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2019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 시상식’이 개최됐다.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이하 ‘H-온드림’)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차정몽구재단이 고용노동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사단법인 씨즈, 한국메세나협회 등과 함께 2012년부터 진행한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다. 지난 7년간 200여개 사회적기업이 H-온드림을 거쳐 갔으며, 이들이 창출한 일자리는 1400여개에 이른다.
이날 행사에서는 두 달여 간의 심사를 거쳐 ‘8기 H-온드림 펠로’에 선정된 22개 팀이 발표됐다. 지난해까지는 고용노동부·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에 참가한 개별창업팀을 대상으로 오디션이 진행됐지만, 올해부터는 5개 이상 창업팀이 협업해 하나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셜임팩트컨소시엄’ 분야가 신설돼 눈길을 끌었다. 개별창업팀으로는 ▲그레이프랩 ▲라이프체어 ▲레이블소설 ▲뮨 ▲미투위 ▲백지장 ▲브라더스키퍼 ▲상상 ▲소소한소통 ▲앤톡 ▲에이치투케이(H2K) ▲엘에이알(LAR) ▲요크 ▲워키도기 ▲위허들링 ▲팩토리얼 ▲피치마켓 ▲혜안 ▲히든앤코 등 19팀이 선정됐다. 소셜임팩트컨소시엄팀으로는 ▲생업강화(협동조합청풍, 협동조합꿈꾸는문화놀이터뜻, 인어스협동조합, 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 생태교육허브물새알, 시티인천) ▲피콜로 샵인샵 어플리케이션(페어스페이스, 착한엄마, 책농장, 법무법인더함, 빅워크) ▲향촌 신발장에서 1박2일(문화콘텐츠생산자협동조합,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플라이투게더, 대구하루, 니나노프로젝트예술가협동조합)등 3팀이 뽑혔다.
시상식에 이어 8기 펠로 선정 팀의 사업 계획 발표 시간이 마련됐다. 올해 8기 펠로 팀 중에는 ‘느린 학습자’에 주목한 팀들이 3곳이나 됐다. 소소한소통은 복지 관련 용어나 정부의 정책 내용 등을 느린 학습자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쓴 콘텐츠를 제작하고, 피치마켓은 쉬운 콘텐츠와 더불어 소리 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 공간과 독서 모임을 운영한다. H2K는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느린 학습자 전용 한글 교육 애플리케이션 ‘소중한글’을 개발해 한글 학습은 물론 사용자의 학습 장애 여부를 조기에 찾아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발’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팀들도 눈에 띄었다. 친환경 패션을 표방하는 LAR은 자투리 가죽이나 폐 고무를 재활용하거나 유기농 면, 코르크 등 천연 소재로 신발을 만들고 판매 수익 일부를 보육원 퇴소 아동 자립 지원에 쓰고 있다. 미투위는 짚을 엮어 만든 스페인 전통 신발 ‘에스파드리유(espadrille)’에서 영감을 얻어 발 질환자를 위한 통기성 높은 신발을 내놓았다. 미투위 신발은 100% 수작업으로 제작되는데, 장애인 시설에 신발 제작을 위탁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는 설명이다. 향촌 신발장에서 1박2일은 90년대 이후 쇠락한 대구 중구 향촌동의 수제화 골목을 되살리기 위해 콘텐츠 제작, 교육·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모델을 구상 중이다.
‘연결’ 또한 많은 팀이 선택한 설루션이었다. 백지장은 도심의 노후 공실을 발굴해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연결해주고, 팩토리얼은 ‘유통갑질’에 시달리는 영세 제조공장들이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앤톡은 임팩트 투자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경제 기업 관련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투자기관들에 제공하고, 워키도기는 경력단절여성·시니어를 반려동물 문제행동 교정 전문가로 양성해 이들을 서비스 수요자에게 매칭해준다. 피콜로 샵인샵 애플리케이션은 여유 공간을 가진 공급자와 공간이 필요한 사용자를 연결해 ‘숍인숍(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을 만드는 형태)’ 형식으로 공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을 기획하고 있다.
레이블소설과 혜안은 ‘전통’에서 발견한 사회적 가치를 비즈니스로 풀어냈다. 레이블소설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국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국악 음원을 제작·배포하거나 공연을 기획한다. 국립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출신들이 세운 혜안은 지역의 전통문화 유산을 발굴해 축제를 기획하거나 상품으로 개발해 소멸 위기에 처한 전통문화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이밖에 발달장애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재생지로 북 스탠드, 노트북 거치대 등 오리가미(접기) 디자인 제품을 제작하는 그레이프랩, 여성 노인·결혼 이주여성 등 배움의 기회가 적은 이들이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열거나 극단을 꾸려 공연을 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상, 보육원 퇴소 청년을 고용해 실내외 수직 정원 시공·관리 등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브라더스키퍼, 직장인을 대상으로 아침 식사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위허들링, 간호사가 사용한 주사기에서 바늘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주사기 자동 처리 기기를 개발한 뮨, 아프리카 아동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데 ‘태양광 발전 에너지’를 접목한 요크, 필리핀 코코넛 농가가 더 나은 노동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양질의 코코넛 오일을 생산하는 히든앤코, 여객선·유람선 등 선박의 승객이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구명조끼를 찾아 입을 수 있도록 선실 의자에 거치하는 ‘10초 구명조끼’를 개발한 라이프체어 등이 각자의 소셜 미션과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하고 8기 펠로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권오규 현대차정몽구재단 이사장은 “현재 국내 사회적경제 생태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1~7기 펠로들처럼 이번 8기 펠로들도 앞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해나가길 바란다”면서 “현대차정몽구재단도 8기 펠로들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격려했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