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분야, 통일을 준비하다
한국 교육봉사단 ‘티치포올코리아’ 여름인턴 리크루팅 미국서 진행돼 탈북 학생 참여…
비영리 공익 분야 움직임 활발해져 탈북자 인권·사회부적응 등 숙제 있어 공익소송 지원 등…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한국의 교육봉사단 ‘티치포올코리아’ 여름인턴 리크루팅이 미국에서 진행됐다. 탈북 학생이 참여하는 ‘차세대 통일리더캠프’ 봉사자를 구하기 위해서다.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등 한인 유학생 80여명이 참석했다. 최유강 티치포올코리아 대표는 “현재 탈북 청소년들은 남북한 간 교육과정 차이로 ‘영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통일 과도기의 취약 계층인 탈북 청소년을 충분히 지원하면, 이들이 통일 한국의 인재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학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지영(27·미국 위스콘신 메디슨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씨는 “통일 직후 북한 아이들의 부적응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고,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정서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이씨는 메디슨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는 학부생과 함께 북한 인권 문제를 알리는 동아리도 만들었다. 이씨는 물론, 동아리 멤버인 미국인 친구, 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씨의 룸메이트도 ‘차세대 통일리더캠프’ 인턴십 지원서까지 냈다(인턴십은 서류·인터뷰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최유강 대표는 “하루 2~3건의 이메일 문의는 꾸준히 들어오고 수시로 스카이프 인터뷰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오는 5월 12일에는 여의도 국회에서 ‘통일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주제로 ‘글로벌 교육 콘퍼런스'(GELC)를 연다. 마허 나세르(Maher Nasser) 유엔 공공정보부서 대외협력부문 총괄디렉터, 체스터 핀(Chester Finn) 스탠퍼드 후버연구소 시니어 펠로(前 미국 교육부 차관보) 등이 특별강연자로 참석한다. 최유강 대표는 “통일이 되면 320만명의 학령기 북한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이 숫자는 정부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차터스쿨(charter school)과 같은 모델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했다(차터스쿨은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받지만, 민간이 자율적으로 교사 선발 및 운영을 맡는다).
◇”남북한 청년이 친구가 되면 작은 통일이 이뤄집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 이후 비영리 공익 분야에서는 통일 한국의 ‘빈틈’을 메우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북한 인권 문제, 북한 이탈 주민 사회 부적응 문제 등 국가 예산과 시스템만으로는 풀기 힘든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당장 탈북자 실업 문제도 심각하다. 탈북자는 2만명을 훌쩍 넘어섰고, 매년 평균 1500명의 북한 주민이 한국행을 선택하고 있지만, 북한 이탈 주민의 실업률은 19.9%로 일반 국민의 2.9%보다 월등히 높다(2012년 북한인권정보센터).
최윤현(29·최게바라 기획사 대표)씨는 지난해 5월부터 ‘남북청년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한 남한 청년이 새터민 친구에게 질문을 했어요. ‘넌 어떻게 탈출했어?’, ‘가족은 어떻게 됐어?’, ‘왜 남한에 온 거야?’ 등등 질문을 막 쏟아냈죠. 마지막에 새터민 친구가 되물었대요. ‘너는 왜 나한테 무슨 영화를 좋아하는지 안 물어봐?’라고요.”
그가 남한 청년 1명과 북한 청년 1명의 일상 이야기를 풀어내는 ‘남북청년토크쇼’를 기획한 이유다. 지난달 26일 열린 3번째 토크쇼의 주제는 ‘내 인생의 봄날’. 이날 홍명근(28)씨는 시민단체에서 근무하면서 만난 자원봉사자와 결혼까지 골인하게 된 이야기를, 김민수(가명)씨는 북한에서 가수를 꿈꿨던 스토리를 나눴다.
북한에서 17세부터 자전거 타이어 유통사업을 했고, 지금은 한국에서 아로니아(베리류의 일종) 유통사업을 펼치고 있는 강민(28)씨도 첫 토크쇼 주인공이었다. 강씨는 “50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표현했던 것이 좋은 경험이었다”면서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공감대가 확장됐다”고 했다.
최윤현씨는 “탈북한 친구들을 만나보면 상당수가 폐쇄적이라 친구들을 잘 못 사귀고, 사교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면서 “당장 통일기금 100조를 낼 수는 없지만 주위에 새터민 친구들과의 따뜻한 접점을 만들어 주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6월 25일에 열릴 ‘남북청년운동회’를 준비하고 있다. 몸을 움직이면서 좀 더 친해지자는 의미에서다.
◇북한 이탈 주민 지원·탈북자 공익소송 지원에 앞장선 변호사들
변호사들도 ‘통일 한국’ 시대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9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한변)이 출범했다. 김태훈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대표를 맡았고, 이용우 전(前) 대법관, 김승규 전(前) 국정원장 등 로펌과 지역에 상관없이 100여명의 법률가로만 구성됐다. 김태훈 한변 대표는 “한국 사회가 2만5000명 수준인 북한 이탈 주민도 수용하지 못하면, 수백만명이 남한으로 내려왔을 때 극심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변은 국군 포로 가족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외교부 상대 탈북 대책 관련 정보 공개 청구소송 등 탈북자 관련 공익소송 건을 맡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북한 인권’ 이슈를 제기하는 것도 주요 역할이다. 김태훈 대표는 지난해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고위 실무자를 만나 설득,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COI 보고서에 한국전쟁 당시 ‘전시 납북자’ 인권 문제를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했다. 김태훈 대표는 “통일이 됐을 때에야 ‘대박’이지, 진정한 통일 준비는 부진한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북한 인권=이념 싸움’으로 생각해 피로도를 느끼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