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작고 깊은 연대가 희망” 2020 체인지온 콘퍼런스 개최

다음세대재단이 다음달 11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락가에서 ‘2020 체인지온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체인지온 콘퍼런스는 비영리단체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확산하고 건강한 비영리 생태계 조성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0회차를 맞는 이번 콘퍼런스는 ‘작고, 깊고, 강하게 –하나의 점에서 다시 시작’을 주제로 진행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이긴 어렵지만, 소규모 청중과 연사가 비영리의 나아갈 길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행사는 비영리 분야 관계자들이 고민해야 할 주제를 담은 다섯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연사들로 나선 전문가들은 해당 내용을 강연 형식으로 하나씩 풀어낸다. 행사 첫날인 11월11일에는 고병권 노들장애인야학 교사가 ‘왜’를 화두로 비영리의 존재 이유를 탐구한다. 이어 13일에는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가 디지털 사회에서 비영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는다. 19일은 류은숙 인권연구소 창 대표가 연사로 나서 비영리 활동가로 오랜 시간을 버텨내는 힘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진다. 23일에는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상을 바꾸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행사 마지막 날인 25일에는 이슬아 헤엄출판사 대표가 비영리 활동에 대해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말하기와 글쓰기 기법을 전수한다. 이번 콘퍼런스는 온라인 생중계 없이 10명 미만의 현장 청중만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이사는 “한자리에 모인 인원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연대하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온라인 생중계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비영리 관계자들이 깊은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되길

“지속가능한 임팩트 생태계 위한 전략은?”…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 29일 개최

지속가능한 임팩트 생태계를 위한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가 29일 열린다.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는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섹터의 이해관계자들이 상호 협력해 임팩트를 창출하는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를 주제로 한 연례 국제 행사다. 지난 2018년 사회혁신 전문 매체인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SSIR)와 한양대학교가 함께 마련했다. 특히 올해는 SSIR, 한양대학교,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하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다. 콘퍼런스는 총 4개의 세션으로 구성됐다. 세션1에서는 배수현 옐로우독 이사를 비롯해 에릭 니 SSIR 편집인,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조상미 이화여대 교수, 한상만 성균관대 교수가 글로벌 차원에서 이뤄지는 콜렉티브 임팩트 현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오후 1시부터 진행되는 세션2에는 아시아 지역 임팩트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기 위해 강에나 AVPN 한국대표부 매니저, 정경선 HGI 의장, 김광욱 아시아재단 한국지부 대표, 최재호 현대차그룹 사회문화팀 책임매니저, 크리스티 데이비스 싱가포르경영대학교 리엔(Lien) 사회혁신센터장이 나선다. 세션3에서는 한국과 아시아 지역사회 중심의 공공·민간 협업 사례를 공유하고, 마지막 세션4는 콜렉티브 임팩트 관점에서 한국과 아시아의 임팩트 생태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무엇인지 논의하는 자리로 꾸려진다. 이번 콘퍼런스는 세션3을 제외한 나머지 세션 모두 영어로 진행되며 한국어 자막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발달장애 아동 누구나 건강하게 ‘월경’할 권리를

“우리 학교 아이들은 정확한 위치에 생리대를 부착하는 것조차 어려워합니다.” 시작은 한 통의 편지였다. 발신인은 특수학교 교사. 그는 “장애 아동에게는 생리대를 교체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라고 했다. 수신인은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는 1970년대 국내에 처음으로 위생 생리대를 내놓고 초경 교육과 생리건강 교육도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장애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제품 생산은 해 본 적이 없었다. 편지가 도착한 2019년 2월, 마케팅본부가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장애 당사자들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넘어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 노출되고 있었다. 월경 시 보호자나 지도교사가 항상 곁에 있어야 했고, 기존의 생리 교육도 장애 유형별로 활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개별 훈련이 필요했다. 일부 발달장애 가정에서는 부득이 자궁 적출을 통한 조기 폐경도 고려하고 있다는 극단적인 사례도 조사됐다. 유한킴벌리는 누구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월경할 수 있는 권리인 월경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교육용 위생팬티 제작에 돌입했다. 팬티에 생리대 부착 순서 알기 쉽게 표기 프로젝트 출발은 순조로웠다. 여성용품 마케팅본부의 주도로 디자인팀, 학교월경교육지원팀 등 여러 부서 간 협조도 손쉽게 이뤄졌다.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초기에는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재를 개발하는 게 목표였지만, 실물을 두고 교육할 수 있게 아예 제품을 만들자는 쪽으로 확장됐다. 디자인 특허를 내자는 의견, 이를 기술특허로 등록해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전양숙 유한킴벌리 여성용품 마케팅본부 수석부장은 “내부적으로 처음 이야기됐을 때 다들 흔쾌히 좋은 생각이라면서 아이디어를 더해줘서 사실 놀랐다”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작업을 한다니까 아이디어가

