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태종 이방원’ 말 학대 사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 송치

KBS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관계자들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2일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영등포경찰서는 드라마 연출자, 무술감독, 승마팀 담당자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힌 동물학대 혐의(동물보호법 제8조 제2항 제4호)를 적용했고, KBS에 대해서는 동물보호법 제46조의2에 따라 학대 행위자를 징계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명목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관계자들의 혐의 내용. 경찰은 촬영 당시 관계자들의 동물학대 행위가 말의 죽음과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동물권행동 카라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관계자들의 혐의 내용. 경찰은 촬영 당시 관계자들의 동물학대 행위가 말의 죽음과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동물권행동 카라

지난해 1월 ‘태종 이방원’은 7회 방영분에서 주인공 이성계(김영철 분)가 낙마하는 장면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진들은 해당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고 잡아당겼다. 당시 영상에는 말의 몸체가 순간적으로 앞으로 쏠리면서 목이 꺾인 채 바닥에 곤두박질 치는 모습이 담겼다. 놀란 말은 몸을 일으키려 다리를 몇번 굴렀지만,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해당 말은 사고 일주일 후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카라는 촬영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관련 기사 촬영장 동물학대 논란에… 정부, 가이드라인 만든다>

‘까미’라고 불린 학대 말은 은퇴한 경주마였다. 까미는 5년여간 경주마로 이용되다 마지막 경주에서 폐출혈을 일으켜 퇴역했다. 이후에는 말 대여업체로 팔려와 약 6개월간 업체 소속으로 지냈다. ‘태종 이방원’ 출연 역시 대여업체를 통해 투입됐다.

KBS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7회에서 낙마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제작진들이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잡아당긴 것으로 드러났다. 와이어를 잡아당기자 말은 몸에 큰 무리가 갈 정도로 심하게 고꾸라지며 쓰러졌다. 몸체가 뒤집히며 땅에 쓰러진 말은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일주일 후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자유연대 페이스북 영상 캡쳐
KBS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7회에서 낙마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제작진들이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잡아당긴 것으로 드러났다. 와이어를 잡아당기자 말은 몸에 큰 무리가 갈 정도로 심하게 고꾸라지며 쓰러졌다. 몸체가 뒤집히며 땅에 쓰러진 말은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일주일 후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자유연대 페이스북 영상 캡쳐

최민경 카라 정책변화팀장은 “경주마로 태어나 달리는 도구로만 쓰이던 까미는 경주마로서의 이용 가치가 사라지자 소품처럼 촬영에 이용됐고 결국 생명마저 잃었다”면서 “촬영 관계자들의 송치 소식은 환영하나 피고발인들은 사망 혐의에서는 벗어났다”며 아쉬움 표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물 출연 미디어에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KBS 측은 촬영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자 동물 안전 보장 가이드라인을 새로 마련했다. 위험한 촬영 장면에서는 최대한 CG(컴퓨터그래픽)를 활용하고, 실제 동물 연기 장면을 최소화하겠다는 내용이다. 당시 농식품부도 출연동물의 보호·복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며 급히 대응에 나섰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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