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북한에서도 부동산 사고판다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과의 경제 교류,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제도’에 대한 궁금증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과연 북한의 부동산 제도는 어떤 모습일까. 북한은 1946년부터 3차에 걸친 토지 개혁을 통해 모든 토지를 국가 또는 협동단체로 귀속시켰다. 법적으로는 개인이 주택(살림집)을 소유할 수 있지만, 개인이 집을 건설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실제로 주택을 가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 북한의 살림집법은 주택을 주민에게 배정하면서 이용자를 대장에 등록하고 이용허가증을 발급받도록 한다. 부동산을 이용하려면 이용 허가를 받아야 하며, 사용료를 내야 한다. 북한은 부동산관리법에 따라 모든 토지와 건물을 대장에 등록해야 하며, 이에 대해 국가의 정기적인 실사가 이뤄진다. 반면 외국인에 대해서는 토지이용권뿐 아니라, 건물 소유도 허용된다. 북한에서 외국인은 토지이용권을 취득하거나 거래할 수 있다. 북한의 토지임대법은 외국인이 최대 50년까지 토지이용권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임대 기관의 승인을 받아 이용권을 제삼자에게 양도·저당·상속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토지임대법은 외국인 토지 임대에 대한 일반법이며, 각 경제특구에서 특별법과 부동산 규정에 따라 구체적으로 규율된다. 이러한 제도는 전반적으로 중국과 유사한 모습이다. 중국이 토지제도 변화의 첫 단계로 토지의 유상 사용 제도를 실시한 것에 비추어 봤을 때, 앞으로 전국의 토지이용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의 변화도 기대해봄직하다. 제도상으로는 주민들의 부동산 소유와 이용이 분리돼 있지만, 최근에는 이용자 명의 변경이나 교환 등을 통해 주민들의 부동산 이용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폭등과 투기 현상도 나타난다. 최근

[진실의 방] 까칠한 인터뷰이가 좋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기자’라는 직업에 냉소적인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나는 이미 기자라는 인간들을 만나볼 만큼 만나봤으며, 내 앞에 있는 당신 역시 그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잘 안다’는 눈빛을 하고 있죠. 기자들이 어떤 실수와 잘못을 했는지 설명해주는 인터뷰이도 있습니다. 사건이 터지면 불나방처럼 달려들어선 정작 기사에는 자극적인 얘기만 가득 쓰고 꼭 써달라고 했던 중요한 얘긴 쏙 빼놓는다는 푸념이죠. 이상한 소리일지 모르겠으나, 저는 냉소적인 인터뷰이를 좋아합니다. 이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현장 전문가라는 것, 자기 업적을 부풀리지 않는다는 것, 기사에 멋있게 나가는 걸 싫어한다는 것 등입니다. ‘제발 포장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써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데 한쪽이 일방적으로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니 인터뷰 초반에는 분위기가 썩 좋지 않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주파수가 맞아떨어지면, 분위기가 반전됩니다.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는 모두 그랬습니다. 더나은미래는 2018년 마지막을 장식할 12월호 커버스토리 주인공으로 지난 20년간 북한을 80여 차례 다녀온 인세반 유진벨재단 이사장을 택했습니다. 인터뷰 날짜와 시간을 조율하면서 ‘까다로운 사람일 수 있겠다’는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온 후배는 ‘쉽지 않았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는 기자나 언론에 대해 냉정함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기사에는 빠졌지만,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개발 구호 사업은 유엔 대북 제재에 걸리지만, 식량·의약품 지원을 하는 순수 자선 단체는 대북 제재와 관련이 없다. 그런데 기자들이 그걸 구별 못 하고

휠체어 타고 올레길부터 백두산까지, 누구나 즐기는 ‘無장애 여행’

