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ESG 리포트] 롯데그룹, ESG 평가서 상장 9社 모두 ‘A’ 획득

올 한해 국내외 기업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 경영을 본격 도입하겠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ESG 경영을 통해 잠재 리스크를 파악하는 동시에 재무 지표를 뛰어넘는 무형 자산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기업들은 ESG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자료를 쏟아내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ESG 경영은 단기 성과를 낼 수 없는 장기전과 같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기업별로 쏟아내는 ESG 이슈를 중간 점검하기 위해 국내 주요 그룹사 10곳의 ESG 경영 현황을 살펴봤다. /편집자
김교현 화학BU장 겸 롯데케미칼 통합대표이사(왼쪽에서 세 번째)와 김연섭 롯데케미칼 ESG경영본부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롯데 화학BU의 친환경 목표인 ‘GREEN PROMISE 2030’ 이니셔티브를 선언했다. /롯데케미칼 제공

롯데그룹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2021 ESG 평가에서 평가 대상인 상장기업 9곳 모두 통합등급 ‘A(우수)’를 획득했다. 특히 사회(S) 부문 평가가 높게 나왔다. 롯데지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 등 6개사는 A+등급, 롯데푸드·롯데제과·롯데정보통신 등 3개사는 A등급으로 평가됐다. 지배구조(G) 부문에서는 9곳 모두 A등급을 받았다.

롯데그룹은 지난 7월 ‘2021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ESG 경영 선포식’을 열고 ESG 경영 강화 의지를 드러낸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선언문에는 ▲2040 탄소중립 달성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 구성 ▲그룹사 평가 시 ESG 관리 성과 반영 등의 내용이 담겼다.

롯데그룹 2021년 ESG 등급 현황

친환경 드라이브, 화학 부문서 9조원 투자 결정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롯데이네오스화학 등으로 구성된 롯데그룹 화학 사업 부문(BU)은 ‘Every Step for Green’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2021년을 ESG 경영의 원년으로 삼았다. 또한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 매출 10조원 달성과 탄소중립성장 추진 등을 목표로 하는 ESG 이니셔티브 ‘Green Promise 2030’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친환경 사업 강화 ▲자원선순환 확대 ▲기후위기 대응 ▲그린 생태계 조성 등 4대 핵심과제에 약 9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월부터 자체적으로 플라스틱 자원 선순환 활동 ‘프로젝트 루프(Project LOOP)’를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 루프는 소셜벤처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폐플라스틱 수거문화를 개선하고 재활용을 통한 플라스틱 순환경제 체제 구축을 위한 활동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월드몰, 롯데월드, 롯데마트에 폐페트병 회수장비인 ‘네프론’을 설치해 10t가량의 폐페트를 수거했다. 수거한 폐페트는 분쇄해서 원료로 만든 후 이를 원사와 원단으로 제작해 친환경 스타트업 ‘엘에이알(LAR)에 제공했다.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해 친환경 신발을 만드는 엘에이알은 제공받은 원사와 원단을 활용해 친환경 가방과 운동화를 상품화했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ESG 통합등급은 A로 지난해와 같았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월 국내 기업 최초로 페트병 몸체 라벨을 없애 친환경성을 높인 ‘아이시스 ECO’를 출시했다. 아이시스 ECO는 개봉·음용 후 바로 분리배출할 수 있어 라벨을 떼어내는 번거로움을 줄였고, 분리배출 편의성과 페트병 재활용 효율을 높인 제품이다. 라벨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제품명을 페트병 몸체에 음각으로 새겨 넣고, 기존 라벨에 포함되어 있던 제품명·수원지·무기물 함량 등과 같은 정보는 병뚜껑 포장 필름에, 전체 표기사항은 묶음용 포장박스에 기재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아이시스 ECO 출시 이후 칠성사이다, 트레비 등으로 무라벨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플라스틱 재활용 로드맵도 구축했다. 로드맵은 2030년까지 화석연료를 이용해 생산한 신재 플라스틱 사용량을 30% 줄이고 재생재 플라스틱 사용을 늘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제품 경량화와 r-PET(재생 페트) 사용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ESG 평가에서 통합등급 B+를 받았지만 올해는 한 단계 상승한 A를 받았다.

롯데그룹의 유통업 부문도 친환경 가치에 집중했다. 롯데쇼핑의 경우 각 점포에서 녹색매장 지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녹색매장 지정제도는 방문고객의 친환경적인 소비를 유도하고 녹색제품 판매 활성화에 기여하는 매장을 환경부가 지정하는 제도로서 유통사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된다. 롯데쇼핑은 제도의 일환으로 전국 120개 롯데마트 점포에 300여개의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설치했다. 또한 롯데마트 지붕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ESG 평가 등급은 모든 영역에서 지난해와 같았다.

롯데그룹 지분 구조

그룹사 연합 ‘2040 탄소중립 실행 로드맵’ 구축

롯데그룹은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그룹사가 연합해 2040 탄소중립 실행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지주는 9월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유통·화학 계열사 등과 함께 국산 폐페트병 재활용을 체계화한 플라스틱 선순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마트, 세븐일레븐 등 주요 계열사가 함께 참여해 폐페트병의 분리배출, 수거, 가공, 재생산까지 모든 과정에 기여한다. 롯데지주는 페트(PET)를 회수하고 재활용 인프라 도입을 위한 상생협력기금 9억원을 소셜벤처 ‘수퍼빈’에 지원했다. 수퍼빈은 AI 기반의 페트 회수 로봇 개발·보급을 비롯해 수거된 페트를 원료화하는 작업을 담당한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9월 국내 지주사 최초로 5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6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추가로 발행했다. 주요 그룹사 또한 ESG 채권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1월에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캐피탈,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지주 포함 8개 그룹사가 ESG 채권 발행 행렬에 동참했다. 채권 조달 금액은 2조원에 달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ESG 채권 자금은 환경·사회공헌 부문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했다. 롯데지주는 롯데칠성음료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ESG 등급 평가에서 통합등급 B+를 받았으나, 올해는 A를 받아 한 계단 올랐다.

롯데그룹은 사회 영역과 지배구조 영역에서도 본격적인 지속가능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2016년 롯데그룹은 스타트업 육성이라는 사회적 가치창출과 신사업 발굴을 목표로 ‘롯데벤처스’를 설립했다. 롯데벤처스는 초기단계 스타트업에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성장한 스타트업에게는 펀드 투자를 지원한다. 롯데벤처스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엘캠프(L-CAMP)’와 함께한 스타트업은 지난 5년간 135개사에 달한다. 또 롯데그룹은 롯데벤처스를 비롯한 그룹사들이 함께 조성한 272억원 규모의 ‘롯데스타트업펀드1호’를 2018년에 시작해 현재까지 약 2500억원 규모로 12개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스타트업 펀드를 통해 180여 곳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10월에 롯데지주를 포함한 상장사 10곳에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또한 ESG 경영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모든 상장사에 의무화했다. 모든 상장사(롯데리츠 제외)의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로 ESG 정보를 공시하는 그룹은 롯데가 최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김수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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