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공동체가 살아야 장애인도 산다”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Share on print

[레벨up로컬] 사회적협동조합 ‘파파스윌’의 엄선덕 이사장

파파스윌이 운영하는 김포 구래리 ‘달꿈’ 카페 앞에서 엄선덕 파파스윌 이사장이 활짝 웃고 있다. 엄 이사장은 “카페가 장애인·이주민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품는 ‘동네 사랑방’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포=주민욱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파파스윌’은 2015년 경기 김포 양촌읍에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이다. 발달장애인 직업훈련과 일자리 제공을 목표로 설립된 단체지만, 장애인을 위한 일만 하는 건 아니다. 지역사회 소외계층,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소상공인들과 협력하고 나누며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5일 파파스윌이 운영하는 카페 ‘달꿈’에서 만난 엄선덕(57) 이사장은 “지역 공동체가 살아야 장애인도 산다”고 했다. “‘조금은 다르고 약한 사람들‘을 포용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장애인도 그 안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어요. 우리가 지역사회 이주민, 협동조합, 사회적기업들과 연대하는 이유입니다.”

장애인이 존중받는 공동체를 꿈꾸다

파파스윌은 발달장애인 자조 모임에서 시작됐다. 중증 지체·지적장애인 아들이 있는 엄선덕 이사장은 특수학교 하나 없는 김포의 현실을 고민하다 답답한 마음에 다른 장애인 당사자, 부모들과 모임을 시작했다. “자조 모임에서 가장 먼저 기획한 건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조력자 아카데미’였어요. ‘조력자’는 장애인의 가족과 주민을 뜻합니다. 장애인도 주체적인 의지와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그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아카데미였는데 지역 사회에서 반응이 뜨거웠어요.”

자조 모임 부모들은 차근차근 성장하는 자녀들을 보며 다른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2016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법인 등록을 한 뒤 발달장애 청년들의 직업훈련을 시작했다. ‘민들레와 달팽이’라는 이름의 카페를 열어 바리스타 교육, 디저트 만들기, 손님 응대하기 등 장애 정도에 따른 직업훈련을 진행했다. 이어 ‘빼무락’이라는 공방을 열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목공예, 비누 공예, 도예 강좌를 운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김포시청에 직영 카페를 하나 더 냈다. 엄 이사장은 “직업훈련을 받은 청년들을 파파스윌의 사업장이나 다른 직장에서 일할 수 있게 도왔다”면서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급여 이상의 자기 효능감과 사회성을 얻게 된다”고 했다.

올해 7월부터는 기존에 운영하던 ‘민들레와 달팽이’ 카페를 ‘달꿈(달팽이의 꿈)’이라는 이름으로 재오픈해 본격적인 마을 카페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장애인을 그저 도와야 하는 불쌍한 사람들로 보는 건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입니다. 일 경험을 통해 자기 효능감을 갖게 되면 장애인도 충분히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어요. 발달장애인 청년이 자기 레시피를 만들어낼 정도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비장애인이 조금만 이해해주면 장애인은 얼마든지 사회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걸 알리는 게 저희 활동의 목적이기도 해요.”

지역의 작은 조직들과 연대하며 성장

파파스윌은 지난 7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신청했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곳은 보통 사회적기업 인증보다는 ‘보호작업장’ 신청을 선호한다. 사회적기업 인증보다 절차가 간단한 데다 혜택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보호작업장에선 장애인 10명을 고용하면 비장애인 3명의 인건비를 지원받고,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엄 이사장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신청했을 때 주위에서 ‘왜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가느냐’고 만류하는 목소리가 컸다”며 웃었다.

“울타리 안에만 머물러서는 장애인이 자립하는 사회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장애인을 보호하는 사회가 아니라 장애인이 자립해 사는 사회를 원합니다. 장애인뿐 아니라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장애인도 자립할 수 있다고 믿어요. 지역사회의 작고 훌륭한 조직들과 더 적극적으로 연대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이 되기로 결심했어요.”

파파스윌은 이미 지역의 여러 조직과 다양한 일을 벌이고 있다. 두레협동조합과 친환경 업사이클링 사업을 하고, 나비인형극단의 성폭력 예방 인형극에도 참여했다. 로컬푸드 생산자들과 함께 ‘달꿈마켓’을 열어 지역 농산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지난해 김포 사회적경제연대와 장애 청년들이 함께 제주로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 뒤로 부쩍 더 친해졌어요. 주민들이 ‘요즘 코로나 때문에 그 친구들(발달장애인) 힘들지 않냐’고 먼저 걱정하며 물어봐 줄 정도가 됐어요.”

엄 이사장은 “당분간은 매출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선 경제적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타이어나눔재단과 굿네이버스 등이 진행하는 마을공동체 활동 지원 프로젝트 ‘드림위드 우리마을 레벨업’에 선정됐다. “드림위드 지원금은 카페 메뉴 개발과 장비 구입에 사용할 계획이에요. 열심히 메뉴 개발해서 돈을 벌고 고용도 늘리고, 그래서 더 좋은 일을 많이 해야죠. 배달과 케이터링도 시작할 예정이에요. 사회의 주류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자립 모델’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김포=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공동기획 | 더나은미래·한국타이어나눔재단·굿네이버스·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관련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