“난생처음 떠나는 해외여행은 막연한 두려움과 긴장감 그 자체였습니다. 저와 같은 중증장애인은 집 밖으로 잠시 외출하는 일조차 쉽지 않거든요. 특히 해외여행에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중국 땅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기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근육 장애가 있는 손모(45·서울 노원구)씨는 최근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그가 해외여행에 나설 수 있었던 건 여행 내내 장애에 대한 이해가 높은 가이드가 함께했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저상버스가 동원됐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손쉽게 여행할 수 있는 ‘무(無)장애 여행’이 뜨고 있다. ‘무장애 여행’은 장애인을 비롯한 영·유아 가족, 임산부, 노약자 등 이른바 ‘교통 약자’가 불편함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이동성과 접근성을 높여 여행 문턱을 크게 낮춘 것을 말한다. 여행 장벽을 없앴다는 의미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여행’이라고도 부른다. ◇“누구나 여행을 떠날 자유가 있다” 장애인들의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무장애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들이 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한벗재단은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리프트 버스를 동원하고, 여행 코스도 턱이 없는 곳으로만 짠다. 숙소 역시 휠체어 이동에 제약이 없는 호텔로 잡는다. 시각·청각·지체·지적 장애 등 다양한 장애 유형을 가진 사람들이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비영리 목적의 투어 프로그램이다. 제주시에 있는 예비사회적기업 ‘두리함께’는 이동 약자를 위한 차별 없는 여행, 쉬운 여행을 테마로 지난 2015년부터 지적·지체 장애인을 위한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100곳이 넘는 현장 답사를 통해 구성한 ‘휠체어 제주 올레길’이 인기다. 두리함께를 통해 제주를 찾은 사람은 지난 2015년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 ‘전자 민주주의’

[인터뷰] 글로벌 전자 청원 기업 ‘Change.org’의 이지민 팀장 멀게만 느껴졌던 ‘전자 민주주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청원이 쏟아진다. 이중 청와대가 직접 답변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20만명의 서명을 받은 청원은 모두 51개. 특히 청소년 범죄와 관련하여 소년법 개정을 요구한 청원은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조국 수석과 김상곤 前 사회부총리가 답변하면서 형사 미성년자를 14세에서 13세로 낮추겠다는 발의로 이어지게 했다. 2007년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전자 청원 사회적기업 ‘Change.org’도 전자 민주주의 시대를 이끌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 청원을 받고 청원 대상자(정책담당자)에게 전달한다. 현재 196개국의 시민 약 2억4000만명이 Change.org를 이용하고 있다. Change.org의 홈페이지에 지난 한 달 동안 6만5000여 개의 청원서가 게시됐고, 매일 10~12개의 청원이 성공하고 있다. Change.org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 지난 9월 18일 인터넷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Change.org의 사용자 안전 및 성공팀(User Safety Team & Success) 이지민(32) 안전 팀장에게 전자 청원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회 변화는 자신의 문제를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 ─Change.org에 대해 소개해 달라. “Change.org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청원 플랫폼으로,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누구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개인의 문제를 공유해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한다. 누구나 우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다른 사람이 올린 청원을 보고 지지하거나 청원을 올릴 수

“젊은 국악인들이 우뚝 설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인터뷰] 국악음반 제작하는 소셜벤처 ‘레이블소설’의 설현주 대표 국악인의 99%는 평생 자기 이름으로 된 음반 한 장 내지 못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간한 ‘2015 예술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악인들의 평균 예술 활동 수입은 1163만원. 응답자의 29.1%는 ‘개인 수입 중 예술활동 수입이 전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설현주(33) 레이블소설(小雪) 대표는 ‘돈 안 되는’ 국악계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6월 국악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획사를 설립, 음반 제작과 공연 기획으로 젊은 국악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4개월 만에 국악음반 22장…제작·녹음 비용 외엔 모두 무료 “젊은 국악인들이 마주한 현실은 암울합니다. 단순히 우리 전통음악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역할을 넘어 국악인 스스로 자립해야 합니다. 국악계 내부에서도 정부 기금에만 의존해 공연하는 지금의 상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설현주 대표도 국악인이다. 대학 3학년 때 서울국악관현악단에 들어가 타악 수석을 수료한 뒤, 2007년부터는 국내 최초의 민간국악단 ‘락음 국악단’의 창단 멤버로 활약했다. 이후 10년간 휴일도 없이 공연하며 단무장까지 역임하다가 올해 초 악단을 떠났다. 그는 “국악이 대중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레이블 사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음악을 멜론이나 벅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듣잖아요. 국악도 그래야죠. 멜론에도 국악 차트가 있어요. 음원이 적을 뿐이죠. 음반 작업을 통해 국악이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갓 5개월. 레이블소설은 지난 6월14일 첫 음반 발매를 시작으로 설립 130일 만에 무려 22장의 앨범을 제작했다. 한 해 프로모션 일정도 벌써 꽉 찼다. 설 대표는 “매주

