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핸디캡
휠체어를 타고 포즈를 취하는 모델, 외발로 춤추는 비보이, 시각과 발끝에 의존해 움직이는 발레리나. 이들에게서 장애인과 예술인 중 어떤 단어가 먼저 연상되는가. 패션에 관심이 많은 김종욱씨는 선천적 뇌병변장애로 휠체어를 타고 있다. 2017년 동대문 서울 패션위크에서 힙한 옷으로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모델로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메탈 비보이’ 김완혁씨는 의족을 착용하고 춤을 추는 국내 유일의 외발 비보이다. 그는 2013년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고 고등학생 때 포기한 비보잉을 다시 시작했다. 청각장애인 발레리나 고아라씨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폐막식 공연에서 주역을 맡았다. 현재는 모델 활동도 겸하고 있다. 책에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받고 싶은 장애예술인 일곱 명의 염원이 담겨 있다. 이들은 단순·반복 노동에 한정된 장애인의 직업 고정관념을 탈피해 좋아하는 일에 도전했다. 더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비장애인만의 특권이 아니다. 일하고 싶은 누구나 품을 수 있는 꿈이다.
김종욱 외 6명 지음, 스리체어스, 1만2000원, 152쪽
예민한 게 아니라 당연한 겁니다
변호사 이은의가 전하는 성범죄 대응 팁(Tip). 저자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였다. 회사를 상대로 법적 다툼 끝에 승소한 뒤 퇴사하고 로스쿨에 진학해 40세에 변호사가 됐다. 이후 권력형 성범죄, 열정을 악용당한 청춘들의 사건을 담당했다. 권력형 성범죄는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계급의 차이로 발생한다. 책은 을(乙)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갑질에 희생되지 않도록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응 방식을 제시한다. 성범죄 피해자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생존법도 공유한다. 이 변호사는 권력·계급 앞에서 망설이는 여성들에 전한다. “‘NO’라고 외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예민한 게 아니라 당연한 겁니다.”
이은의 지음, 디플롯, 1만5000원, 288쪽
필로소피 유니버스
기원전 1100년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철학의 역사. 그 안에 여성은 없었다. 대중에게 익숙한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소크라테스 등 대표 철학자는 모두 남성이다. 이에 29명의 여성 철학자들이 질문을 던졌다. “인간을 다루는 학문이라면서 왜 강단의 인간은 모두 남성인가?” 이들은 여성·동물권·취향·문화 등 29개의 다양한 주제를 인터뷰 형식으로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이 책을 집어드는 이유는 여성 철학자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궁금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저 철학을 사랑하는 인간에게 푹 빠질 수 있다.
수키 핀 지음, 전혜란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1만6800원, 376쪽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