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폭우로 심어놓은 들깨가 모두 죽거나 겨울 가뭄으로 마늘과 양파가 생기를 잃는 모습을 봤어요. 부모님의 농사를 망쳤다는 허탈함보다는 기후위기로 당장 우리의 식탁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더 크게 느꼈어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 아동권리옹호 토론회 ‘기후위기와 아동권리, UN에 전하는 우리의 목소리’에 참석한 김유림(17) 전라북도꿈드림청소년단 대표는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우면서 기후위기를 피부로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굿네이버스와 한국아동단체협의회,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국회의원실이 공동 주최로 지구의 날(4월22일)을 앞두고 기후위기로 권리 침해받는 아동의 목소리를 모아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기후위기가 아동권리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대한민국아동총회 의장,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원, 전라북도꿈드림청소년단 대표 등 아동 7명이 참석했다.
최연소 토론자로 참여한 아동권리모니터링단원 최진원(12)양은 기후위기와 관련된 교육이 일상생활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양은 “5학년 1학기 과학 교과서 2단원에는 지구의 온도가 계속 올라가면 어떻게 될지 적혀 있다”며 “지구 온도가 2도 오르면 사용 가능한 물이 20~30% 감소하고, 6도 이상 오르면 모든 생물의 대멸종이 시작된다고 배웠다”고 했다. 이어 “학교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이론·실습 교육을 진행해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새봄(16) 대한민국아동총회 18기 의장은 “평균 6시간 정도 의자에 앉아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체육 시간에도 미세먼지로 인해 야외 운동장보다 교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며 “건강권과 발달권을 침해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와 기업의 역할이 강조됐다. 기업에는 ▲재생에너지 사용 ▲친환경 마케팅 ▲ESG 경영 등을 촉구했다. 국가의 역할로는 ▲교내 기후위기 교육 ▲탄소중립 관련 법률·제도 마련 ▲기후재난 피해국 원조 등을 꼽았다.
김수아(14) 대한민국아동총회 18기 분과의원은 “기업들은 투입 대비 산출의 이윤추구 방식이 아니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기업으로 바뀌어야 생존한다는 가치 추구의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탄소국경세, 통상감찰관제도 등 국가 간 교류에도 탄소배출에 비례하는 세금이 부과되는 현 시점에서 전 세계 국가들이 상호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양이원영 의원은 “기후위기로 인해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건강권·교육권·사회보장권 등이 침해받는 상황”이라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기후위기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아동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