‘영상으로 세상을 담다’…청세담 9기 수료생 졸업 영상

청세담 9기, 영상팀 수료생 졸업 영상 소셜 에디터 양성 프로그램 ‘청세담(청년, 세상을 담다)’ 9기 청년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공익 분야 이슈를 저마다의 관점으로 프레임에 담았다. 지난 6개월간 전국을 누비며 활동한 영상팀 9명의 졸업작품을 소개한다. 갑자기 분위기 사회문제 -대학생, 3일간 사회문제를 덕질해보았다 지구온난화, 인권문제, 아프리카 기아.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지구적 과제다.너도나도 바쁜 현대인, 특히 과제와 시험에 치이는 대학생들에게 사회문제 해결은 내 삶의 영역이라고 느끼기 어렵다. 이 영상에서는 대학생들이 3일간 시선을 조금 바꿔 일상생활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해보려 시도한다. 장애인이 운영하는 옷가게에서 쇼핑하고, 공정무역 마스크 팩을 써보고, 일회용 컵과 빨대를 쓰지 않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본다. 이러한 실험을 하며 나의 삶과 사회문제의 관계에 대해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됐을까? 신유경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9기)   플라스틱 줄이는 어떤 하루 #zerowastelifestyle 매일 엄청난 양이 생산되는 플라스틱 일회용품. 우리는 그동안 한 번 쓰고 쉽게 버리는 편리함에 길들었다. 지난 4월에 일어난 ‘재활용 쓰레기 대란’과 8월부터 카페에서 시행된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 등을 거치면서 ‘일회용품 줄이기’는 내일로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이 영상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zero was-te lifestyle)을 보여준다. 전통시장에서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알맹 프로젝트’, 포장재 없이 식료품을 파는 가게 ‘더 피커’, 동네 카페들이 단합해 일회용품 없는 일주일을 실험했던 ‘유어보틀위크’ 등 플라스틱을 줄이는 하루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김예령 더나은미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폐교 논란 이후… 한양대병원 병원학교 수업 중단 두 달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달 폐교 논란이 있었던 한양대병원 병원학교의 수업 중단 사태가 두 달째 접어들었다. 병원학교는 소아암이나 백혈병 등으로 3개월 이상 장기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로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아들을 위해 병원 내에 설치한 학교다. 병원학교에서 이뤄지는 수업은 정규 교육과정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환아들이 완치 후 학교로 빠르게 복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병원학교 폐교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달 16일이다. 환아 수업을 맡은 교육 봉사 동아리 ‘한양어린이학교’는 “이날 교무부장으로부터 폐교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바로 다음 날이 마지막 수업이 됐다”고 말했다. 사흘 뒤인 20일 대학생 교사들은 병원장으로부터 폐교 통보 메일을 받았다. 메일을 확인한 당일 교실을 찾았지만, 이미 책상과 책장을 비롯한 수업 기자재를 모두 치운 뒤였다. 대학생 교사들은 즉시 폐교 반대 투쟁을 시작했다. 병원 측은 ▲폐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10월 20일) ▲폐교 논의 중이지만 결정된 바 없다(10월 25일) ▲병원장 임기 내 폐교는 없다(11월 1일) 등으로 태도를 바꿨다. 한양대병원은 “소아과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병원학교 기자재를 치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수업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 기자가 직접 병원을 찾아가 봤다. 기존 병원학교 교실이 있던 자리는 ‘심혈관집중치료실’로 바뀌어 있었다. 병원학교 간판은 철거된 상태였다. 한양어린이학교의 조현지(한양대 식품영양학과 2학년) 폐교반대TF 팀장은 “병원 측이 ‘폐교는 없다’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수업 재개를 위한 움직임은 전혀 없다”면서 “임시 교실이라며 짐을 옮겨 놓은 공간은 소아과에서 멀리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사회주택 법제화는 주거 혁신의 첫걸음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저비용, 고효율, 친환경적 특성을 갖춘 ‘공유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제는 삶의 기본 영역인 주거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셰어하우스’다. 청년들은 오래된 집을 개조해 만든 셰어하우스에서 햇볕이 드는 넓은 거실을 향유한다. 월세는 원룸보다 저렴하다. 맞벌이 부부들은 협동조합을 만들고, 공동 육아 시설을 갖춘 집을 지어 함께 살기도 한다. 공공의 땅에 협동조합이 소유한 집으로 조합원이 입주한 ‘공유 시스템’이다. 땅값이 올라도 공공의 영역에 귀속되고 세입자인 동시에 임대인인 구조는 건물주의 ‘갑질’도, 세입자의 ‘내몰림’도, 주택 투기도 먼 이야기가 된다. 이와 같은 혁신적인 주거 모델을 ‘사회주택’이라고 부른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사회주택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빈집·비주택 리모델링 공유주택(셰어하우스)’ 등 803호의 사회주택을 공급했다. 시세는 80% 이하, 임대 기간은 8년 이상인 모델이다. 최근에는 전주시, 시흥시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도 가세했다. 지난해 주거복지로드맵에도 ‘사회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포함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서울시와 함께 사회주택 전용 토지뱅크인 ‘사회주택 토지지원리츠’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사회주택 공급의 물꼬를 트기로 했다. 최근 집값이 잡히는 추세라고 하지만 이미 치솟은 주택 가격은 서민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그린벨트 해제가 아니고서는 개발 부지를 찾기 어렵다. 지난 정부는 주택 문제의 해결책으로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뉴스테이(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정책’을 도입해 2015~2016년에만 2조원가량의 기금을 쏟아부었지만, 높은 임대료와 대기업 퍼주기라는 질타를 받으며 결국 폐지했다. 결국 사회주택이 답이다. 하지만 확산은 생각보다 더디다. 공유의 대상이 ‘주택’이라 상당한 재원이

