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작은 태양광 배터리, 아프리카 빈곤 지역 아이들을 학교로 모으다

‘타임지 선정 100대 발명품상’ 받은 장성은 요크 대표 인터뷰

전력 공급 어려운 아프리카 학교에 ‘솔라카우’ 태양광 충전기 본체 설치
학생에겐 우유병 모양 배터리 제공
학교 가면 집에서 쓸 전력 충전 가능 “2년 안에 아이 10만명 등교시킬 것”

장성은 요크 대표가 ‘솔라카우’의 배터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워밀크’라고 불리는 이 배터리는 우유병 형태로 만들어져 아이들이 친근하게 느끼도록 했다. ⓒ한준호 C영상미디어 기자

우유병 모양의 작은 배터리가 개발도상국의 전력 문제와 아동 교육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소셜벤처 ‘요크(YOLK)’가 만든 ‘솔라카우(Solar Cow)’ 얘기다. 솔라카우는 젖소 모양을 한 충전 본체와 흰 우유병 모양 배터리로 이뤄진 태양광 충전 시스템이다. 지난해 요크는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아프리카 저개발국에 솔라카우를 설치했다. 탄자니아와 케냐의 빈곤 지역 학교에 본체를 가져다 놓고 배터리를 나눠준 뒤 아이들이 등교해 공부하는 동안 충전할 수 있게 했다. 두 마을에서 2년간 실시한 시범사업은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학생들의 출석률이 몇 달 만에 10% 이상 높아진 것이다. 솔라카우는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9년 최고의 발명품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8일 경기 의왕의 요크 사무실에서 만난 장성은 대표는 “처음부터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 요크를 창업한 건 아니었다”고 했다. 요크는 초경량 태양광에너지 패널 ‘솔라페이퍼’를 만든 태양광 배터리 제조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5년 제품 출시 당시 45일 만에 킥스타터 펀딩 목표액 100만달러(약 12억원)를 초과 달성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장 대표는 “솔라페이퍼 후속작을 기획하면서 ‘우리 기술력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게 아프리카의 전력 문제였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는 땅덩이가 넓고 인프라가 부족해 금융이나 공공기관 업무 등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휴대폰을 통해 해결하고 있지만 전기가 보급되지 않은 곳이 많아요. 어린 자녀까지 일터로 보내는 극빈층의 경우 소득의 20% 정도를 휴대폰 사설 충전소 이용 비용으로 쓴다는 걸 알게 됐죠. 그때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가정에 전기를 공짜로 주면 어떨까?”

솔라카우의 밑그림을 그린 요크 팀은 곧바로 케냐로 날아갔다. 현지 교육부 관계자를 찾아가고 학교를 방문하며 사업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고 개선할 점을 찾았다. 장 대표는 “충전이 너무 빨리 되면 아이들이 잠시 학교에 들렀다 다시 일하러 갈 수도 있고 한 번에 너무 많은 전기를 얻으면 부모들이 며칠 동안 아이들을 학교에 안 보낼 수도 있어서 회당 충전 속도와 양을 정하는 데도 특히 신경을 썼다”고 했다. 솔라카우 본체에 배터리를 4~5시간을 꽂아 둬야 충전이 완료되는 것, 한 번 충전하면 휴대폰 한 대와 집 안 전등을 하루 정도 밝힐 전력을 얻게 되는 것도 이런 고민 끝에 나온 결과다.

“시행착오도 많았어요. 배터리를 살짝 돌려 충전기에 꽂으면 바로 충전이 되도록 단순하게 만들었는데도 아이들이 사용법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문맹률이 높아 그림을 그려 사용 방법을 설명했죠. 배터리 비용을 아끼는 게 가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한 달간 솔라카우를 이용하면, 닭 한 마리 살 돈을 절약할 수 있으니 아이를 꼭 학교에 보내달라’고 집집이 찾아가 설득했죠.”

장 대표는 “2년 안에 아프리카 아이 10만명을 학교로 불러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솔라카우 1대로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는 250개. 아이 10만명에게 배터리를 하나씩 전달하려면 솔라카우 400대를 설치해야 한다. “지난해 연말 솔라카우가 설치된 탄자니아 지역 학교에 갔다가 아이들이 직접 만든 연극을 봤어요. 옆 동네 사는 친구도 학교에 다닐 수 있게 그 학교에도 솔라카우가 생기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죠. 아이들이 이렇게 원하는데 안 하면 안 되잖아요(웃음). 자신 있습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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