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세계 최대 낙농회사 다농(Danone)까지 가입한 ‘비콥(B-Corp)’, 글로벌 대세로 떠오른 이유는?

세계를 위한 최고의 기업, ‘비콥(B-Corp) ’의 비밀 

 

비콥 유럽 공동설립자·파타고니아 CSR 선임매니저 인터뷰

 

ⓒwww.bcorporation.net

비콥이 다른 유형의 기업들보다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것으로 본다.” (로버트 쉴러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똑똑한 리더라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반드시 비콥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포춘이 선정한 2016 5대 트렌드)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한 비즈니스에서 기후변화·인권·상생 등을 고려,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한 비즈니스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 이러한 변화의 중심엔 비콥(B-Corporation·이하 비콥)’이 있다. 이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B(B-LAB)’이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수여하는 인증 마크로 2007년 시작됐다. 현재 50개국에 걸쳐 2000여개 기업이 참여했고, 미국은 30개 넘는 주에서 비콥을 법제화했다. 북미 아웃도어 부문 2위인 파타고니아(Patagonia), 미국 아이스크림 회사 벤 앤드 제리(Ben&Jerry’s) 모두 비콥 인증을 받았고, 다국적 기업인 유니레버(Unilever)와 세계 최대 낙농제품 생산 기업인 다농(DANONE)도 비콥 인증을 준비 중이다. 기업의 좋은 가치를 지키면서도 미래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

글로벌 기업이 비콥에 주목하는 이유, 비콥에 가입하면 좋은 점은 무엇일까. 비콥 유럽 공동설립자(비콥 국제 홍보대사)인 마르첼로 팔라치(Marcello Palazzi)비콥 열풍의 비밀, 로건 듀란(Logan Duran) 파타고니아 CSR 선임매니저가 파타고니아가 비콥이 된 이유를 공개했다. 

◇비콥이 글로벌 ‘대세’가 된 이유, “사회적 압력과 신뢰 때문”  

마르첼로 팔라치(Marcello Palazzi) 비콥 유럽공동설립자 ⓒbcorporation.eu

“소비자들은 더이상 단순히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을 원하지 않는다.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고, 신뢰한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자원이 감소되는 등 환경·사회적 리스크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마르첼로 팔라치 대표는 기업을 향한 시민들의 기대와 압력이 ‘비콥 열풍’의 비밀이라고 입을 열었다. 월스트리트 주가 조작 사건 등 기업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올바른 일을 하는 기업에 대한 관심과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 마르첼로 팔라치 대표는 런던, 네덜란드 등에서 20년 넘게 사업가로 일하다 비콥 유럽을 설립했다. 자신을 ‘필란트로피스트(Philanthropist)’ 또는 ‘소셜 앙터프리너(Social Entrepreneur·사회 혁신가)’라고 불러달라는 그는 ‘좋은 비즈니스’를 위한 기업의 혁신이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어떤 기업들이 비콥에 가입하고 있는가? 글로벌 트렌드가 궁금하다.

“비콥이 시작된 게 2007년이다. 10년 만에 50개국 130개 산업에서 2000개 넘는 기업이 비콥에 참여했다. 브라질의 최대 화장품 회사 ‘내츄라(Natura)’, 네덜란드 트리오도스 뱅크(Triodos Bank) 등 인증 절차 중인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10억 달러 미만 기업부터 전 세계에 지사를 가진 다국적 기업들까지 다양하다. 최근엔 88개 국가에 진출해있는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과 세계 최대 낙농업체 다농(DANONE)도 비콥 인증을 준비 중이다. 아시아는 비콥이 진출하려는 마지막 대륙이다. 대만부터 시작해서 현재 인증받은 회사가 36개다. 향후 5년간 400개 기업의 인증이 목표다.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는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비콥에는 산업별, 기업 규모별로 70여개의 버전이 있다. 기업이 사회로부터 받는 압력, 젊은 세대로의 리더십 교체가 자연스레 비콥을 향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 세계에 지사를 가진 다국적 기업인 다농의 비콥 인증이 화두다. 어떤 절차를 거쳐 비콥 기업이 됐나. 