[진실의 방] 제3섹터, 주류(主流)가 되다

강물의 원줄기가 되는 큰 흐름을 주류(主流)라고 합니다. 사상이나 문학의 주된 경향을 얘기할 때도 주류라는 말을 쓰죠. 어떤 조직이나 단체에서 다수의 사람이 속한 쪽을 가리킬 때도 주류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반대말은 비주류(非主流).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생각이나 주장, 혹은 집단 내의 소수파를 비주류라고 부르죠. 굳이 따지자면 ‘제3섹터’는 비주류에 가까웠습니다. 주류, 즉 정부(국영)나 기업(민영)을 제외한 나머지가 제3섹터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는 형태죠. 비영리단체나 공익법인, NPO와 NGO,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소셜벤처 등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다양한 주체가 제3섹터 내에 혼재합니다. 기업에서 CSR을 담당하는 팀, 더나은미래와 같은 공익 전문 매체 기자들까지 제3섹터에 포함시키기도 하죠. 과거 제3섹터의 활동은 각개전투 식으로 이뤄졌습니다. 각자의 신념과 무기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변방에서 치열하게 싸웠지만, 대중의 관심을 확 끌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분명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아주 사소한 장면들에서 놀라운 변화를 느낄 수가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며 자연스럽게 텀블러를 내미는 사람들을 볼 때, 누군가 자신을 채식주의자라고 소개했는데 ‘정말?’이라고 되묻는 사람이 없을 때, 속으로 살짝 놀라곤 했습니다. 환경, 젠더, 노동, 인권 등 제3섹터에서 주로 다뤄왔던 주제들은 더이상 변방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부와 기업 등 주류 세계에서도 제3섹터의 주제들을 중요한 이슈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비주류였던 제3섹터가 우리 사회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주류화’ 현상은 내년에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세상을 더 나은 쪽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공익활동가, 사회혁신가

한국 학생들과 북한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나무 심는 그날까지

[인터뷰] 김명전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 “나무 한 그루는 사람 4명이 하루 동안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공급합니다. 더운 여름철에는 하루 평균 에어컨 10대를 7시간 가동하는 효과가 있고, 연간 미세먼지 35.7g을 흡수하죠. 그런데 이런 나무를 키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립니다. 나무의 성장에는 비약이 없거든요.” 김명전(63)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는 작은 묘목을 튼튼하고 키 큰 나무로 키우듯 한국숲사랑청소년단을 지켜왔다. 올해로 설립 30년을 맞은 한국숲사랑청소년단은 창립 이후 지금까지 74만명의 ‘숲 지킴이’ 대원을 배출했다.   ◇30년 전 홀로 뿌린 씨앗, 74만명 ‘숲 지킴이’로 결실 김명전 이사장은 지난 30년간 수많은 조직을 거쳐왔다. KBS 프로듀서, 청와대 비서관, 한영회계법인 부회장, GOOD TV 대표이사 등 명함이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오직 ‘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이라는 직함만은 변함없이 그대로다. 그가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기로 마음먹은 건 우연한 계기였다. KBS 프로듀서 시절, 독일 출장길에서 마주한 베를린의 도시 숲을 보고 결심이 섰다. “독일은 19세기 비스마르크 시대부터 나무를 심고 숲을 가꿨다고 해요. 베를린의 아름다운 숲은 100년 노력의 결과였죠. 당시 서울과 비교하면 완전 다른 세상이었죠. 서울에서는 흰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하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팔목이나 목 부분이 새카매졌어요. 지금은 상상이 안 되겠지만 그 정도로 공해가 심했어요.” 김 이사장은 “대한민국은 빠른 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환경을 보호하는 속도보다 훼손하는 속도가 빨랐다”며 “그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민간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명전 이사장은 30대 초반인 사회 초년생 시절 숲사랑청소년단을 만들었다. 그는 “무언가를 시작하는데 조건을 달면 결국 못하게 된다”면서 “일단 첫발을

