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공익위원회, 정치적으로 독립된 공공기관으로 신설돼야”

올해도 공익위원회(Charity commission)는 ‘뜨거운 감자’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공익법인 활성화 방안으로 시민공익위원회(가칭)의 설치를 내걸었고, 이달 발표한 ‘반부패 5개년 종합계획’에서도 공익법인의 투명성·공정성 강화를 위해 이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산하에는 지난 3월 ‘공익법인 총괄기구 설치에 관한 TF’가 꾸려져, 공익위원회 설치에 대한 사항을 검토 중이다. 국회에서는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월 중으로 관련 내용을 담은 공익법인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법무부도 오는 10월 말 정부 법률안을 내놓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시민공익위원회, 앞으로의  향방은?

정부와 국회의 견인으로 달려가는 공익위원회 논의에 대한 비영리단체(NPO)의 목소리는 어떨까. 지난 16일, 한국 NPO공동회의(이하 NPO공동회의)는 ‘민간공익위원회 설립 필요성과 역할 및 해결과제’를 주제로 한 NPO 간담회를 개최했다. 각 단체의 이해와 논의를 돕기 위해 20년 가까이 공익위원회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김진우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특별 강사로 나섰다.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회관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이일하 NPO공동회의 이사장(굿네이버스 이사장), 김희정 NPO공동회의 사무총장,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를 비롯해 50여 명의 NPO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NPO공동회의는 2016년 ‘국제 기부문화 선진화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호주 자선비영리공익위원회(ACNC) 차관과 국장, 학계 교수 등을 초청했다. 사진은 당시 컨퍼런스 현장. ⓒ한국NPO공동회의

우리나라의 현행 민간공익단체 관리 체계는 ‘주무관청제’. 민간이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공익활동을 하려면, 목적사업에 맞는 담당 관청으로부터 설립 허가와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하는 구조다. 김진우 교수는 “주무관청제는 행정청의 호불호에 따라 설립 허가 여부가 달라지거나, 보조금 등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행정청의 눈에 들어야 하는 등 관변단체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며 “주무관청이 정치적으로 독립적이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는 부처별로 법령 해석이 다르거나 담당 공무원이 6개월~1년 만에 순환 보직되는 등 공익활동에 장애물이 많다”며 “성질이 다른 복수의 사업에 대해서는 복수의 법인을 설립하고 중복 보고를 해야 하는 비효율에 대해 단체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공익위원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김진우 교수는 재차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는 “공익위원회는 정치적으로 독립된 공공기관(비행정부기구)으로 신설돼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처럼 사회 각계각층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9명의 ‘공익위원’을 임명하면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무관청별로 쪼개진 공익민간단체를 한곳에서 관리하는 ‘총괄기구’로서의 역할도 핵심이다. 그는 “민간공익단체등록부를 통합해 지원과 감독을 한곳에서 한다면, 법령 해석이 달라지거나 복수의 법인을 설립할 필요가 없어 유용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기부금품법상 관리비용 비율 제한(최대 15%)을 없애는 것이나, NPO의 정치 활동 허용 범위에 대한 경계를 정하는 것도 공익위원회의 과제”라고 말했다.

김희정 NPO공동회의 사무총장은 “오늘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들과 단체들의 설문 결과를 종합해 총리실과 법무부, 관련 의원실에 의견서를 전달할 것”이라며 “앞으로 공익위원회 설치, 국세청 공시양식 등 공익법인 관련 이슈에 대해 NPO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테이블을 정기적으로 만들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비영리 리더들의 말말말

이일하 한국NPO공동회의 이사장(굿네이버스 이사장)

“공익위원회의 필요성을 오래전부터 이야기해 왔다. 사단법인을 만들려고 문화체육관광부에 가면 ‘100명 모아 오라’고 하는데, 외교부는 단 10명이어도 설립 허가를 내준다. 모든 부처에 법인 관리를 맡기니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다.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이 공익법인에 대한 관리 소홀의 문제로 엉뚱하게 귀결되면서, 공익위원회에 대한 논의가 단체들에 관리 규제를 거는 쪽으로만 가고 있는 듯하다. 국내 모든 NPO가 ‘위험한’ 단체로 인식되기 이전에 NPO들이 다 함께 의견을 개진할 때다.”

김희정 한국NPO공동회의 사무총장

“2년 전 호주를 다녀왔다. 호주의 자선비영리공익위원회(ACNC)는 우리나라와 달리 민간에서 먼저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어서 설립됐다. 각 지자체에 운영을 보고해야 했던 NPO들이 정부와 국회에 ‘영국 공익위 같은 공익위원회를 설립해달라’고 주장했고, 정부가 1년 정도 타당성 조사와 TF팀을 꾸려 만들었다. 호주 NPO들은 공익위원회 한 곳에만 재정 보고를 하고, 공익위가 회계, 법률 등 인큐베이팅 역할을 전담한다. 우리도 공익위원회의 방향성에 드라이브를 걸어, 육성과 지원, 활성화의 역할도 강조해야 한다.”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
 

“사회복지법인은 공익위 설치가 아주 반갑다. 사회복지법인은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다 보니, 정부 수준의 재무규칙을 동일하게 적용받는 등 통제가 심한 편이었다. 일각에서는 ‘사회복지법인 중 모금을 하는 단체만 공익위원회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하거나 ‘보건복지부 산하 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 공익위원회의 관리를 받으면 관리가 이원화되는것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특수학교를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들도 여태껏 한 번도 문제가 없었다. 사회복지법인도 전부 공익위원회의 관리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