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가득한 코로나 시대, ‘작은 것’에서 위기의 답을 찾자.”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하는 ‘2021 체인지온 컨퍼런스’가 26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체인지온 컨퍼런스는 공익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들이 사회혁신에 관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나누는 행사로 2008년부터 매년 개최됐다. 올해 컨퍼런스 주제는 ‘작은 것부터 다시 건강해지는 비영리’.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기에 ‘작은 것’의 가치에 주목해 위기를 헤쳐갈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번 행사에는 비영리단체 관계자 500여명이 참여했다.
서로를 지탱하는 작은 온기
행사에는 기조연설이 따로 없었다. ‘작은 것’에 주목한다는 주제에 맞게 줌(ZOOM)으로 연결된 참가자 한 명 한 명을 조명하며 컨퍼런스의 막을 열었다. 행사 참가 신청 링크가 열리자마자 가장 먼저 접수한 참가자, 딸 이름이 ‘지온’이라서 ‘체인지온’에 더 애정이 간다는 참가자 등을 소개하는 문구가 차례로 화면에 떴다. 사회를 맡은 권난실 다음세대재단 사무국장은 “올해는 아쉽게도 온라인으로 만나게 됐지만, 거리감 없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정성껏 준비했다”고 말했다.
1부에서는 ‘작은 것의 힘을 알아차린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4개 강의가 마련됐다. 과학책방 ‘같다’의 대표이사이자 천문학자인 이명현 대표가 첫 번째 연사로 나섰다. 대학원생 시절 12살 어린이가 연구실에 찾아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어떻게 알죠?”라고 질문한 사례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명현 대표는 달에서 찍은 사진, 화성·목성·토성에서 찍은 사진을 연달아 보여줬다. 그는 “인간에게는 지구가 세상의 전부인 것 같지만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연약하고 작은 점에 불과하다”면서 “숲에서 활동하다 보면 여기가 숲이라는 것을 잊고 풀과 나무에만 집착하게 되는데, 한 번쯤은 숲 밖으로 나가 전체를 바라보고 돌아오면 다른 것이 보일 것”이라며 눈앞에 닥친 일을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작게 보이는 것들 사이를 연결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보면 비영리가 겪는 어려움도 쉽게 풀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김소영 제주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는 개인이 서로 지탱할 수 있도록 온기를 나누는 순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직접 타인과 위로를 주고받으며 연대감을 느낀 순간을 공유했다. 그는 “개인의 온정에 기대 공동체가 유지되면 체제나 자본의 모순을 도리어 은폐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작은 선의 하나가 더해진 세상은 그마저 없는 세상보다는 나을 것”이라며 “별것 아닌 순간들의 온기를 하나 더 만들어가는 오늘과 내일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혜미 한국일보 기자는 ‘미닝아웃’ ‘비거니즘’ 등 MZ 세대의 특성을 소개하며 ‘요즘 애들’과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 방안을 이야기했다. 김지현 SK mySUNI 부사장은 메타버스에서 개인이 꿈을 실현하고 도약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말했다. 김 부사장은 “메타버스를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며 “그래야 메타버스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비영리활동에 어떻게 접목할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다란 사회를 바꾸는 작은 개인들
2부에서는 ‘나에게서 시작된 새로운 시도들’이라는 주제로 배윤슬 청년도배사,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 정경훈·서경원·김서린 오늘의행동 생활학자가 강연했다.
배윤슬 도배사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도배사로 일하며 얻은 깨달음을 공유했다. 그는 남을 돕는 삶을 살겠다는 마음으로 대학교 졸업 후 사회복지사가 됐지만, 업무와 조직에 회의를 느끼고 도배사로 전향했다. ‘결국 타인을 돕겠다는 결심을 저버리고 나만을 위한 선택을 한 건 아닐까?’ 마음이 무거웠지만 이내 생각을 바꾸게 됐다. 배씨의 사연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덕분에 힘을 얻었다는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배씨는 “타인을 직접 돕는 일도 가치 있지만, 정직하게 내 일을 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젊치인(젊은 정치인)’을 키우는 비영리스타트업 ‘뉴웨이즈’의 박혜민 대표가 두 번째 연사로 나섰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젊은 정치인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며 “2030세대의 경험과 관점이 정치에 반영되게 하려면 많은 ‘젊치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개인의 영향력을 연결해 더 나은 의사결정자가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미션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며 “시스템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연결된 개인들’은 그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사강 연구위원은 이주민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보낸 15년 동안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정경훈·서경원·김서린 생활학자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거대한 문제나 사회적 약자의 삶만 개선할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일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많은 요즘, 비영리 생태계가 작은 것부터 시작해 다시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컨퍼런스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활동가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자리였기를 바란다”며 “많은 사람이 비영리활동가에게 응원을 보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