“소록도병원,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굴러갑니다”

국립소록도병원 자원봉사 직접 해보니 지난 8월 13일, 서울에서 버스로 5시간을 달려 전라남도 고흥군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섬 소록도에 닿았다. 섬 이곳저곳에서는 에메랄드 빛깔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단체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나병 환자촌’이란 인식 때문에 ‘절대 발을 들여놓아선 안 되는 곳’으로 여겨졌던 소록도가 정부와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달라지고 있다. 한센병(나병의 올바른 표현)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2009년 육지와 섬을 잇는 소록대교가 개통되면서 사람들과 한층 가까워졌다. 소록도와 인근 지역 사람들에게 해마다 늘어나는 관광객은 반가운 존재다. 섬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소록도를 찾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국립소록도병원에는 한센병 후유증으로 손발 끝이 수축해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이들이 의료진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밥을 먹고, 옷을 입고, 목욕을 하는 일상생활을 누군가 곁에서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자는 4박 5일간 국립소록도병원 자원봉사에 참여하며 환자들과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새벽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신없이 흘러가는 봉사자의 하루 소록도병원 자원봉사자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가로등 하나만 켜져 있는 바깥은 아직 한밤중. 자원봉사자들은 조끼만 더듬더듬 꿰입고 숙소인 자원봉사회관을 나서 배정된 병동으로 향한다. 일어나지 않은 ‘원생’(소록도병원에선 ‘환자’ 대신 ‘원생’이란 표현을 쓴다)을 깨우고 이불과 베갯잇을 새것으로 갈아주는 것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그 사이 원생들의 아침식사가 준비된다. 일반 식단, 갈아서 나온 식단, 당뇨를 위해 조절된 식단 등

‘뭉쳐야 산다’ 소규모 출판사들의 이유 있는 연대

1인 출판사를 비롯한 소규모 출판사가 늘고 있다. 1인 출판사는 직원 5인 이하인 사업장(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기준)을 가리킨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1인 출판사들이 2013년 3730곳에서 2016년 4938곳으로 늘었다.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저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것을 소규모 출판의 증가 요인으로 꼽는다. 큰 사무실도 필요 없고 전자책 플랫폼을 활용하면 초기 자본도 많이 들지 않아 창업이 늘고 있는 것일 뿐, 수요나 매출과는 큰 관련이 없으며 여전히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소규모 출판사들이 ‘연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연대의 힘으로 경영적 고민을 덜고 소규모 출판을 위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 지난 9월 한 달간 소규모 출판사들의 연대 움직임을 심층취재했다. ◇지속가능한 출판 위해 뭉친 소규모 출판사들 “1인 출판사 붐은 2015년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독립출판이 인기죠. 새로운 형태가 주목받지만 조금 지나면 관심은 시들해지고 맙니다. 출판계 자체가 불황인 데다, 소형 출판사를 위한 환경은 더욱 열악하기 때문이죠. 작은 문제부터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하려면 연대가 필요합니다.” 지난 9월 2일 합정역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옥균(50) 1인출판협동조합 마포 대표가 전한 말이다. 1인출판협동조합은 1인 출판사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기 위해 2013년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서울시 마을기업으로 시작해 지원 자금을 받았다.1인출판협동조합의 활동은 크게 두 가지다. 1인 출판사들에게 당장의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그리고 출판유통시스템 개선 활동이다. 박옥균 대표는 “일부 성공 신화 강의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라며 “공동으로 종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