고 겸손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부할 수 없는 기술의 물결이 밀려올 때, ‘이것을 습득하지 못하면 사회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식의 협박은 적절한 교육방식이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물었더니,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고 답하더군요. ‘부모님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기 때문’이랍니다. 기성세대의 ‘미래 걱정’이 아이들의 미션과 꿈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부터 가르쳐선 안됩니다.”
김희옥 교장은 “우리가 만나는 청소년들은 위협과 협박에 시달리고 피로감에 주눅들어있다”면서 “아이들이 세상이 달라진 다는 것이 마음 설레고 기대감 갖게하는 교육, 복잡한 문제상황을 스스로의 창의력으로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자본보다 아이디어가 중요한 시대 교육이 발 맞춰야
강민수 쿱비즈 협동조합 대표는 “과거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했던 ‘The Poor’가 4차 산업혁명이 그려낼 미래에도 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The Poor’는 ‘역할을 잃은 사람’, 즉 직업을 잃은 사람을 말한다. 18세기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농사짓던 농민이 역할을 잃고 도시 빈민이 됐듯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새로운 빈민의 등장이 예고된다는 것이다.
강민수 대표는 “우리 사회에 ‘The Poor’가 다시 출현하게 됐다”며 “20대는 학자금 대출, 스터디 푸어, 30대는 결혼자금대출, 허니문 푸어, 40대는 하우스 푸어, 50대는 자녀교육비 에듀 퓨어, 60대는 실버 푸어가 등장한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The Poor’의 등장을 예고하는 4차산업 혁명은 아이들이 미래에 자기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교육계에도 커다란 숙제다. 강민수 대표는 아이들의 할 일을 ‘아이디어’에서 찾았다. 자동차 대신 네트워크를 먹거리 삼는 기업, 이윤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조기술’이 아닌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다.
강민수 대표는 “미래는 최대 이윤 추구,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해왔던 3차산업 혁명과는 다른 질서가 세상을 이끌 것”이라면서 “대안 교육이 기존의 자본 중심 질서가 아닌 자유와 가치의 질서를 전파하는 발신처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세 발표자의 발표가 끝난 뒤 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포럼 참가자들은 다가올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만큼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나가야 할지 궁금해했다. 이에 모두 명확한 답을 내리진 못했다. 황윤옥 하자작업학교 부센터장은 “오늘 나눈 고민들에 대한 답을 다른 모임과 포럼 등을 통해 찾아 나갈 수 있길 바란다.”며 포럼을 매듭지었다.
정다솜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청세담 6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