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간 우크라이나 아동들이 국경을 넘지 못하고 보호소에 발이 묶여 있다. 특히 아동들은 보호자와 강제로 분리된 상황이라 심리적 충격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즈는 19일(현지 시각)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최소 50명의 미성년자가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며 체류 중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멕시코에 입국할 때는 비자가 필요 없어 멕시코는 미국 입국의 주요 경로로 활용된다.
미국에 친척 등 지인이 있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은 대부분 부모가 아닌 보호자와 국경에 도착하고 있다. 아버지는 징집 대상자나 예비군으로 소집되고, 어머니도 이동이 어려워 지인에게 맡겨진 경우다.
미국 정부는 2008년 시행된 ‘인신매매 방지법’을 근거로 부모나 합법적인 보호자와 동행하지 않은 미성년자를 보호소로 이송하고 있다. 당국이 인신매매 징후를 확인한 뒤에 입국을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법안은 주로 멕시코, 온두라스 등에서 오는 중미 미성년자에게 적용됐다. 다만 이들은 입국 전 보호소에 잠시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어 대비가 가능했다. 우크라이나 미성년자에게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다.
공증서 등 필수 서류를 확인하는 데는 최소 이틀이 걸린다. 이 기간에 아동은 우크라이나에서부터 함께 온 보호자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 경찰관이 휴대폰과 수화물을 압수해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기도 한다. 확인 기간에 미국에 있는 지인이나 동행한 보호자는 아동의 행방을 알 수 없다. 처리 기간은 길면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
국경에 있는 한 보호소에서는 아동과 여성들이 한 방에서 얇은 담요 한 장만 깔고 잠을 청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는 전했다. 자원봉사 단체들은 “전쟁의 혼란 속에서 어린이가 인신매매, 착취 같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미국 당국이 융통성 없는 법을 시행하면서 오히려 아이들에게 혼란과 고통을 주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지 이민자 지원단체에서 일하는 에리카 피녜이로 변호사는 “아이들 부모가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거나 죽었다고 생각해보라”며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직원과 언어도 통하지 않는 보호소로 보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