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TEDFest 참관기 (상)] 커뮤니티를 창조하는 이들을 위한 글로벌 동창회

TEDFest 참관기 (상)

 

TEDFest를 아는가. 올해 처음 시도된 TEDFest는 전세계 60여개국에서 500여명의 참가자가 함께 한 TED의 연관행사다. 지난 4월말 뉴욕에 모인 이 참가자들은 일반인들이 아니다. TED 본사로부터 각 나라와 지역, 학교에 TED행사를 열수 있는 라이센스를 부여받은 이들이다. 국내에서도 TEDxMyeongdong(명동)을 시작으로 TEDxSeoul(서울), TEDxYouth@Hanam(청소년하남), TEDxItaewon(이태원) 등이 열렸는데, 전세계 2만666개의 TEDx행사 중 국내에만 지금까지 535개의 이벤트가 있었다.

지난 4월 25일, 60여개국 500여명의 TEDx 운영진들이 모인 뉴욕 현장 ⓒ박윤아

TED본사는 전 세계에서 늘어나고 있는 TEDx 행사를 직접 꾸려가고 있는 혁신가들을 초청해, 서로의 사례를 공유하고 네트워킹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2013년부터 TEDxCheongjuED(청주에듀)를 총괄기획 운영을 맡아온 ‘더나은미래’ 박윤아 청년기자는 지난 4월말 이번 행사에 초청받아, 현장을 돌아봤다. 커뮤니티를 창조하는 이들이 모인 ‘글로벌 동창회’ 현장을 2번에 걸쳐 르뽀한다./ 편집자

 

#1. 올해의 TED 키워드는 ‘인간’

 

‘미래의 당신(The Future You).’

TEDFest가 열리는 같은 기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2017의 핵심 어젠다였다. 첫날 무대에 선 세계적인 종교석학 조너선 색스는 “종교와 신념을 믿었던 사람들이 오늘날 가장 숭배하는 종교는 바로 자기 자신(Selfie)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24일, TED 수석 큐레이터 2명이 오프닝을 열고있다 ⓒ박윤아

“자신을 숭배하는 것은 우정, 신뢰, 충성, 사랑을 필요로 하는 우리의 사회적 본성과 당연히 충돌됩니다. 우리가 ‘I(나 자신)’으로 가득차서 ‘We(우리)’가 충분하지 않으면, 연약하고 두려워하고 외로운 우리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조너선은 ‘나’만 존재하는 삶의 형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순한 제안을 한다.

여러분 마음 속에 있는 그 단어를 찾아서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자기 자신’이란 단어를 ‘타인’으로 바꾸기만 하면 되지요. 혼자서는 미래를 절대 맞이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아는 이상, 우리는 함께 맞서야 할 것입니다.

조너선 색스는 영국의 저명한 유대교로 오늘날의 극단주의 시대에 차이의 관용을 호소한 ‘차이의 존중(말글빛냄) 이라는 책으로 유명하다.

세계은행 총재 김용은 “개도국에 기부가 아닌 투자를 해야한다”고 말하며 인류의 미래가 투자와 얼마나 연관성 있는지 말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정보기술을 개도국에 더 투자해야 합니다. 아프라카 잠비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시간당 1kW 당 25센트에서 4.4센트로 전력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드론(무인항공기)으로는 1시간 내에 르완다 전역에 당장 수혈이 필요한 혈액을 공급할 수 있어요. 투자가치가 높은 개발도상국 기술에 투자하면 생명도 살리고 돈도 벌 수 있는 것입니다.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 한국에서 자란 김용은 전 다트머스대학의 총재이자 2012년부터 세계은행 총재를 역임하고 있다. 그는 TED 행사에서 “세계은행이 융합하고자 하는 열망이 낮다”며 비판했다. “2030년까지 극심한 빈곤 문제를 퇴치하겠다”고도 했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 CEO인 엘론 머스크도 요즘 자신이 하고 있는 새로운 도전을 소개로 강연을 시작했다. 교통 체증 해소를 위해 3D 지하 터널을 뚫겠다는 스타트업 더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 터널에는 속도제한이 없다.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달리는 자동차가 정차하면 바로 30층 아래의 지하로 운반된다. 지하에서는 전기 주행로를 통해 시속 200km로 달리는 것이 가능하다.

