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활동의 중심축, 비영리에서 사회적경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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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20 통계로 보는 제3섹터]

2010년, 사회적기업 육성 본격화…500곳서 2865곳으로 ‘급성장’
공익 분야 비영리·영리 역할 모호해져…기금·인력 양분되는 중

지난 10년간 국내 공익 분야는 큰 진전을 이뤄냈다. 2010년만 해도 500곳에 불과하던 사회적기업 수가 3000곳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를 갖췄고, 고용자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4만6443명에 이른다. 협동조합 역시 2012년 기본법 마련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해 전국 1만7000개를 넘겼다. 사회 혁신가를 위한 공간인 ‘서울혁신파크’와 ‘헤이그라운드’도 마련돼 사회적기업·소셜 벤처 성장을 뒷받침했다. 공익 분야 전반에서 양적·질적 성장을 일궜지만, 아쉬운 대목도 있다. 비영리단체의 성장 둔화다. 전통적으로 공익 분야에 힘써온 비영리단체들의 성장 폭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는 게 통계로 확인된다. 2000년대 초반까지 비영리단체가 도맡아 온 공익 활동의 지분이 사회적경제로 옮겨 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비영리에서 사회적경제로’ 공익 분야 무게추 기울어

공익 분야 통계는 주무 부처에 따라 제각각 흩어져 있다. 사회적기업은 고용노동부,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 비영리단체는 활동에 따라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 다양하게 나뉜다. 더나은미래는 발행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간의 공익 분야 통계를 바탕으로 제3섹터의 흐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가장 큰 변화는 공익 분야 중심축이 비영리에서 사회적경제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특히 2010년 은 사회적기업 육성법 개정을 통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설립하고 제도권 차원의 지원을 본격화한 해다. 2012년에는 협동조합 기본법을 마련했고,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국정 과제로 삼으면서 혁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시기 사회적경제는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려나갔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마련된 2007년 이후 3년간 500개에 머무르던 사회적기업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운영 지원이 뒤따르면서 연평균 200개씩 늘었다. 알짜 기업도 늘었다. 가파른 매출 증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 사업 보고서를 보면, 2012년 6619억원이던 매출 총액은 2015년 1조9677억원, 2018년 4조1174억원으로 매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기업당 평균 매출액도 이미 20억원을 돌파했다. 인건비 대비 매출액도 2012년 668%에서 2018년 2009%로 급증했다.

협동조합도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당시 53개에 불과했던 수가 올해 5월 기준 1만7757개로 크게 늘었다. 지난 3월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제4차 협동조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용 규모는 3만1355명, 취약 계층 비율은 42.3%, 조합당 평균 매출액은 3억7000만원에 이른다.

또 하나 감지된 큰 변화는 문제 해결 방식의 전환이다. 즉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이다. 5월 기준 사회적기업 2518곳의 조직 형태별 현황을 살펴보면, 영리 기업(1954곳·77.6%)이 비영리 기업(564곳·22.4%)에 비해 세 배 넘게 많다. 전현경 아름다운재단 전문위원은 “비영리가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관념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며 “영리 사업하는 조직이 비영리사업 부문을 신설하거나 비영리조직에서 영리 목적의 사업을 벌이는 식으로 그동안 비영리단체만 해오던 역할이 사회적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영리 위축됐지만, 공익 분야 전체 파이는 커졌다”

비영리단체의 활동 범위가 위축되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중반부터다. 지난 10년간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둔화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해마다 600개 이상의 신규 비영리단체가 공익 분야에 진입해왔는데, 2016년부터 570곳으로 증가 폭이 줄기 시작했다. 이후 2017년 469개, 2018년 342개, 2019년 129개 등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2016년은 박근혜 정부에서 공익 법인을 통해 대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강제로 모금한 ‘K스포츠·미르 재단 사건’이 터진 해다. 이는 민간 기업의 기부·출연을 크게 위축시킨 계기로 작용했다. 당시 일부 대기업에서는 금액에 따라 기부 심의회나 이사회 등을 거쳐야만 기부금을 집행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새희망씨앗 사건’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등 기부금 횡령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기부 단체가 몸살을 앓았다. 이때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하던 시기다. 박지훈 아산나눔재단 사회혁신팀장은 “비영리단체 모금이나 활동은 줄어드는 시기에 정부 예산이 사회적경제로 투입되면서 국민의 관심도 기울기 시작했다”며 “특히 기업도 사회 공헌 방향을 사회적경제 창업 지원 쪽으로 바꾸고, 비영리단체에 맡기는 대신 직접 사회 공헌 활동을 해버리는 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의 사회 공헌 지출 규모는 지난 10년간 매년 2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경련의 ‘2019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업 평균 사회 공헌 규모도 100억~130억원 사이를 오가며 안정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한 기업의 사회 공헌 담당자는 “사회 공헌 지출 규모의 절반은 자체 사업, 나머지는 공익 법인과의 파트너십 사업과 기부금으로 나뉜다”며 “몇 해 전만 해도 공익사업 파트너십 대상을 비영리단체와 했는데, 최근 사회적경제 조직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하나 둘 생기고 있다”고 했다.

전현경 위원은 “지난 2000년대까지 국내 공익 활동의 주체는 비영리단체였고, 이 분야에서 독점적으로 활동하다시피 했지만, 최근 10년 새 사회적경제라는 새로운 장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인력과 기금이 자연스레 양분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비영리단체 활동의 위축을 ‘저(低)성장’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 위원은 “비영리 쪽에서 고민이 깊을 시기이지만 오히려 사회적기업이 이 분야에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 공익 분야의 전체 파이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의 10년은 비영리단체와 사회적경제 조직의 활동 영역이 보다 분명해지면서 사회 문제 해결에 각자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허정민 더나은미래 기자 hoo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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