태양광 옥상, 열 차단 발코니… 건물이 알아서 에너지 ‘자급자족’

제로에너지 기법으로 지은 사회주택, 지난 8월 ‘첫 삽’ 건물이 에너지 자체 생산 온실가스 배출량 줄여줘 민간 건축물 활성화 주춤 정부의 현실적 지원 필요 “8년 만에 드디어 첫 삽을 떴습니다.” 지난 8월 28일, 사회적기업 ‘녹색친구들’의 김종식 대표는 창업 이후 가장 특별한 날을 맞았다. 친환경 사회주택을 목표로 법인을 설립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제로에너지 건축 방식으로 착공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제로에너지 건축이란 단열 시공 등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 패널 등으로 자체 생산하는 기법이다. 건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총량을 ‘0(제로)’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번 제로에너지 사회주택은 지상 6층에 연면적 856.84㎡로, 총 16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규모다. 김종식 녹색친구들 대표는 “국내에서 사회주택을 제로에너지 건축 기법으로 올리는 건 이번이 최초”라고 했다. 제로에너지 건축, 저탄소 사회의 ‘열쇠’ 제로에너지 건축이 온실가스 감축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 발표에 따르면, 주거·건축 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39%를 차지한다. 제로에너지 건축 기법을 사용하면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잇따른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가 지난 2018년 발표한 연구를 보면, 2030년까지 신규 건축물의 70%를 제로에너지 방식으로 지으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1300만t 줄일 수 있다. 이는 500㎿급 화력발전소 10기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정부도 ’2030년 모든 신·개축 건물의 제로에너지화’를 내걸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지난 2016년 발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에서 건축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18.1% 감축하겠다고 했으며, 이에 따라 제로에너지 건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협동조합, 외부 투자 가능한 ‘우선출자제’ 도입

비조합원, 배당은 받지만 의결·선거권 없어 “자금 부족 문제 해결” vs. “협동조합 정신 위배” 지난 1일부터 협동조합에 비조합원의 투자가 가능해졌다. ‘우선출자’를 허용하는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우선출자는 이익잉여금을 조합원보다 우선해서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로 주식회사의 우선주와 비슷한 개념이다. 배당은 받지만 조합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과 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협동조합 업계에서는 우선출자 제도 도입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외부 투자자 유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합원 자격 대신 배당 수익만을 얻는 투자자가 유입되면 ‘협동조합의 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협동조합들은 만성적인 자금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조합원 출자금은 협동조합기본법상 ‘자본’으로 인정받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부채로 취급받는다. 금융권에서는 출자금을 조합원 탈퇴로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돈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공동으로 소유하는 협동조합의 특성을 자금 회수가 어려운 원인으로 보기 때문에 대출 승인이 쉽지 않고, 대출 한도도 주식회사보다 적다.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은 “협동조합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내부적으로 조합원 출자와 외부적으로 금융권 대출밖에 없는데 모두 현실적인 한계가 있고, 이를 우선출자제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우선출자가 ‘1인 1표’로 운영되는 협동조합 정신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영리단체 소속의 한 변호사는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달리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기본인데, 협동조합 설립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 투자자가 유입돼 자금 회수 등 우회적인

미래의 ‘소셜 에디터’들이 만들어갈 더 나은 세상은?