지하터널은 물론 돈이 많이 드는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벽에 보강재를 배치 할 수 있는 기계를 직접 제작하여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터널을 뚫는 굴착기는, 보통 절반은 터널을 뚫고 나머지 절반은 벽을 보강하는 데 씁니다. 차는 임의로 여러 터널과 층으로 갈 수 있지요.

그는 “자율주행차가 교통체증을 줄이고 더 빠르게 이동할 수는 있겠지만 공유차량으로 인해 버스 티켓보다 저렴한 자동차를 다시 이용하게 되면 결국 다시 교통체증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서 머스크는 “확률의 관점에서 미래를 바라본다”며 “일어나면 좋은 일들을 10년 또는 더 빨리 앞당겨 미래를 구축하고 싶다”고 전했다.

로봇, AI의 발전으로 삶에 전면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미래에 어떻게 적응,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TED는 주로 이야기 했다. 종교적 석학에서부터 세계 경제의 리더와 IT산업의 혁신가들은 현재 당면한 복잡한 문제에 대해, 개인이 접근하는 게 아니라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는 것을 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이 외에 성소수자, 여성 인권, 난민 등 사회의 소외된 자들을 대변하는 활동가 및 기업가들의 이야기 역시 청중들의 마음을 울리는 데 충분했다.

 

#2. 누가, 왜 TEDx 를 만드는가

 

포토존 앞에서 TEDxMadrid의 로레나와 자비 ⓒ박윤아

몇 년 동안 붐을 이루던 국내의 TEDx 행사의 열기가 사그라든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20대 대학생들이 TEDx스펙으로 시작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8-9년씩 TEDx 라이센스를 갖고 지속가능한 모델까지 개발하고 있었다. TEDFest의 점심시간, TEDxMadrid(마드리드)의 자비(Javi)로레나(Lorena)를 만나서 비즈니스 모델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현재 유럽은 기업가 정신과 지식 공유가 불고 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로레나는 전세계 코워킹 스페이스 허브 마드리드의 총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공유경제와 기업가정신을 알리는 도구로 TEDx마드리드를 시작했어요. 이 곳에서 새로운 개념을 처음 접한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교육을 요청해 2014년부터 프로그램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동 디렉터인 자비(Javi)는 마드리드시의 문화예술부 산하의 공기업에서 일하면서 정부의 사회혁신부서와 TEDx를 연결시키는 일을 한다.

“올해 아쇼카 스페인 펠로우로 선정되어 TEDx를 위한 후원금 모집이 더 수월해졌어요. 작년 만 명 규모로 진행한 TEDx행사는 40만원의 입장권이 모두 매진되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2009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9년째 TEDx를 만들고 있는 이들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었다. 자비와 로레나는 30-40대로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대다. 오랜 기간 행사를 이끌어오면서 충분히 목소리를 내고 사람과 커뮤니티 도시를 움직이는 방법을 터득했다.

 

#3. 아시아에선 시들, 왜 유럽에선 ‘핫’한가

 

한 때 국내에서도 매달 20-30개의 TEDx행사가 크고 작게 열린 적이 있었다. 대부분이 지속적인 ‘가치’를 위했다기 보다 단발성 이벤트를 위했던 것. 그 시기 TED에서 아시아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남아있는 사람이 얼마 없다. 유독 유럽인이 많았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핀란드 등지에서 온 유럽권 사람들은 기본 8-10년의 라이센스를 가진 이들이었다.

