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8일(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협동조합, 외부 투자 가능한 ‘우선출자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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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조합원, 배당은 받지만 의결·선거권 없어
“자금 부족 문제 해결” vs. “협동조합 정신 위배”

지난 1일부터 협동조합에 비조합원의 투자가 가능해졌다. ‘우선출자’를 허용하는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우선출자는 이익잉여금을 조합원보다 우선해서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로 주식회사의 우선주와 비슷한 개념이다. 배당은 받지만 조합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과 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협동조합 업계에서는 우선출자 제도 도입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외부 투자자 유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합원 자격 대신 배당 수익만을 얻는 투자자가 유입되면 ‘협동조합의 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협동조합들은 만성적인 자금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조합원 출자금은 협동조합기본법상 ‘자본’으로 인정받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부채로 취급받는다. 금융권에서는 출자금을 조합원 탈퇴로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돈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공동으로 소유하는 협동조합의 특성을 자금 회수가 어려운 원인으로 보기 때문에 대출 승인이 쉽지 않고, 대출 한도도 주식회사보다 적다.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은 “협동조합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내부적으로 조합원 출자와 외부적으로 금융권 대출밖에 없는데 모두 현실적인 한계가 있고, 이를 우선출자제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우선출자가 ‘1인 1표’로 운영되는 협동조합 정신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영리단체 소속의 한 변호사는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달리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기본인데, 협동조합 설립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 투자자가 유입돼 자금 회수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경영에 간섭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협동조합기본법 22조의2에 따르면, 우선출자의 총액은 자본의 30%로 제한된다. 동법 시행령에서는 우선출자의 발행 요건을 ▲직전 연도 경영공시 ▲부채비율 200% 이하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협동조합기본법상 일반협동조합에만 적용된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상의 생협과 배당을 금지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올해 9월 기준 국내 일반협동조합 수는 1만6329개. 2018년 기준 협동조합 평균 부채비율은 106% 수준으로, 전문가들은 대다수의 협동조합이 우선출자 요건을 충족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용진 공익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우선출자 상한 비율인 30%는 경영상으로 판단했을 땐 상당한 규모이기 때문에 출자자의 영향력을 배제할 순 없을 것”이라며 “만약 협동조합이 우선출자자에게 손해를 미칠 수 있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우선출자자 총회의 의결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선출자자들이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민수 센터장은 “협동조합이 주식회사화(化)된다는 우려에도 우선출자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만약 협동조합 원칙을 저버리고 수익만 좇는 형태로 운영하는 조합이 있다면 그건 우선출자제 도입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정체성이 불분명한 조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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