“다농은 우유, 유산균, 발효유 등 낙농 제품과 생수를 전문으로 하는 낙농업체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볼빅, 에비앙, 바두와 등의 생수 브랜드를 떠올리면 된다. 100년 넘는 전통을 가진 기업임에도 10~15년된 신생 기업들과 발맞춰 가려는 혁신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다농 스페인에 있는 10억 규모의 협력사를 시작으로 올해 1월부터 미국, 말레이시아, 이집트, 이탈리아, 영국 등 각국 지사들이 비콥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2020년까지 전 세계 80개 지사가 전부 가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9월 이사회에서도 비콥 인증이 논의돼 승인을 받았고, 조만간 주주총회에서도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다농의 가장 큰 슬로건은 동물성 원료에서 식물성 원료로의 전환이다. 향후 유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기업 전체의 방향성을 전환한 것이다. 모든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하는데, 소비자는 기업이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신뢰도를 고려하며 구매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환경세를 부과하는 등 정책적 변화를 시도한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이 피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된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을 어떻게 비콥에 가입시켰나. 

“CEO가 움직여야한다. 그것이 비콥 운동의 핵심이다. 실무자가 비콥에 관심이 있다해도, 평가를 거쳐 인증을 받으려면 결국 CEO의 승인과 허가가 필요하다. 우리 도 CEO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굳이 비콥에 가입시키기 위해 더이상 시간을 소모하지 않는다. 비콥은 ‘모두를 위한 운동’이라기보다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선구자적인 역할이자 성장하려는 기업을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회사에 시간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비콥은 다른 평가나 랭킹과 달리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비콥은 영리 기업만 가능하다. 비콥이 되려면 먼저 B임팩트 평가를 통해 결과를 분석한 후 문제점을 개선(80점 이상 획득)해 공식 인증을 받아야한다. 이후 비콥 선언문에 사인을 해 공식화를 하고, 기업 수입 규모에 따라 연회비를 내면 비콥 운동에 동참할 수 있다. 비콥이 되기 위한 기준은 △거버넌스(미션, 책임성, 투명성, 지배구조) △기업 구성원(고용성장, 보상, 근로환경) △커뮤니티(외부 이해관계자, 지역사회, 다양성, 자선) △환경(에너지 사용, 시설, 공급망, 생산) △비즈니스 모델(서비스, 제품, 가치사슬) 등 5가지다. 

ⓒhttps://www.bcorporation.net

―비콥이 되면 어떤 점이 좋은가. 

“전 세계 투자자, 소비자, 기업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2000여개 기업이 참여할 정도로 브랜드가 쌓이고 나니, 비콥이라고 하면 ‘믿고 함께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에겐 매년 투자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실제로 한국의 카셰어링 업체 ‘쏘카(Socar)’는 비콥 인증 직후 180억원의 해외 투자 유치를 이뤄낸 바 있다). 또한 까다로운 인증 절차와 주기적인 재심사를 통해 공정한 지배구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최근 청년층이 비콥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높아졌다. 단순히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보다 좋은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유능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비콥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특히 유니레버와 같은 다국적 기업의 경우 각국 지사마다 비콥 평가를 통해 평균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콥은 평가 항목이 까다롭고 지배구조, 근로 환경 모델 등 최저 기준들이 정해져 있다. 어떤 분야만 점수가 높다고 해서 통과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각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을 통해 지사별로 완성도를 맞춰갈 수 있다. 본사부터 시작하지 말고, 자회사나 공급회사들로부터 시작해서 차차 본사 차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배우고 진전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콥 인증을 받은 기업이 부정부패 스캔들에 연루되는 등 리스크를 입을 염려는 없나.

“비콥에 한 번 인증을 받았다고 끝이 아니다. 2년 마다 평가를 받아야한다. 이런 점이 부담스러워 아예 진입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 회사에 부패 문제가 있다든지 지배구조상 문제가 있다면 위원회를 통해서 우리가 부여했던 마크를 철회한다. 데이터상으로는 완벽했더라도 미심쩍인 부분이 발생한 경우 역시 위원회를 거쳐서 철회한다. 실제로 3~4년전 약 4000개 회사가 이러한 기준에 미치지 못해서 비콥 로고를 반납해야했다.” 

