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Next Impact Conference)’가 오늘(2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렸다.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는 국내외 임팩트 생태계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됐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올해 행사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발간하는 사회혁신 전문 매거진 SSIR(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한양대학교,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개발협력학회가 후원했다. 콘퍼런스의 주제는 ‘컬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사회문제 해결이나 혁신을 목표로 정부, 지자체, 기업,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힘을 모으는 것을 뜻한다.
행사는 ▲글로벌·학제간 컬렉티브 임팩트 현황 진단 ▲컬렉티브 임팩트 관점에서 본 아시아 임팩트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민관협력 분야에서의 컬렉티브 임팩트 사례 공유 ▲아시아 임팩트 생태계의 컬렉티브 임팩트 인재 육성 전략 등 총 4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에릭 니 SSIR 편집인,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연사와 패널들이 모여 아시아 지역에서의 협력 사례를 나누고 향후 전망을 논의했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참여한 에릭 니 SSIR 편집인은 “컬렉티브 임팩트는 SSIR 독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내는 분야”라면서도 “단순히 여러 조직이 협력하는 것을 모두 컬렉티브 임팩트 사례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컬렉티브 임팩트의 다섯 가지 조건으로 ▲공동의 목표 설정 ▲합의된 측정 시스템 ▲협력 조직이 서로의 활동을 강화·독려하는 환경 마련 ▲지속적인 소통 ▲협업을 지원하는 중추 조직 등을 내세웠다. 그는 “여기에 지역사회 구성원까지 논의 주체로 포함해야 지속가능한 컬렉티브 임팩트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등장한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은 “불평등과 감염병 등 하나의 국가 정부나 특정 조직의 힘만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면서 “컬렉티브 임팩트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세션에서는 배수현 옐로우독 이사와 에릭 니 SSIR 편집인,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조상미 이화여대 교수, 한상만 성균관대 교수가 컬렉티브 임팩트 담론의 방향성을 짚어봤다. 연사들은 “사회 문제 해결에 정부·기업·시민사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다음 화두는 측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상만 성균관대 교수는 “환경·사회·거버넌스(ESG)를 챙기지 않으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위협이 된다는 생각이 기업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면서도 “단순히 ESG 관련 리스크를 측정하는 정도에서 나아가 기업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총체적으로 측정해 재무보고서에 넣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상미 이화여대 교수는 “인근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 여부 등 아주 중요하지만 측정하기 어려운 가치들의 측정 지표를 만들기 위한 연구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강에나 AVPN 한국지부 매니저, 정경선 HGI 의장, 김광욱 아시아재단 한국지부 대표, 최재호 현대자동차 책임매니저, 크리스티 데이비스 싱가포르 경영대학교 사회혁신센터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아시아 지역의 컬렉티브 임팩트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크리스티 데이비스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싱가포르의 사례를 공유하며 “기업·시민단체·지역 복지단체 등이 힘을 모아 취약계층을 돕고 있으며, 이 움직임이 인접국인 인도네시아 등으로도 퍼져 나가고 있다”고 했다. 연사들은 이런 흐름을 강화하기 위해선 “공동 가치를 구축해 속한 조직을 뛰어넘은 신뢰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정경선 의장은 “자기 조직이 세운 기준을 다른 조직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태도를 버리고, 장기적으로 파트너 기관과 상호 이해를 발전시킨다는 관점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나석권 sk사회적가치연구원장, 이철용 캠프 대표, 배진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장, 박재민 농협중앙회 국장, 윤한득 CJ대한통운 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이 패널로 나서 컬렉티브 임팩트 사례를 공유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 인근 지역인 딸락에서 도시 빈민을 돕는 사회적기업 ‘익팅’을 운영하는 이철용 캠프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통행금지 조치 등이 내려지면서 일용직으로 먹고살던 빈민들의 삶이 막막해졌는데, 재원은 코이카 등 한국에서 조달하고 숙련된 현지 노동자들에게 일감으로 마스크와 방호복을 만들도록 한 후, 이를 무료로 배포하는 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난이 덮치자 가장 도움이 필요한 현장에서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현장과 재원을 가진 기관과의 협력이 종속적인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평등한 협력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재민 농협중앙회 국장은 “협력을 한다면서도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거나, 자기 기관의 성과만 강조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개선해야 지속가능한 컬렉티브 임팩트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세션에는 엄윤미 C프로그램 대표,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이의헌 점프 대표, 김용근 포스코 기업시민실팀 리더, 류지은 사회적기업 연구자 등이 임팩트 생태계를 이끌 리더 발굴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는 “영리와 비영리, 정부와 민간 등 조직을 넘은 협력이 강조되는 만큼 양쪽의 언어를 이해하며 경계에서 활동할 인재를 키워나가고, 이들이 만드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했다. 류지은 연구자는 “지역사회, 기업 등 여러 관계자와 협력 경험을 갖춘 청년들은 꼭 시민단체 등 소셜 섹터가 아니더라도 사회 다양한 영역에서 역할을 하는 인재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날 행사에는 기업·비영리단체·소셜벤처·학계 등 관계자 300여명이 참여했다.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폐회사에서 “컬렉티브 임팩트를 달성하기 위해 현장에서 풀어가야 하는 고민이 많다는 걸 느꼈다”면서 “연결과 협력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된 만큼, 오늘 행사가 대안을 찾아가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