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저소득 장애인의 건강한 치아를 위해… 민여진 스마일재단 사무국장 인터뷰

치아는 제일 먼저 음식을 소화시켜 주는 1차 장기예요. 치아 건강이 기본권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죠.

민여진 스마일재단 사무국장은 치아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002년 설립된 스마일재단은 장애인 구강 건강을 위해 활동하는 전국에서 유일한 비영리단체다. 대한민국 모든 저소득 중증장애인이 온전한 치아를 갖고 웃으며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다.

스마일재단은 2017년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PA)에서 ‘올해의 NPO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는 아시아에서 자선을 실천하며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지도자와 영웅들을 찾아 격려하기 위해 2015년 제정된 상이다. 올해 스마일재단은 10년 넘게 장애인의 건강권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고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았다. 장애인에게 치아 건강은 어떤 의미일까.

◇저소득 장애인에겐 너무 높은 치과의 문턱

먼저, 치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 필수적이다. 장애인은 이마저도 어렵다. 먼저 치과에서 유니트 체어(치과 진료 의자)에 앉기까지 걸림돌이 많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휠체어 장애인은 병원에 들어가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진료실에 들어간 뒤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민 사무국장은 “유니트 체어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치과센터 더스마일치과.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신로40길 16 나로센터 5층에 위치해있다. ⓒ스마일재단

경제적 부담도 장애인의 치과 진료를 방해하는 중요한 요소다. 2015년 기준 치과의 비급여 본인 부담금 비율은 31.9%로, 전체 의원급 비급여 본인 부담금 14.8%의 두 배가 넘는다. 치과의 높은 비급여 본인 부담금 비율은 저소득 장애인에게 더욱 높은 장벽이다.

민 사무국장은 “정부의 장애인에 대한 의료비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지만, 구체적인 시행령이 나오지 않아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없단다.

치과 의사 중에서도 장애인 진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치과 진료 시 자세 고정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 중요한데, 불수의 운동(본인의 의자와 관계없이 일어나는 몸의 움직임. 경련, 전율, 재채기 등이 포함된다)이 일어나는 뇌병변 장애인은 자세 유지가 어렵다.

또한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등 의사표현이 어려운 장애인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설명하는 것조차 힘들다. “물리적 속박 장치나 전신마취는 환자의 근육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고, 각성 정도가 높아져서 마취가 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민여진 사무국장은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환경 모두가 저소득 장애인이 치과 진료를 포기하게 되는 원인이다”고 설명했다.

◇“총각김치를 한 번 씹어 먹어보고 싶어요.”

스마일재단은 2002년 장애인의 구강 건강에 뜻을 가진 치과의사를 중심으로 설립됐다. 재단의 후원자 대부분이 치과의사, 치위생사, 치과 기공사 등 치과계 종사자다. 2017년 예산 11억 2000여만 원의 70%가 이들을 포함한 개인후원자의 기부금이다. 현재 재단 사무국 직원은 다섯 명에 불과하다(2017년 5월 기준). 올해로 13년째 활동하고 있는 민여진 사무국장은 스마일재단의 사업과 살림을 모두 챙기는 안방마님이다.

매년 진행하고 있는 ‘전국 저소득 중증장애인 보철 지원사업’은 스마일재단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전국 저소득 중증장애인 보철 지원사업’의 지난해 지원규모는 5700만원이 넘는다. 신청 기준은 제법 까다롭다. 장애 등급 1, 2, 3급에 해당하는 중증장애인이면서,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여야 한다. 여기에 남아있는 치아가 14개 이하인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

이렇게 까다로운 기준에도, 매년 신청자는 선정 인원의 5-10배에 달한다. 이들 중 잔존치아 개수가 적은 순서대로 지원 대상에 선정된다. 2016년도에는 27명이 이 사업을 통해 미소를 되찾았다. 보철 지원사업 외에 스마일재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은 수혜자는 118명이었다.

“사업에 선정되신 분들에게 저희가 ‘치료 후에 뭘 가장 하고 싶으세요’라고 여쭤보면 ‘총각김치 같은 거 한 번 씹어 먹어보고 싶다’고 하세요. 되게 소박한 건데도 그분들한테는 목표가 되는 거죠.”

지난 2012년에는 신청한지 3년만에 선정된 수혜자도 있었다. “처음 지원사업을 신청하셨을 때 그 분의 잔존치아는 7개였어요. 그런데 더 심한 분이 계셔서 탈락하셨죠. 그 다음해에는 5개가 남은 상태로 다시 신청하셨는데 또 탈락하셨어요. 마지막에 선정된 해에 남아있던 치아는 3개였어요.” 그는 치아가 줄어드는 동안, 물에 밥을 말아 먹거나 라면을 불려서 죽처럼 떠먹었다고 했다.

스마일재단의 장애인 구강건강교육 현장. ⓒ스마일재단

“3~4년 전쯤 80대 중반이 넘은 한 어르신의 편지를 받은 적이 있어요. 복합 장애를 갖고 있는 40대 중반의 아들을 돌보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내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아들 밥이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게 해주고 가고 싶다는 편지였어요.”

민 국장은 예산 문제로, 더 많은 장애인을 지원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워했다. 1인당 치과 진료비 지원 단가가 300만 원 정도로 높다. 현재 ‘전국 저소득 중증장애인 보철 지원사업’은 100% 후원금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밥을 못 씹어 먹는 장애인이 없는 날까지

치아 건강에는 무엇보다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스마일재단은 장애인 시설 이동 진료 사업, 장애인 부모 및 치과 의료진 대상 교육사업도 함께 진행한다. 장애인 진료의 특수성 때문에, 한국장애인치과학회와 연관된 전문가가 이동진료 봉사자로 참여한다. 이동진료를 위해 방문한 장애인 시설에 칫솔, 치실 구강용품을 지원하기도 한다.

민 사무국장은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치과의 위치를 표시한 ‘장애인 치과 진료 네트워크’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장애인 구강관리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양치 시간이나 치과 관리 주기마다 알람이 뜬다든지, 칫솔질을 할 때 타이머와 함께 순서를 알려주는 기능이 포함된 앱이다.

스마일재단의 장애인 이동진료 사업 현장. ⓒ스마일재단

스마일재단의 목표는 ‘밥을 못 씹어 먹는 장애인은 없게 만들자는 것’이다. 민여진 사무국장은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가 장애인의 구강 건강을 위해 역할을 다해줄 것을 촉구했다.

“일본에서는 장애인을 진료하면 수가가 최대 50%까지 추가로 붙습니다. 의사가 장애인 진료를 거부할 이유가 없도록 하는 거죠. 우리나라도 장애인 가산 진료수가를 도입했지만 500원 안팎으로 일본에 비하면 인센티브가 미미합니다. 이런 식으로 장애인의 치과 진료를 보장할 수 있는 정책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조유라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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