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ICA-지구촌나눔운동, 몽골 자르갈란트 협동조합 자립 모델 구축
ODA 이후를 준비하는 ‘지속가능한 개발’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60km 떨어진 자르갈란트 마을. 인구의 80%가 축산업에 종사하는 작은 도시다. 이곳에 거주하는 뱜브수렝 다와자브(65) 씨는 평균 영하 9도를 기록하는 겨울에도 아침 저녁으로, 젖소 우리로 향한다. 하루 20리터에 불과하던 우유 생산량은 2018년 협동조합에 가입한 이후 120리터로 늘었다. 젖소도 8마리에서 11마리로 늘고, 품종도 개량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그의 목장에서 만난 뱜브수렝 씨는 “수익도 많이 늘고, 작년엔 울란바토르 시에서 우수 농가 표창도 받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 ‘축산 소득 최소 두 배’…협동조합이 만든 몽골판 새마을
자르갈란트 마을에는 지금 ‘몽골판 새마을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국제개발 NGO 지구촌나눔운동이 함께 추진한 ‘포용적 축산업 발전을 위한 부가가치 증대 사업’의 결과다. 뱜브수렝 씨가 속한 ‘자르갈란트 밀크 협동조합’은 이제 100여 농가가 참여하는 마을의 대표 생산조직이 됐다.
하루 평균 700리터의 원유가 조합 공장에서 가공된다. 이곳에서 만든 파우치형 우유와 버터를 비롯한 유제품은 울란바토르의 이마트, 노민 마트 등 40여 개 상점으로 납품된다. 몽골 이마트에서는 대기업 제품 사이에서 3.2% 기본 우유와 저지방 피트니스용 우유, 버터, 건조 치즈인 아롤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최근에는 ISO 9001 인증을 위해 설비도 보강하고 있다.
협동조합 참여 이후 농가 소득은 최소 두 배 이상 늘었다. 지구촌나눔운동 몽골사업소의 바트더르지 나랑게렐 소장은 “이전엔 소 5~6마리를 기르는 작은 농가가 월 25만 투그릭(한화 약 10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면 지금은 최소 50만 투그릭(한화 약 20만원)을 벌고, 10마리 이상 기르는 농가 중에선 250만 투그릭(약 100만 원)까지 오른 곳도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품종개량 기술 지원과 소득 증대가 협동조합의 모든 성과는 아니다. 협동조합이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생산·판매하며,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는 주민들에게 2차 소득이 생길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놨다. 뱜브수렝 씨는 “우리가 직접 공장을 운영하니 중간 유통업자 없이 유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며 “앞으로 수익이 더 나면 배당금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현주 지구촌나눔운동 사무총장은 “수익을 생산자가 공유하지 못하면 생산량이 늘어나도 소득 증가에 한계가 있다”며 “향토 농산물을 가공·판매해 잉여수익을 나누는 한국의 지역개발 방식을 몽골 현지에 맞게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마을을 바꾸는 힘, ‘주민’에서 나온다
협동조합 자립의 핵심은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는 마을 운영’이다. 지구촌나눔운동은 이를 위해 ODA 사업이 끝나도 협동조합 사업이 유지되고 마을이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마을 지도자 양성 교육’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마을 지도자 교육을 받은 토야 체렌돌람 씨는 현재 자르갈란트 마을 샤르하드 리의 두 번째 이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며 각자에 맞는 협동조합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게 내 역할”이라며, “최근엔 채소 재배를 희망한 주민에게 비닐하우스 프로젝트를 연계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이후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확실히 늘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구촌나눔운동이 운영하는 리더 교육 프로그램에는 여성의 참여율이 높고, 이들 중 이장, 문화센터장 등 지역사회 리더로 성장하는 주민도 있다.
몽골 정부 역시 이 같은 협동조합 모델을 농업정책 전반에 확대하고 있다. 뭉흐나상 체벡미드 식품농업경공업부 축산정책관리국장은 “한국의 새마을운동에서 배운 주민 주도 협동조합 운영 모델을 몽골에도 적용 중”이라며 “지금은 한 농가가 여러 조합에 참여하도록 제도도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의 KOPIA(농촌진흥청), KOICA 등과 함께 축산기술 고도화에도 협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몽골에서도 축산업의 지속 가능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촌나눔운동도 이에 발맞춰, 스마트폰을 활용한 사양관리 앱 개발 등 디지털 기반의 친환경 축산 시스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몽골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은 축산업에서 나옵니다. 한국의 기후 대응 전문성과 기술력은 단순한 기술 이전이 아닌, 몽골 농업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가는 동반자 관계의 시작입니다.”
몽골 자르갈란트=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