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재판부 “난민 인정 안 돼도 목숨 위태로우면 ‘인도적 체류’ 허가하라” 첫 판결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 심사대 근처에 앉아있는 시리아 난민 가족. ⓒ조선일보DB

난민 불인정판결을 받은 외국인이 자국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면 인도적 체류’를 허가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로써 정부 당국이 허가하지 않은 인도적 체류를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게 됐다.

지난 16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시리아 국적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A씨는 지난 2016년 단기방문(C-3) 체류 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와시리아는 현재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내전으로 매우 위험하고, 귀국하면 정부군에 징집돼 죽을 수도 있다며 난민 신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이에 A씨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를 난민으로 인정하진 않았다. 다만 귀국할 경우 생명의 위험이 있으므로 인도적 체류를 허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난민법상 인도적 체류 허가는난민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고문 등 비인도적 처우나 처벌 등으로 인해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 내리는 처분이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으면 한국에 1년 거주할 수 있고 매년 재심사를 거쳐 체류 기간을 1년씩 연장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정부 당국의 기존 입장과 대조돼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는 그간 난민 신청자가 인도적 체류 허가를 신청할 권리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재판부는인도적 체류 허가는 외국인의 출입국 및 체류 관리와 관련한 법 집행으로 공권력의 행사임이 분명하다허가 여부에 따라 외국인의 법률관계에 변동이 생긴다는 점이 명백하므로 A씨에게 이를 구할 신청권이 있다는 판단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제주도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으나 불인정된 예멘인들의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 총 484명 중 최근 언론인 출신 2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았으며, 412명에겐 인도적 체류 허가’, 56명에겐 난민 단순 불인정결정이 내려졌다. 나머지 14명은 도중에 난민 신청을 철회하거나 출국하고 나서 재입국 기간 안에 입국하지 않아 직권 종료됐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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