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샤 커란 기빙튜즈데이 대표 인터뷰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11월 넷째 목요일) 다음 화요일이면 온·오프라인에서 크고 작은 기부 활동이 펼쳐진다. 바로 ‘기빙튜즈데이(GivingTuesday)’, 즉 ‘기부하는 화요일’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에는 ‘#GivingTuesday’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00만 건 넘게 올라오고 온라인 모금 프로젝트에 탄력이 붙는다. 오프라인에서도 나눔 행사가 펼쳐진다. 대형 단체가 기획한 자원봉사 프로그램부터 이웃과 친구끼리 소소하게 진행하는 이벤트까지 가지각색이다.
기빙튜즈데이는 ‘나인티세컨드와이(92Y)’가 ‘누구나 무엇이든 기부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날’을 만들기 위해 2012년 시작한 캠페인이다. 추수감사절 이후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 등 대대적인 할인 행사가 이어지는데, 사람들의 소비 에너지를 자선과 기부 활동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다. 캠페인 시작 첫해에 1000만달러(약121억2000만원)를 모금하는 성과를 냈고, 지난해에는 모금액 4억달러(약 4848억원)를 달성했다. 7년 만에 모금액이 40배나 뛴 것이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92Y 소속이던 기빙튜즈데이 운영 팀은 올해 초 별도 기관으로 독립했다. 지난달 12일 국내 행사 참석차 한국을 찾은 아샤 커란 기빙튜즈데이 대표를 만났다.
“캠페인 주도권 참여 단체들에 넘겨 임팩트 키운다”
현재 기빙튜즈데이 운영 팀 인원은 커란 대표를 포함해 10명 안팎이다. 이 소규모 조직이 미국 50개 주에서 수만 단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캠페인을 이끌고 있다. 활동 기획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의 주도권을 참여 단체에 맡긴 덕에 가능한 일이다. 커란 대표는 “기빙튜즈데이 운영 팀은 참여 단체들의 활동 계획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참여 단체가 활동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기부 프로그램 아이디어, 온라인 모금 전략, 소셜미디어 활용 팁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고 참여 단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뒤에서 ‘판’을 깔아주는 셈이다.
참여 단체에 활동 주도권을 맡기는 이유는 그것이 “가장 훌륭한 임팩트를 창출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커란 대표는 “한 가지 설루션, 단체 한 곳의 규모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여러 주체가 문제 해결에 참여하면 수천, 수만 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훨씬 더 영향력 있고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작은 풀뿌리 단체의 리더들을 발굴해 함께 협업하는 것도 기빙튜즈데이만의 전략이다.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참여 단체 리더들과 소통하는 채팅 창을 보여주며 “리더들이 캠페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24시간 교류하고 있다”면서 “여러 단체가 서로 돕고 배우는 학습 공동체를 조성해나가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했다.
“더 좋은 성과 내려면 데이터에 집중해야”
기빙튜즈데이 운영 팀은 캠페인 관련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온라인 기부 플랫폼·소셜미디어·온라인 결제 서비스 기업 등 파트너 기관 60곳과 ‘기빙튜즈데이 데이터 컬래버레이티브(GivingTuesday Data Collaborative)’ 협력체를 구축했다. 기빙튜즈데이 캠페인 모금 성과를 비롯해 소셜미디어에서 ‘#GivingTuesday’ 해시태그가 몇 건이나 언급됐는지, 어떤 이슈에 사람들이 많이 기부했는지 등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커란 대표는 “어떤 산업군이든 더 좋은 성과를 내려면 참고하며 연구할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면서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표준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기빙튜즈데이 홈페이지에 ‘기빙 랩(Giving Lab)’ 페이지를 만들어 전 세계 기부 관련 보고서와 분석 기사도 모으고 있다. 커란 대표는 “비영리 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될 흥미로운 자료는 많이 있지만, 사람들은 이 자료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모른다”면서 “사람들이 이런 자료를 쉽고 간단하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기빙 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기빙튜즈데이는 현재 국경을 넘어 해외 60여 개국으로 확산됐다. 브라질, 베네수엘라, 라이베리아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에서도 서로 먹을 것을 나누거나 재능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기빙튜즈데이를 꾸려가고 있다. 커란 대표는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보다 기빙튜즈데이가 더 빨리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며 “언젠가 기빙튜즈데이가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하는 ‘글로벌 데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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