TEDFest 둘째날의 점심시간, 마리아와 함께 ⓒ박윤아

그리스에서 온 교사 마리아 안젤로포울루(Maria Angelopoulou)는 TEDxAtene@Youth(아테네)를 6년간 운영했다. 동료교사들과 교육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지속적인 교육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유럽인들을 계속해서 움직이도록 하는 동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미국의 혁신문화를 우리도 동경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TEDx와 같은 연결고리를 통해 우리가 혁신의 주도권을 잡고 싶어하는게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에는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TED가 올해 처음으로 스페인어로만 단독 진행한 세션을 넣은 것은 우연의 일치는 아니었을 것이다. 늘어나는 유럽 참가자 수를 대비해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쓰는 연사 7명을 섭외하여 12개의 세션 중 하나로 넣었고 영어 자막을 대신 지원했다.

이번 TEDFest에는 뉴욕의 핫한 라콜롬브 커피와 유기농 쿠키 및 초코렛이 스낵바에 계속해서 공급되었다. 군데군데 놓여져있는 소파와 높은 테이블에는 교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꽉차 있었다. 굳이 안에서 가만히 앉아 졸면서 강연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밖에서도 스크린으로 얼마든지 소파에 누워서 TED를 보며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더 유익이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이다. 사회자가 앞에 나와서 진행 순서를 읊어주는 파티가 아닌, 아침부터 점심, 저녁까지 이들에게는 늘상 네트워킹 파티가 존재한다. TED는 이렇게 장소와 커피, 음식, 파티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든다.

이 파티에서 이탈리아 TEDxGenova(제노바) 디렉터 지아코모 카로자(Giacomo Carozza)를 만났다.

이탈리아에서 온 개발자이자 TEDxGenova의 지아코모 ⓒ박윤아

“대학 때부터 TEDx활동을 하고 졸업 후 IT기업에서 일하면서 지역을 옮기며 여러 TEDx를 경험했습니다.”

청소년들을 위한 코딩 교육에 관심이 많아 코더도조도 운영한다. TEDx처럼 코더도조부터 라이센스를 따서 지역의 IT나 컴퓨터공학을 가르치는 교사들과 함께 워크샵을 연다. 때마침 뉴욕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에 NASA에서 주최하고 있는 스페이스앱스챌린지에 찾아가 인큐베이션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인터뷰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과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TEDxYouth(유스) 라이센스를 업그레이드하고자 왔다”고 했다.

그랬다. 대부분의 TEDx’er(라이센시 또는 오거나이저를 통칭하는 말)가 이곳에 오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라이센스 업그레이드 때문이다. TED가 주최하는 공식 행사에 오면 라이센스의 레벨이 달라진다. 처음 행사를 참석하면 1000명까지 모을 수 있다. 두 번째 레벨은 1박 2일로 TEDx를 열 수 있다.

미국식 네트워킹은 TED에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물론 이미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언제든지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TED이긴 하다. 그래서 TED는 이 모든 상황을 미리 만든다. TEDFest에 참가하기 전에 A4로 3-4장 되는 자기를 소개하는 신청서를 작성했다. TED는 사전에 접수된 참가자의 정보를 일련의 알고리즘으로 돌려서 점심식사 테이블에 마주칠 사람들을 사전에 정해놓았다. ‘이 사람과 이 사람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라는 일종의 TED의 해석이 가미된 계산이다. 한마디로 TEDFest는 ‘퍼뜨릴 만한 가치있는 아이디어’를 사명으로 삼은 이들이 ‘TEDx’를 공동의 관습으로 열어오면서, ’동질감’을 가지고 ‘뉴욕’이라는 한 곳에 모여 네트워킹을 통해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TEDFest 참관기 (하)] TED가 시크릿 연사를 두는 이유 읽기

 

TED란?
‘Ideas Worth Spreading(퍼뜨릴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이라는 모토를 가진 TED는 흔히 유명인들의 강연 컨퍼런스로 알려져있다.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기술(Technology)·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과 관련해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나누는 강연 컨퍼런스이다. 1996년부터 온라인에 강연을 무료로 배포하며 ‘지식 공유’의 획을 그었다. TED2017은 캐나다 벤쿠버에서 지난 4월 22일부터 26일까지 열렸다.

 

박윤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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