‘청년, 세상을 담다’ 11기 수료식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씨스퀘어 라온홀에서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 11기 수료식이 열렸다. 청세담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 시민이만드는생활정책연구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소셜 에디터(social editor· 공익 콘텐츠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1기를 배출한 2014년부터 기자, PD, 사회적기업가 등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공익 현장 취재와 영상 제작 기회를 제공해왔다. 지난 7년간 320여 명이 청세담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올해 청세담 11기 수료생 29명은 지난 5월부터 5개월간 ▲저널리즘·뉴미디어 강의 ▲청년 혁신가와의 만남 ▲현직 기자 멘토링 등을 소화하며 공익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웠다. 임소영 수료생은 “콘텐츠 하나를 생산하는 데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고, 그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도 컸다”고 했다. 최근 비영리단체에 취업한 이슬기 수료생은 “또래 청년들과 함께 다양한 현장을 누비면서 공익 분야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수료식에서는 우수 수료생에 대한 시상이 함께 진행됐다. 출석, 과제, 역량, SNS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우수상 1명, 우수상 2명, 장려상 3명을 선정했다.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소정의 상금이 수여됐다. 최우수상을 받은 강태연 수료생은 “평소 공익 분야와 언론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활동을 해왔는데, 활동 중에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여러 공익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고 콘텐츠 생산을 위해 고민한 시간 모두가 한 단계 성장하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유영철 현대해상 사회공헌부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는데, 올해 사업 가운데 정상 운영된 프로그램은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시작입니다

비영리단체 ‘코리아 레거시 커미티’를 만나다 지난 8월 8일. 코리아 레거시 커미티(이하 ‘KLC’) 봉사자들이 경기 성남 ‘안나의 집’에 모였다. 최근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노인 무료 급식소들이 다시 문을 닫으면서 무료 급식으로 하루를 버티던 노인들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도시락을 만들어 배급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배식 시간은 오후 3시. 봉사자들은 오전 10시부터 630인분의 도시락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봉투에 물을 담아 옆 사람에게 넘기면 다음 사람은 복숭아를 담고, 다음 사람은 빵을 담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오후 3시가 되기 훨씬 전부터 배식 줄이 길게 늘어섰다. KLC 봉사자들은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진다”며 도시락 포장에 속도를 높였다. 코로나19, 더 심각해진 노인 빈곤 문제 KLC는 2015년 설립된 비영리 청년 단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 1위인 한국 사회에서 노년의 삶을 조명하고 젊은 세대와 문제의식을 공유해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탄생했다. KLC 운영진 윤성일(33)씨는 “무료 도시락을 받으러 나온 한 어르신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배고픔이 훨씬 무섭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KLC가 노인 빈곤 해결에 나서는 이유”라고 밝혔다. KLC는 지난 4월부터 코로나 19 확산 우려로 운영을 잠정 중단한 노인 관련 공공시설 및 다중 이용시설을 대신해 주말마다 무료 도시락 배식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은 성남에 있는 ‘안나의 집’에서 하고, 일요일에는 서울 종로에 위치한 사회복지원각 노인 무료급식소에서 도시락을 제공한다. KLC는 “코로나19 발생으로 독거노인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같은 목숨의 무게를 지닌 이들, 무연고자의 죽음…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의 무연고자 장례 자원봉사를 가다 지난 8월 21일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두 사람의 장례식이 열렸다. 간소한 제물을 올리고 향을 피우고 국화를 놓는 장면은 여느 장례식과 같았다. 다만 장례를 치르는 이들이 고인의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자원봉사자들이라는 점이 달랐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연고자가 없는 이들을 기리는 무연고 장례식은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필요하다. 기자는 이날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모르는 이의 상주를 맡아 위패를 모셨다. 지난 2015년부터 서울시내 공영 장례를 지원한 비영리민간단체 나눔과나눔 활동가들이 봉사자들을 맞이했다. 가족이 아니라도 할 수 있게 된 ‘마지막 인사’ 이날 공영 장례식장에는 봉사자 3명과 나눔과나눔 활동가 2명이 함께했다. 기자는 고인의 위패를 들고 화장 절차를 지켜봤다. 영정사진 없이 위패만 든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낯선 시선이 느껴졌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이사는 “이런 장례조차 최근에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뿌리깊은 가족주의 장례문화 때문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법률상 가족이 아니면 장례를 주관할 권한이 없었다”면서 “올해 보건복지부가 ‘시신·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도 장례를 치를 수 있게 지침을 바꾸면서 친족이 아닌 사실혼 관계나 친구·이웃 등 생전 고인을 돌본 이들도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고인과 가까이 지냈지만 법적으로 가족이 아니어서 장례를 치를 자격이 없었던 사람들이 누구보다 이런 변화를 반겼다. 하지만 법률상 가족이 아닌 사람이 장례를 주관할 권한은 고인의 사후에야 인정되기 때문에 장례가 지나치게 늦어진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사후 신청서를 내고 절차를 밟다 보니 장례를 치르기까지는 더 오랜