◇파타고니아가 비콥이 된 이유,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위해” 

ⓒ파타고니아

“우리 사회가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파트너, 투자자들이 기업의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 그 과정에서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회사들의 가치들이 눈에 띄고 있다. 고개들은 품질뿐만 아니라 가치에 부합하는 제품을 구입하고 싶어한다. 상품엔 기업의 가치와 정체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투명한 사회는 보다 올바른 기업을 요구한다.” 

로건 듀란(Logan Duran) 파타고니아 CSR 선임매니저가 ‘비콥’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에서 환경지질학을 전공한 그는 명품 브랜드 ‘코치(Coach)’에서 에너지 효율성 및 지속가능성을 담당하다가, 뉴욕에서 지속가능경영 석사를 한 뒤 파타고니아에서 6년째 CSR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 진출한 파타고니아는 전 세계적으로 책임있는 기업, CSR 잘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관련기사: 지구를 위한 1%의 변화, 책임기업 ‘파타고니아’) 비콥의 태동과 함께 지속가능경영 운동을 피력해온 선두주자로 꼽힌다. 로건 듀란 선임매니저는 “비콥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근로자와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콥이 되고 난 후 매출이 증가했나?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매출 증가 여부는 중요치 않은 것 같다. 회사에 어떤 이익이 됐느냐는 매출뿐만 아니라 원자재 구입하는데 있어서 원가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등 다양한 성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는 비콥 인증 과정에서 꾸준한 성장을 해왔다. 물론 매출도 증가했다. 인증 이후 파타고니아에 대한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지도가 굉장히 높아졌고, 공정 과정 전반에 걸쳐 책임있는 기업이란 인식도 줄 수 있었다. 근로자 처우, 기부금 활동, 고객 충성도 등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다른 인증들과 비교했을때 비콥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비콥은 기업의 전략적인 접근 방식(approach)이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보다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오염, 반부패, 환경세, 자원 활용 등 기업의 리스크가 될 만한 요인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비콥 기업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긍정적인 시너지가 확산되고 있다. 매년 비콥 챔피언 콘퍼런스가 열리는데, 이때 서로간의 애로사항들을 짚어보고 파트너를 맺기도 한다. 지역사회에 직접 개입해 기업들이 어떻게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논의하고 협력한다. 실제로 지난해엔 뉴욕은행 등 4개 기업과 협력해서 태양열 기금을 조성했다. 미국의 2000개 가정집 지붕에 태양열 에너지를 받아서 쓸 수 있도록 기구를 장착하는 프로젝트인데, 실제로 에너지를 저감하고 탄소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낸 바 있다.” 

지난 4월 20일 한양대에서 개최된 ‘지속가능경영과 국제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는 로건 듀란 파타고니아 CSR 선임매니저 ⓒMYSC

―비콥 인증을 받으면서 어떤 점이 어려웠나. 

“정보를 취합하는게 가장 어려웠다. 비콥 평가 과정에서 특정 항목별로 우리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답변이 있었고, 이를 누가 담당하는지, 어떻게 답변하는지 그 정도를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얼마나 진솔하고 얼만큼 공개해야하는지가 관건이었다. 2012년, 2014년, 2016년 3번에 걸쳐 평가를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다. 특히 지사에서 글로벌 본사 차원으로 확대하면서 수많은 정책들을 체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정 지역에서 에너지를 더 많이 절감할 수 있다든가,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등 지역별 특성을 파악하는 과정도 도움이 많이 됐다.” 

―비콥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일단 측정을 시작해보라. 비콥 측정 도구는 무료다. 어떤 기업이든 다운받아서 회사를 진단해볼 수 있다. 물론 만병통치약은 없지만, 모든 항목에 최대한 성실하게 답변해보고, 애매한 지점에 대해선 누가 답변할 수 있는지 찾아보라. 이를 기반으로 회사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이 잘 못하고 있는 항목들을 개선해나가다보면, 자연스레 지속가능경영을 고민하고 성장하게 된다. 2000여개 기업이 모두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고 있다. 내수 시장만 공략하던 국내 기업이 국제표준과 국제 레벨에서 회사를 점프업 시키고 싶다면, 비콥은 유용한 측정 도구로 활용될 것이다. 특히 20-30대 스타트업의 경우 첫 단계부터 비콥 아이디어를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비콥에 동참할 예정이고, 이들의 움직임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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