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혹시 알아요? 세계적 선수가 여기서 나올지?…안정환 희망월드컵 대회장 인터뷰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 대회장 스포츠해설가 안정환 인터뷰
“어린 시절, 가난 벗어나기 위해 축구로 성공하겠다 다짐
의식주도 힘든 개도국 아이들도 ‘희망월드컵’ 통해 꿈 펼치길…”

기아대책_안정환_희망월드컵_2016
“어린 시절, 너무 배고파서 먹을 걸 얻으려고 축구를 시작했어요. 축구하는 동안에는 내가 주변 친구들과 다르다는 생각이나 일상생활의 괴로움을 잊을 수 있었죠. ‘이걸로 꼭 성공해야겠다’는 목표의식도 생겼고요. 제가 축구를 통해 개인적인 어려움을 극복했듯이 ‘희망월드컵’에 참가하는 아이들도 한 번 모든 것을 쏟아부어봤으면 좋겠어요. 축구는 독하고 힘든 운동이지만, 아이들의 삶에 좋은 양분이 될 거라 믿습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를 거쳐 최근 예능프로그램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스포츠해설가 안정환(40ㆍ사진)이 오랜만에 그라운드로 컴백한다.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이 올해 처음으로 개최하는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의 대회장을 맡으면서다. 희망월드컵에는 한국을 포함해 네팔, 우간다, 베트남, 브라질 등 전 세계 10개 국가의 어린이 110명이 참가한다. 국가별로 여자 어린이(3인 이상)를 포함한 9명의 주전선수와 2명의 ‘와일드카드’가 한 팀을 이루며, 9월 6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막식을 진행한다.

주거ㆍ영양ㆍ교육ㆍ의료 등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축구’는 어쩌면 시작하기 힘든 운동일지 모른다. 안 대회장 역시 의문을 갖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축구를 하려면 필요한 장비가 한둘이 아닐 텐데, 의식주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환경에서 과연 할 수 있을까?” 평소 가난한 아이들 소식을 접할 때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는 안 대회장에게 희망월드컵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후원을 통해 축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된 친구들이 함께 모여 펼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안 대회장은 예전에 소년 안정환이 그랬듯, 아이들 역시 축구에서 삶의 새로운 원동력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축구는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 더 이상 할 수 없는 운동이에요. 어릴 때 기회를 갖는 게 중요하죠. 스트레스가 많은 운동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축구를 하던 사람은 나중에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운동능력뿐만 아니라 승부욕이나 목적의식, 담력 같은 정신적인 소양도 쌓을 수 있고요. 혹시 알아요? 이 대회를 통해서 기회를 얻은 아이들 중에서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나올지 말예요.”

희망월드컵에 참가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해외는커녕 마을 밖으로도 나가본 적 없다. 그런 아이들이 세계의 친구들과 ‘축구’라는 언어로 호흡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비행기로만 20시간을 넘게 날아오는 아이들도 있다. 안 대회장은 “나 역시 초등학교 시절 일본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한 것이 첫 해외 방문 경험”이라면서 “대회를 하며 다른 나라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세상을 본 것이 (나의 삶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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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어린이의 삶뿐만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까지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사진은 희망월드컵에 출전하는 우간다 대표팀의 모습. /기아대책 제공

“처음 국제대회에 참가했을 때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책으로 배워서 ‘세계’의 개념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다른 나라를 방문하고 그곳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죠. 아이들 역시 자신이 살던 울타리 밖으로 나오는 게 조금은 두려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바깥 세상을 한번 보게 되면 울타리 밖을 꿈꿀 수 있잖아요.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할 때도 더 큰 시야에서 생각할 수 있고요. 그래서 희망월드컵처럼 세계의 친구들과 경기를 펼치는 기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K리그에서 시작해 이탈리아·일본·프랑스·독일·중국 등 세계 각지의 프로리그에서 뛰었던 축구스타답게, 대회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안 대회장은 “시차 적응을 위해 현지에서부터 한국시간에 맞춰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낯선 음식에 적응하기 쉽도록 곁들여 먹을 향신료 등을 챙겨오고, 달라지는 기후에도 대비해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펼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해외에서 하는 경기라 제 기량을 펼치기는 어렵겠지만, 승패를 떠나서 아이들이 부담 없이 스포츠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아직 정식 선수가 된 것이 아니니까 이번 경기에서 졌다고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고요. 희망월드컵은 세계의 어린이들이 같이 모여 ‘희망’을 펼치는 자리잖아요. 아이들이 서로 친구가 돼서 꿈을 이야기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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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희망월드컵 페루 대표팀의 단체사진

◇ “사랑 받을 때보다 줄 때 더 행복해…나만의 방법 고민 중”

안 대회장이 축구를 통해 나눔을 실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그는 소아암 환자의 소원성취 기금 마련 캠페인 ‘슛포러브’에 국내 축구선수 최초로 참여한 바 있다. 올해는 한강을 가로질러 과녁을 맞히는 두 번째 슈팅에 도전해 100만원의 기부금을 적립했다. 최근에는 KBS의 재능기부방송 ‘어서옵SHOW’에 출연해 중학교 축구 동아리 학생들의 일일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국가대표팀 선배인 홍명보 감독(항저우 뤼청)이 개최한 ‘홍명보 자선축구경기’에는 감독으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사랑은 받을 때보다 줄 때 훨씬 더 행복한 것 같다”면서 “나눔에 대해 나만의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나눔을 하다 보니) 제가 ‘인간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기도 하고요. 그동안은 뒤를 돌아볼 여유가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저도 나이를 먹었고 (나눔에 대한) 생각을 할 시간이 많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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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월드컵 대회장으로서 그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이번 대회의 의의를 알리는 것이다. 그는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희망월드컵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축구를 사랑해서 선택한 아이들”이라면서 “이 아이들이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저 역시 ‘왜 나만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나보니 잠시더라고요. 사람은 누구나 어려운 시기를 겪는데, 극복하고 나면 ‘잠시 힘들었던 과거’가 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선 많은 나눔의 손길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다른 방법이 없어요.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하기 싫은 일을 하면 행복하기 어렵듯이, 힘든 환경 속에 있어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 견딜 수 있거든요. 우리가 이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질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발판은 마련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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