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민(거꾸로캠퍼스 재학생)
[모두의 칼럼] 선한 도움, 무례한 도움

내 취미는 혼자 시내에 나가 노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최근에는 조금 어렵게 됐지만, 기회가 되면 무조건 나가려고 하는 편이다. 특히 대중교통 이용하는 걸 좋아한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내게 사람들은 ‘힘들지 않느냐’고 묻지만 그 힘듦과 비교할 수 없는 뿌듯함이 있다. 자립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간다는 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물론, 대중교통을 타고 환승하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과정엔 늘 어려움과 돌발상황들이 있지만 그럴 땐 주저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렇게 만나는 사람 중에는 선량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무거운 짐을 함께 들어주고,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물어봐 주는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종일 기분이 좋다. 필요하지 않을 때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선한 도움’과 기분을 망치는 ‘무례한 도움’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착하고 선량한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선한 사람 열 명보다 무례한 사람 한 명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기억을 곱씹어본다. “어린애가 웬 휠체어 신세냐”며 내 손에 1000원을 쥐여주던 어르신, “휠체어 탔는데도 예쁘네!”를 칭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내게 “다음부턴 어른과 함께 타라 “며 승객들 다 들리게 쩌렁쩌렁 소리치던 버스 기사, “하나님 믿어야 장애가 고쳐진다”며 버스 이동 시간 30분 내내 설교하던 어르신, 전동휠체어를 탄 나를 쫓아오며 달리기 경주를 하는 초등학생들…. 막상 적다 보니 끝도 없이 생각난다.

[모두의 칼럼]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이들

몇 년 전 약 15개의 시민단체가 결성한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는 모든 아이가 태어나면 출생등록이 되어야 한다는 ‘보편적출생신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신고’라는 이름의 캠페인이었다. 활동가들은 열띤 토론 끝에 캠페인 이름을 정한 후, 가장 적절한 이름을 찾았다며 기뻐했다. 출생등록은 다른 모든 권리를 누리기 위한 첫 단추다. 출생등록이 되지 않으면 법률상의 신분 증명이 어려워진다.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에서도 누락돼 학교에 보내지 않더라도 확인하기 어렵다. 출생등록이 되지 않으면 건강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어 의료 혜택에서도 배제된다. 현재 우리나라 가족관계등록법은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에게 일임하고 있다. 또 부모가 신고하지 않는 경우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감독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출생등록이 되지 않는 경우이다. 혼인 중 출생한 자녀는 법률상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기 때문에 실제 부(父)를 기재해 출생신고 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혼부의 출생신고도 모(母)의 개인 정보 일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쉽지 않다. 한국 국적이 없는 아동은 출생신고 할 수 있는 길이 아예 막혀 있다. 가족관계등록법상의 출생신고는 원칙적으로 한국 국적이 아닌 외국인에 대해서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다수의 국제 인권 조약 기구가 우리 정부에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를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아동에게는 ‘출생등록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한국에서 출생한 모든 아동이 지체 없이 출생등록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큰 변화는 없었다. 미혼부도 출생신고 할 수 있도록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이사
[모두의 칼럼] 네슬레, 킷캣 초콜릿에서 공정무역을 지우다

커피 카카오 영역의 절대 강자 ‘네슬레’. 2009년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초콜릿바 ‘킷캣(KITKAT)’의 카카오와 설탕을 ‘공정무역 인증’ 제품으로 바꾸면서, 6000여 아프리카 농부들의 생계를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겨우 10년을 버텼다. 네슬레는 코로나와 기후 위기로 개도국 농업 섹터가 가장 취약해진 지난 6월, 공정무역 원료 구매 중단을 선언했다. 엄청난 계획이라도 있나 들여다봤더니 카카오는 ‘열대우림동맹인증(Rain Forest Alliance)’ 원료를, 설탕은 ‘비트’에서 추출한 영국산을 쓰겠단다. 그리고 점진적으로는 자사의 내부 인증 체계인 ‘코코아 라이프’를 준용하겠다는 설명이었다. 영국 최대의 공정무역 제품 취급점이라고 뻐기던 ‘세인즈베리’도 2017년 비슷한 일을 벌였다. 25만명의 공정무역 농가조합과 거래하던 차(tea) 라인에서 공정무역 인증을 뗐고, ‘fairly trade’라는 자사 로고를 붙인 PB 제품을 출시했다. 문제는 네슬레나 세인즈베리가 내놓은 어떤 계획도 농민들의 최저 임금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쉬운 방법으로 명분은 챙기고 비용은 절감한 셈이다. 공정무역 인증 마크가 나온 이후, 지난 15년간 선보였던 450여 개의 마크나 계획이 대체로 환경과 가치를 수호한다는 내용이니 어떤 마크가 ‘찐 마크’인지 식별해야 하는 소비자의 피로는 극심해진다. ‘권력과 통제(Power and Control)’. 거대 식품 기업이 밸류체인에서 갖기를 욕망하는 것들이다. 네슬레, 몬델라즈, 스타벅스 정도의 식품 기업들에 어쩌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공정무역 가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정무역에 참여했다는 명분으로 마케팅하고, 별도의 사회공헌 없이도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니 비용 면에서 나쁜 거래는 아니다. 다만 공정무역 가격과 별도로 지불해야 하는 ‘공동체 발전기금(Social Premium)’이 그들의 마음에 걸릴 것이다. 농부들은 협동조합 내 위원회를 통해

유지민(거꾸로캠퍼스 재학생)
[모두의 칼럼] 코로나 사태… 장애 학생 위한 배려는?

코로나19 사태로 전국 학생들이 등교 대신 온라인 수업을 했다. 중학교 2학년인 나도 매일 집에서 컴퓨터, 프린터와 씨름하느라 애를 먹었다. 지체 장애가 있는 내 입장에서는 이런 수업 방식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리적 등·하교를 하면서 생기는 어려움, 하루에 8시간 이상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생기는 체력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온라인 수업이 그렇다. 이미 여러 가지 단점이 드러났다. 집에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전자 기기가 없는 학생도 있고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 코로나19 관련 직업 종사자 가정 자녀의 돌봄 문제 등도 발생했다. 그중에서도 장애 학생들이 겪었던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장애 학생이나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이 처한 교육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시각·청각 장애 학생들의 불편함은 대학교에서 사이버 강의가 시작됐을 무렵부터 문제가 됐던 걸로 안다. 판서 내용을 볼 수 없어 필기가 불가능하고 저화질의 강의로 인해 수업 내용의 30%도 알아듣지 못하는 등 조금만 생각해봐도 영상 강의가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얼마나 큰 난관으로 다가올지 알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청각 장애를 가진 분은 이어폰을 끼고 소리를 최대로 높여 간신히 수업을 듣고 있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지적·발달 장애 학생들은 특수 학교에 다니거나 일반 학교 중에도 특수 학급에 소속된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교육 면에서는 상당 부분을 학교에 의지하는지라 학생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