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지구를 망치는가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마크 저커버그 등 전 세계 상위 1%에 속하는 억만장자들이 지구를 망친 주범으로 지목됐다. 책은 이들을 왜 지구의 ‘빌런’으로 규정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폭발물과 유독성 가스로 돈을 번 기업들은 농업과 생명공학 산업을 장악했고, 게이츠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 투자하며 인류 공용자산인 생물을 독점하려 했다. 페이스북은 농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 제공해 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저자는 상위 1%가 혁명의 탈을 쓰고 벌였던 범행들을 고발하며 99%의 사람들이 싸움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반다나 시바, 카르티케이 시바 지음, 추선영 옮김, 책과함께, 1만5000원
불평등한 선진국
대한민국 불평등의 근원을 파헤친 보고서.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권에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진국이다. 하지만 국민행복지수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이고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진다. 책은 한국 사회가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노동·청년·지방의 불평등이 어떻게 쌓여왔는지 다층적인 통계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가처분소득, 지니계수, 상대적 빈곤율, 자살률 등 선진국의 이면에 있는 처참한 수치들은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을 그리고 있다.
박재용 지음, 북루덴스, 1만8000원
덜어내고 덜 버리고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제로웨이스트 입문서. ‘제로웨이스트’와 ‘웨이스트’의 중간에 있는 삶을 일상적인 이야기에 녹여냈다. 저자가 실천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는 완벽한 ‘비움’보다 ‘덜어냄’을 지향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법들이다. 일상 채소를 남김없이 활용하는 법, 도시락 사용하기, 수제 비누 보관하기 등의 방식이다. 윤리적 가치를 주입하거나 강박적인 실천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생겼다면 저자의 ‘꿀팁’을 모아 놓은 ‘함께해요’ 코너를 따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오한빛 지음, 채륜, 1만3300원
청년을 위한 정치는 없다
가브리엘 보리치는 지난해 12월 35세의 나이에 칠레 대통령에 당선됐다. 유럽에서는 48개국 가운데 23개국 정상이 30~40대의 젊은 정치인이다. 젊은 정치인의 등장은 새로운 미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정치의 고령화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학을 연구하는 저자들은 ‘왜 한국에서는 젊은 정치인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물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돌아봤다. 이들은 청년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경제적 문제, 정당의 인재 육성시스템 부재, 하향식 공천 제도 등을 지목한다. 동시에 청년들이 기성 정치세력을 대체하기 위한 조건으로 다른 세대와의 공감대 형성과 새로운 의제 발굴 등을 제시한다.
라종일 외 7명 지음, 루아크, 1만6500원
사람입니다, 고객님
문화인류학자가 ‘무엇이 콜센터 상담사를 아프게 하는가’의 해답을 얻기 위해 시작한 10년간의 연구를 담았다. 콜센터는 친절하고 공감에 능통하며 순종적인 ‘여성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고, 초 단위로 시간을 통제해 화장실 사용까지 감시하고, 이해할 수 없는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상담사끼리 경쟁을 유도한다. 콜센터의 여성 노동과 인권의 현실은 50여 년 전 구로공단 ‘여공’의 모습에 멈춰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콜센터에 대한 논의는 악성 고객의 갑질 논란과 상담사의 감정노동에 국한돼 있다. 저자는 “콜센터 산업 자체가 가진 구조적 문제로 시야를 확장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김관욱 지음, 창비, 2만원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