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0일
“휠체어 탑승 아동, 이동성 좋아지면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휠체어 탑승 아동, 이동성 좋아지면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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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전문 재단인 행복나눔재단에는 ‘세상파일’이라는 팀이 있다. 세상파일 팀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일을 한다. 지난 2019년, 세상파일 팀은 휠체어 사용 아동을 위해 맞춤형 수동 휠체어와 전동키트 제공을 중심으로 한 이동성 향상 프로그램을 내놨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차혜인 세상파일팀 매니저는 “장애가 있는 아동이 자신의 몸에 안 맞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2차 장애까지 생길 수 있다”며 “스스로 이동하는 게 어려운 아동들이 부모에게 의지하면서 부모들의 부담이 높고, 장애 당사자의 우울감도 심하다는 말을 듣고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서울 용산구 행복나눔재단 사옥에서 만난 차혜인 매니저는 “아동들이 스스로 움직이면서 즐거워하는 것을 볼 때 가장 기쁘다”면서 “이 프로그램이 아동들이 스스로 세상에 나아가도록 돕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8월 11일 만난 행복나눔재단 세상파일팀 차혜인 매니저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개선돼 진정한 리어프리가 실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유정 청년기자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세요.

“장애 아동들이 휠체어 사용 중 겪는 어려움을 없애고, 좀 더 자유롭게 세상을 누빌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6~13세 아동 몸에 맞는 맞춤형 수동 휠체어와 이를 원할 때 전동 방식으로 바꿔주는 키트를 제공합니다. 또, 신체나 정서 발달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몸에 안 맞는 휠체어를 타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잘못된 보조기기 사용으로 나타나거나 심화하는 신체·정신적 문제를 ‘2차 장애’라고 합니다. 자신의 몸에 안맞는 휠체어를 쓰면 이런 2차 장애가 나타날 확률이 높습니다. 신체적 불편감도 큰 문제였지만, 전문가들이 가장 문제시한 건 오히려 정신적 문제였어요. 우울감을 호소하거나 사회성 발달이 지연될 가능성까지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신적 문제까지 생긴다는 건 몰랐습니다.

“휠체어에 앉으면 불편하고 사용하기도 어려우니까, 안겨 이동하는 식으로 전적으로 부모님께 의지하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이동뿐 아니라 대부분 생활을 부모님 손에 맡기게 됩니다. 결국 신체 발달이 느려질 뿐 아니라 사회성, 자기 효능감, 활력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세상파일 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려대학교 의료원 소속 연구진과 협력해 촘촘하게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먼저 스스로 이동이 어려운 어린이 40명의 평균 이동거리와 심리 상태를 측정하고 문제를 정확히 진단했다. 심리 전문가들은 “이동 거리가 지나치게 짧은 어린이의 경우 우울감 등 심리적 문제 발생이 우려된다”는 소견을 내놨다. 이후 몸에 맞는 휠체어를 제공했더니 아이들의 변화가 한눈에 보였다. 이동거리가 몸에 맞는 휠체어를 쓰기 전보다 74.7% 향상했던 것이다.

─참여한 어린이들의 심리 상태도 달라졌나요?

“크게 달라졌습니다. 참여 아동의 전후 상태를 비교하니 몸에 맞는 휠체어에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전동키트를 장착하는 것만으로 우울감이 40% 가까이 하락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활력이 생긴 거에요. ”

─부모님 반향도 컸을 것 같은데요.

“그럼요. 자녀들이 밝아진 데도 크게 기뻐하시고, 스스로 뭔가를 하는 걸 보면서  기쁨을 넘어 감격까지 느끼세요. 장애를 가진 자녀가 의기소침하던 모습을 보다가 활기차게 여기저기 이동하고, 혼자서 병원도 가니까요. 부모님께 수시로 ‘감사하다’는 문자도 받습니다. ”

행복나눔재단 세상파일팀은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동들을 위해 휠체어 안전 사용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행복나눔재단 제공

─다른 지원도 진행됐나요?

“프로젝트 참여 가족들과 아동들이 친해질 수 있도록 행사를 열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하는 운동 프로그램과 부모님과 아동들을 위한 강의도 진행했죠. 또래 친구끼리 만나 친해지며 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참여 아동이 있다면요?

“걷지는 못했지만, 상체 근력이 아주 뛰어났던 한 초등학생이 기억에 남아요. 휠체어가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몸에 맞는 휠체어로 바꾸고 세상파일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체육 활동에 재미를 붙이게 됐어요. 이 아동은 직업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

차 매니저는 “더 많은 장애인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보이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장애인이 없는 게 아니라, 이동의 어려움이나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 때문에 적극적으로 돌아다니지 못해서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동들이 처음엔 우울하고 소극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이동 문제가 해결되니 놀이터나 문화센터도 혼자 다닐 정도로 적극적으로 생활해요. 할 수 있었는데 수단이 없어 못 했을 뿐이었던 거죠. 장애인을 사회로 이끌어내는 다양한 기술과 이런 기술의 확산을 지원하려는 정부나 기업의 노력으로 ‘누구나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유정 청년기자(청세담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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