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폭력, 박해로 고향을 떠난 전 세계 강제 이주민(난민)이 1억명을 넘어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다.
16일 유엔난민기구(UNHCR)가 공개한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은 지난달 1억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에는 8930만명이었다. 5개월 만에 1000만명 이상 증가한 것이다. 10년 전보다는 2배 이상 늘었다.
보고서는 지난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대규모 실향 사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난민은 국경을 넘은 사람과 국내에서 이동한 사람을 합쳐 총 14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프리카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분쟁도 꾸준히 강제 이주민을 양산하고 있다. 보고서는 식량 부족, 인플레이션, 기후 위기가 상황을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난민의 약 60%는 모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피신한 국내 실향민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국 내로 이동한 실향민은 전년도(4800만명)보다 520만명 늘었다. 또 난민의 70%는 시리아(680만명), 베네수엘라(460만명), 아프가니스탄(270만명), 남수단(240만명), 미얀마(120만명) 등 5국에서 피신했다.
터키는 8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 중이다. 약 380만명을 보호하고 있다. 우간다(150만 명), 파키스탄(150만 명), 독일(130만 명)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새로운 난민신청자는 460만명으로 전년도(410만명)보다 12% 증가했다. 난민 신청을 가장 많이 받은 국가는 미국(18만8900건)이었다. 다음은 독일(14만8200건), 멕시코(13만2700건), 코스타리카(10만8500건), 프랑스(9만200건) 순이었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강제 이주민 수는 매년 증가했다”며 “국제 사회가 힘을 모아 인류의 비극을 논의하고, 분쟁 해결과 지속가능한 해결책 마련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 한 이 참담한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