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환경문제에 적극적인 한국, 재활용품 시장 확대에 기대감”

에릭 카와바타 테라사이클 아시아 대표 인터뷰

2001년 설립된 글로벌 환경기업 테라사이클(TerraCycle)은 버려진 쓰레기를 재활용해 새 제품을 만들거나 재활용품을 만들기 위한 자재를 납품하는 회사다. 21개국에 진출한 테라사이클은 전 세계 8000만명의 시민과 함께 재활용 프로젝트를 진행해 지금까지 폐기물 약 41억㎏을 재활용했다. 연간 매출액은 약 300억원. 지난 17년간 재활용으로 벌어들인 돈 가운데 총 210억원을 시민단체에 기부한 ‘착한 기업’이다.

ⓒ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쓰레기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 테라사이클의 에릭 카와바타(Eric Kawabata·사진) 아시아 대표를 지난 16일 광화문 한 카페에서 만났다. 카와바타 아시아 대표는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 등 금융업계에서 중역으로 일하다 2013년 테라사이클 아시아 대표가 됐다. 환경기업의 임원답게 기자를 보자마자 “한국 카페에서 일회용 컵이 금지됐다고 들었는데 반가운 소식”이라며 인사를 건넸다.

◇카프리썬 봉지로 가방 만들고, 버려진 신발로 놀이터 짓는 기업

테라사이클은 미국 프린스턴대 학생이었던 톰 재키(Tom Szaky) 대표가 학교 식당에서 낭비되는 음식물 쓰레기를 비료로 만들어 판 게 시작이었다. 그는 지렁이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먹인 뒤 그 배설물을 비료로 만들어 팔아 큰 호응을 얻었고 월마트, 홈디포 등 미국의 대형마트에 납품하게 됐다. 회사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미국 대형 식품회사, 초등학교와 협력하면서부터다.

테라사이클에는 전 세계 지부에서 일하는 직원 200여명이 있다. 사진은 테라사이클 미국 본사 사무실 모습. ⓒ테라사이클

“카프리썬이란 음료로 유명한 미국 식품회사 크래프트 푸드(Kraft Foods)와 2009년 음료 재활용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당시 크래프트 푸드는 임팩트 있는 사회공헌을 하고 싶어 했고, 우리는 카프리썬 봉지 재활용을 제안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테라사이클은 당시 사무실이 있던 뉴저지 트랜턴 지역 초등학교에서 시작해 미국 전역 약 5만개의 초등학교에서 카프리썬을 모으는 ‘수거 시스템’을 구축했다. 수거한 카프리썬 봉지는 가방, 필통 등으로 만들어 도매상에 팔았다. 기업도 큰 이익을 얻었다. 카프리썬 수거 초기인 2009년에는 크래프트 푸드의 연간 매출이 약 1조원이었는데,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된 2011년에는 1조5000억원으로 상승한 것.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시장을 바꾼다’는 테라사이클의 메시지가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테라사이클의 메시지는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피앤지(P&G)와의 협업 사례에서도 증명됐다. 테라사이클은 지난해 초부터 피앤지 본사와 함께 유럽 각지의 마트에 재활용 용기에 담긴 헤드앤드숄더 샴푸를 판매 중이다. 재활용 제품에 대한 반응은 예상보다 훌륭했다. 특히 프랑스의 대표 대형마트인 카르푸(Carrefour)는 2년치 상품 17만병을 한 번에 주문하기도 했다. 재활용 용기는 제작 비용이 일반 제품보다 약 5배 이상 높지만, 피앤지는 주방세제 등 재활용 용기 상품을 늘리기로 했다. 이외에도 ‘갭(GAP)’으로 유명한 의류회사 올드 네이비(old navy)와 함께 버려진 신발을 활용해 미국에 놀이터 20개를 만들었다. 테라사이클은 지난해 여름 UN으로부터 ‘세상을 바꾼 이에게 주는 상(Momentum full change awards)’을 피앤지와 공동 수상했다.

◇“한국, 환경에 대한 인식 수준 높아… 내구성 좋은 재활용품 제작이 목표”

테라사이클의 대표 재활용 제품들. ⓒ테라사이클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큰 재활용 시장은 일본이다. 2014년 설립된 테라사이클 일본 지사는 일본 담배회사 JTI와 함께 담배 필터로 휴대용 재떨이를 만들어 편의점 고객에게 제공,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설립된 한국지사도 의미 있는 협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피앤지한국과 함께 전국 40개의 이마트에서 500㎏의 방향제를 수거해 일부를 평창동계올림픽 응원봉으로 재활용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피앤지한국과 함께 서울 50곳의 초등학교에서 2만5000개의 칫솔을 수거해 화분으로 만들어 판매했으며, 그 수익금은 저소득층 아이들의 치과 치료 기금으로 기부했다.

카와바타 아시아 대표는 “아직 협력 사례가 많지 않지만 한국은 환경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 기대가 크다”면서 “정부와 언론이 쓰레기 문제를 적극 알리고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일회용품 사용 자제하기 운동 등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칭찬했다.

테라사이클의 다음 목표는 ‘100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100원어치 용기를 만들어 한 번 쓰고 버리는 것보다 3000원짜리 반영구적 용기를 100번 사용하게 해 폐기물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다양한 기능도 탑재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샴푸통이 사용자의 머리 길이를 측정해 자동으로 적정량을 덜어내는 거죠. 물론 이런 제품을 만들려면 제조사, 유통사 등과 협력이 필요하겠지만요.”

 

[박민영 더나은미래 기자 bad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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