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폐허 방치, 수년째 미완성… ‘실패한’ 국제 원조 고발합니다

“What went wrong?(뭐가 잘못된 거지?)” 국제기구나 NGO들이 아프리카에서 벌이는 각종 국제 원조(aid) 프로젝트 가운데 실패했거나 중단 상태로 방치된 사례들을 적발해 세상에 알리는 곳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주로 활동하는 미국인 사진작가 피터 디캄포(35)가 2016년 개설한 온라인 플랫폼 ‘What Went Wrong?(왓웬트롱?)’이다. 왓웬트롱은 ‘잘못돼버린(went wrong)’ 국제 원조 프로젝트 사례들을 현지 주민들로부터 제보받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주민들은 왓웬트롱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사례를 고발하고, 사진작가와 기자로 꾸려진 왓웬트롱 자원봉사자들이 현장 검증을 거친 뒤 사례들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식이다. 왓웬트롱은 디캄포의 개인 작업에서 출발했다. 2006년 자원봉사를 위해 가나에 온 그는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국제 원조 프로젝트 중 잘못된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 그는 아프리카를 누비며 실패한 원조 프로젝트 현장들을 기록했고 이를 소셜 미디어 계정과 온라인 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마을에 들어선 영어책 도서관 ▲폐허 상태로 방치된 영양 지원 센터 ▲수년째 지붕 없이 미완성 상태인 초등학교 건물 등 부조리한 현장들이 낱낱이 공개됐다. 디캄포는 2016년 매그넘재단, 임팩트아프리카기금, 퓰리처센터 등의 지원을 받아 왓웬트롱 플랫폼을 개설했다. 지난해 케냐에서 첫 왓웬트롱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실패한 국제 원조 사례 142건이 적발됐다. 이 중 6건은 지난 2월 국제개발협력 분야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온라인 매체 데벡스(Devex)에 소개됐다. ▲지원이 툭하면 중단되는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생활자금 지원 프로젝트 ▲전화 연결이 안 되는

용암이 삼킨 마을… 새집과 함께 희망이 싹튼다

르포_ 굿피플, 필리핀 아이따족 새 보금자리 건축1991년 화산폭발 10년 뒤 마을서 교전… 빈곤속에 뿔뿔이 흩어져 움막서 가축과 함께 생활… 굿피플·코이카 협력해 주택개발사업 착수 주민의 일자리와 함께 자부심·의욕도 생겨나 필리핀 원주민 ‘아이따족(Aeta)’을 만나러 가는 길은 험했다. 개울을 건너고, 바위길을 지나 끝없이 산으로 올라갔다. 사륜구동차 바깥으로 튕겨져나가려는 몸을 가까스로 추스르며 그렇게 두 시간 반을 달렸다. 구름 아래로 독수리가 날고, 수풀 사이로 물소의 뿔이 보이는 이곳은 밀림 속에 숨겨진 아이따족의 터전이다. “마니바악 마을, 산 끝자락에서 금방이라도 스러질 것 같은 움막들을 발견했습니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15명의 대가족이 돼지, 염소, 닭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어요. 굶주림과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이들의 눈 속엔 외부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국제개발 NGO 굿피플(Good People) 조윤수 필리핀 지부장의 얼굴엔 만감이 교차했다. 아이따족의 마음을 열고, 이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마니바악 마을에 불어 닥친 두 번의 재난 때문이었다. “20세기 두 번째로 컸던 1991년 피나투보 화산 폭발이 아이따족의 터전에서 시작됐습니다. 100억 톤의 용암이 분출되고, 화산재가 40㎞까지 퍼져 올랐습니다. 원주민을 향한 차별과 핍박을 피해 화산 밑에 자리 잡았다가 평생 잊을 수 없는 아픔을 겪게 된 것이죠.” 그로부터 10년 뒤,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마니바악 마을에서 필리핀 정부군과 새인민군의 교전이 벌어진 것이다. 쏟아지는 총탄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아이따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빈곤 속에 방황하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새로운 보금자리였다. 굿피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