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내가 쓰던 물건 내 손으로 고치는 RIY(Repair It Yourself) 문화 만들어요”

소셜벤처 ‘인라이튼’ 신기용 대표 인터뷰

지난달 26일 서울새활용플라자 1층 ‘꿈꾸는 공장’에 있는 ‘인라이튼’의 작업장에서 만난 신기용 대표. 신 대표가 들고 있는 상자는 수리를 원하는 가전제품을 고객이 넣어 보낼 수 있도록 인라이튼이 자체 제작한 것이다.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게 튼튼한 재질로 만들어졌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저희가 최근 론칭한 가전제품 전문 해외 직구 쇼핑몰 ‘리스토어(RE-STORE)’는 최저가 보장, 각종 할인 혜택 등을 내세우는 다른 해외 직구몰과는 다릅니다.  품질 검증된 제품을 엄선해 판매하는 건 물론이고, 제품이 고장 나면 수리까지 책임집니다. 좋은 제품을 오래 쓰는 지속 가능한 삶을 가능케 하는 게 저희의 목표죠.”

지난달 26일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만난 신기용(33) 인라이튼(Enlighten) 대표는 리스토어를 소개하며 ‘책임’이란 단어에 힘을 실었다. 인라이튼은 2014년 설립된 후로 버려진 휴대전화 배터리를 재사용한 보조 배터리 ‘배(BETTER-RE)’, A/S가 어려운 해외 브랜드 가전제품을 수리하는 ‘배리뉴(BETTER-RENEW)’ 서비스를 내놓으며 꾸준히 가전 쓰레기(e-waste)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몰두해왔다.

신 대표는 해외 직구한 가전제품들은 아무래도 수리가 어려워 고장 나면 버리고 새로 사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부터 수리 서비스를 보장하는 리스토어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리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청소기 모델 하나와 공기청정기 모델 둘. “베터리뉴 서비스 의뢰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제품들이에요.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쓴다는 뜻이죠. 또 저희가 수없이 뜯어보고 들여다보면서 품질을 확인했고, 자신 있게 고칠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해 다루는 제품군을 늘려갈 예정입니다.”

인라이튼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라이튼은 최근 빅워크’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잘노는’ ‘KOA’ ‘포이엔과 함께 사회적기업가 양성 프로그램인 ‘H-온드림의 엑셀러레이팅 부문 지원팀에 선정됐다. H-온드림은 현대차정몽구재단, 현대자동차그룹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기업은 최대 1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비롯해 경영 전반에 관한 각종 교육과 자문을 받는다. 신 대표는 버려지는 배터리나 가전제품을 줄여 환경오염을 막겠다는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난관에 부닥치면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며 생존해온 근성이 좋게 평가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리스토어는 인라이튼이 H-온드림에 제안한 사업 계획 중 하나일 뿐. 또 다른 밑그림들이 채색을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더 넓은 작업장을 마련하는 것. “지금 저희가 쓰는 서울새활용플라자 1꿈꾸는 공장내 작업장은 포화상태예요. 공간이 좁아 하루에도 수십개씩 전국에서 배송되는 수리 의뢰 물건을 보관하기도 벅차고, 기술장인들이 작업할 공간도 넉넉지 않고요. 인력을 보충하려 해도 작업공간이 없어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인라이튼에서는 현재 수십년간 전파사를 운영해온 60-70대 기술장인 셋과 마이스터고를 졸업하고 바로 취직한 주니어 기술자 셋이 수리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지금도 700건 이상 수리 의뢰가 밀려 있어요. 내년 상반기 안에는 더 넓은 작업장으로 옮겨 인력도 늘리고, 주문 소화량도 늘릴 예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은퇴했지만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시니어 엔지니어와, 일할 곳을 찾지 못한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줄 수도 있고요.

인라이튼에서는 은퇴한 기술장인과 마이스터고를 갓 졸업한 청년 기술자가 함께 일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기술 전수라는 사회적 임팩트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인라이튼

다른 하나는 스스로 고치는 문화만들기다. 이는 인라이튼이 더 넓은 작업장을 원하는 또 다른 이유기도 하다. 신 대표는 실제로 인라이튼이 받는 제품 중 상당수가 고객이 직접 고쳐보려고 도전했다가 실패한 것들이라며 내가 쓰는 가전제품을 내 손으로 고쳐보는 ’RIY(Repair It Yourself)’ 공방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직접 제품을 고쳐보려는 사람들에게 인라이튼의 기술장인들이 조언을 해주고 수업도 하면서 RIY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내 손으로 고친 제품에는 애착도 더 많이 느끼고, 더 소중하게, 오래 쓰게 되지 않을까요?” 인라이튼의 배터리는 방전될 기색이 전혀 없어 보였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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