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30 앞두고 시진핑 기후 대응 의지 천명
印·日 재생에너지 확대, EU는 온실가스 감축 재확인
지난 26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최근까지 반환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캘리포니아·뉴욕 등 주정부의 기후 법률을 무력화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25일에는 국무부 산하 기후변화 대응 부서인 ‘글로벌 변화 사무소(Office of Global Change)’ 직원을 해고했다.
미국의 이탈로 글로벌 기후 체제는 ‘다극화’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중국,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브릭스(BRICS) 국가들과 유럽연합(EU)이 각자 기후 대응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 트럼프 빠진 기후 정상회의… 中·브라질 전면에
오는 11월 열릴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지난 23일 세계 주요국들이 기후 의제 논의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주최국 브라질 주도 아래 열린 이번 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미국은 불참했다.

시진핑 주석은 “일부 국가는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국제 규범을 훼손하고 있지만, 역사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전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의 기후변화 대응 조치는 절대 늦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 등 해외 매체는 이를 “다자 간 기후 행동 지지와 녹색 기술의 자유로운 흐름을 촉구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메시지로 봤다.
중국은 COP30 개최 이전에 모든 경제 부문과 온실가스를 포괄하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새롭게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이산화탄소 중심에서 메탄가스, 석탄 채굴 등 모든 부문으로 확장하는 목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중국이 모든 부문을 포괄하는 감축 목표를 제시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브라질은 COP30 주최국으로서 파리협정의 적극적 이행을 강조하며 오는 9월까지 각국이 상향된 목표를 담은 새로운 NDC를 제출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루이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6월 브라질에서 열릴 브릭스 정상회의를 포함해 시진핑 주석과 최소 두 차례 회담을 계획하고 있다.
◇ 印·日 재생에너지 확대, EU는 산업·기후 병행
인도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에너지 저장(ESS)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인도 에너지저장연합(IESA)은 2032년까지 약 4조7900억 루피(한화 약 80조7600억원) 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500GW 확보, 207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다.
일본은 2023~2024 회계연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4% 감소하며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 영향이다. 일본은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46%, 2035년까지 60%, 2040년까지 73% 감축을 목표로 한다.
EU는 산업계 요구를 반영해 일부 ESG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고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 2월 자동차 탄소배출 규제 적용을 연기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를 일부 완화했다. 다만, 2040년까지 온실가스 90% 감축이라는 기존 목표는 재확인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초, ‘청정 산업 협약(Clean Industrial Deal)’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산업 탈탄소화 은행 설립(1000억 유로 투자 유치), 청정 에너지 인프라 허가 절차 간소화, 청정제품 수요 확대 등이다.
하지만 이 협약이 지나치게 산업 친화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기후 싱크탱크 카본마켓워치는 “2040년 기후 목표에 대한 구체적 입법이 빠져 있으며, 공공 자금이 명확한 환경 보호 조건 없이 기업에 지원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유럽 기후행동네트워크(CAN Europe)도 “사회·환경 안전장치가 부족하고, 기업 책임을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기후 리더십의 새로운 방향성은 8월 스위스 제네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회의(INC-5)’와 11월 브라질 COP30을 거치며 더욱 뚜렷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