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소셜벤처 노리는 ‘나쁜 투자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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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벤처캐피털 한국 담당자로 소개
성사 조건으로 지분·이사직 등 요구
투자 제안 거부할 땐 강요·협박까지

“투자 제안이 계속 들어오는 게 좋은 일인 줄만 알았어요. 처음엔 즐거운 마음으로 미팅 잡고 사업 설명하고 했는데, 결국 이면(裏面) 계약을 요구해요. 투자사 이름으로 지분 10%를 요구하고 개인 명의로 따로 5% 달라는 식이죠. 명백한 불법이란 걸 알면서도 투자가 필요한 입장에선 그야말로 ‘희망고문’입니다.”

창업 6개월 차 소셜벤처 대표 A씨는 지난 한 달간 투자 제안만 10차례 넘게 받았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의 데모데이에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였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무렵 자칭 투자자라는 사람들로부터 전화와 이메일이 쏟아졌다. A씨는 “투자자가 필요한 터라 매번 투자 제안에 성실히 임했지만 대부분 시간 낭비였다”면서 “주변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사이비 투자자 때문에 애먹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소셜벤처 대표들이 ‘나쁜 투자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주 타깃은 창업한 지 1년이 채 안 된 신생 기업이다. 사이비 투자자들의 접근 방식은 다양하다. 최근에는 해외 벤처캐피털(VC) 한국지사 담당자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 업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초보 대표’들의 약점을 노린 것이다. 투자자를 연결하는 브로커들도 있다. A씨는 “사모펀드 운용 위임장이 있다는 사람이 투자 성사 시 개인 지분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한번은 정부 모태펀드와 연결해준다며 이면 계약으로 지분 5%를 요구한 브로커도 있었다”고 했다.

소셜벤처 운영 1년 차인 B씨는 “해외 VC 소속 투자자로부터 5억원 투자에 지분 10%를 제안받았는데, 이면 지분을 5% 챙겨주면 추가 투자 건을 무조건 진행하겠다고 했다”면서 “당장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었다면 그 제안을 쉽게 뿌리치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 조건으로 이사직을 요구하거나 사적인 만남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투자 제안을 거부했을 때 발생한다. 소셜벤처 대표 C씨는 한동안 몇몇 사이비 투자자의 협박에 밤잠을 설쳤다. 그는 “한 투자자의 이면 지분 요구를 거부했는데, 대뜸 ‘VC 업계가 좁은 거 알지 않느냐’면서 엄포를 놓더라”면서 “또 다른 투자자는 자신이 서울산업진흥원 고문을 지냈다며 인맥을 과시하면서 이면 계약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서울산업진흥원은 서울시가 출연한 중소기업 지원기관이다. 이어 “발이 넓으면 여기저기서 조언을 들을 수 있겠지만,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혼자 끙끙 앓았다”고 했다.

소셜벤처 대표들이 사이비 투자자의 접근을 미리 차단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초기 소셜벤처는 투자를 유치하기 쉽지 않은 탓에 투자 제안 역시 투자자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소셜벤처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기관에서는 피해 사례 방지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디캠프 관계자는 “창업 초기의 대표들이 당황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사이비 투자자 유형을 분석해 사전 교육할 계획”이라며 “제안받은 투자 건에 확신이 들지 않을 경우 개별 문의하면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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