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바이오 벤처창업가 서동은이 전하는 ‘창업과 도전’
“필요한 기술이라면 끝까지 간다”
“실패할 것 같지만 그래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부딪혔어요.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사장님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거든요.”
서동은 리플라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유한양행 ‘유일한 아카데미’ 명사 특강에서 만 21세에 창업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릴 적부터 내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로 고객을 행복하게 하는 기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그는, 플라스틱과 미생물이라는 남들이 쉽게 연결하지 않는 조합에서 해법을 찾았다.

1998년생인 서 대표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공학 전공으로 창업 인재 전형에 합격했다. 고등학생 시절 과학탐구대회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문제를 접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졸업 전 ‘리본(REBORN)’이라는 초기 창업팀을 꾸렸고, 이후 ‘플라스테이스’와 합병해 2019년 리플라를 설립했다.
리플라는 ‘편식하는 미생물’을 활용해 폐플라스틱에서 원하는 성분만 남기고 나머지를 분해해 특정 플라스틱의 순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재질 분리 공정에서는 이물질로 인해 순도가 최대 98%에 그쳤지만, 미생물이 남은 2%를 분해해 100%에 가까운 순도를 구현한다. 현재 이 기술은 PP(폴리프로필렌)에 적용 중이다.
서 대표는 “플라스틱에 이물질이 섞이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불량품이 많이 발생하다 보니 이물질이 많은 생활계 플라스틱을 낮은 단가에 판매할 수밖에 없다”며 “공장에서는 플라스틱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 기계를 멈추고 필터를 자주 교체하다 보니 생산성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는 서 대표가 직접 발로 뛰며 파악한 것이다. 2018년 한 해 동안 전국 2000여 곳의 공장을 직접 찾아 사장들의 애로를 들었고, 이후에도 국내 타깃 업체를 전수 조사했다. 산업계가 ‘순도를 높이는 기술’을 절실히 원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술 개발에 뛰어든 서 대표는 먼저, 미생물학과 교수 50명에게 무작정 연락을 돌렸다. 단 두 명이 답장을 했고, 대부분은 “쉽지 않을 것”이라 했다. 서 대표는 “이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모습을 상상하면 힘이 났다”며 “어렵더라도 성공하면 큰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에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작은 과감했지만, 과정은 정교해야 했다. 서 대표는 창업 과정에서 지켜온 원칙도 전했다. “고객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건 창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며 “또 무언가에 몰두할 땐 필요한 만큼 자원을 투입할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고객, 팀원, 그리고 자신과의 ‘솔직한 소통’을 강조했다.
특강이 끝나자, 학생들은 창업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전영신(부산대 분자생물학·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4년) 씨가 “창업을 하면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는지” 질문하자 서 대표는 “사업 초반에는 밤을 새우기도 했지만, 직원이 생긴 후로는 계획을 세워 정해진 시간에 실험을 마치려 한다”며 “집중해 일하면 더 효율이 나고, 직원들에게도 일을 빨리 끝내면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최희수(삼육대 화학생명과학 4년) 씨는 난관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극복했는지 물었고 서 대표는 “처음 시작했을 땐 재활용도, 생명공학도 잘 몰라 교수와 산업연구원 등 전문가를 직접 찾아가 구체적으로 질문했다”며 “대가 없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고민을 푸는 열쇠였다”고 전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