새벽이, 먹기위해 길러지는 가축이 아닌 하나의 생명

국내 첫 ‘생추어리’ 일일봉사 체험기 생추어리(sanctuary)는 보호구역, 피난처라는 뜻이다. 미국의 동물권 활동가 진 바우어가 도축장, 공장식 농장에서 구해낸 동물들을 위한 공간을 생추어리라고 명명한 이후 동물들을 위한 안식처라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생추어리의 생명들은 축산동물로서 인간에 의해 삶이 강제로 중단되는 위기에서 벗어나 죽기 전까지 자신의 삶을 계속해 나간다. 우리나라에도 생추어리가 있다. 한 살이 갓 지난 돼지 ‘새벽이’가 거주하는 국내 최초 ‘새벽이생추어리’다. 새벽이는 지난해 7월 경기 화성의 한 돼지농가에서 태어났다. 동물권단체 DxE(Direct Action Everywhere) 코리아가 오물과 쓰레기로 뒤덮힌 농장에서 새벽이를 구출했다. 생후 6개월이면 도축을 당할 운명이었지만, 이제는 돼지의 수명(10~15년)을 채우게 됐다. 지난 8월 19일 오후 3시, 새벽이생추어리 일일봉사를 위해 경기도 모처로 향했다. 새벽이생추어리 일일봉사 겸 취재 허가 이후 받은 안내 문자에는 “생추어리의 공간을 외부에 발설하지 말아달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SNS 상에서 댓글과 DM으로 생추어리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안내 문자를 따라 도착한 곳은 인적이 드문 한적한 시골이었다. 2명의 자원봉사자가 먼저 도착해있었다. “더우시죠? 물 좀 드세요.” 생추어리 활동가의 추천으로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는 쌩칠(활동명·20)이 기자에게 물을 권했다. 나름 베테랑격인 쌩칠의 안내에 따라 짐을 내려두고 운동화를 장화로 갈아신었다. 새벽이생추어리 SNS를 통해 정기봉사 신청을 한 자원봉사자들은 택배 확인, 냉장고 정리, 새벽이 산책, 생추어리 청소, 식사 준비 등을 맡게 된다. 일일 봉사자였던 기자가 처음 맡게 된 일은 김치냉장고에서 꺼낸 싱싱한 오이를 새벽이에게 건네며 인사하는 일이었다.

코로나 이후 갈 곳 잃은 ‘학교 밖 청소년’… 사회적 편견, 교육 소외 이중고

학교 밖 청소년이 코로나 여파로 갈 곳을 잃었다. 지난 8월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서비스가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학교 밖 청소년은 초·중·고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뜻한다. 교육부는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들의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제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의 교육 소외는 채워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에 두 번 우는 ‘학교 밖 청소년’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 수는 지난해 기준 약 39만명으로 추산된다. 청소년들이 학교 대신 찾던 주민센터나 시립도서관, 청소년기관 등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장기 휴관에 들어갔다. 못다한 학업을 이어가거나 직업 훈련을 받던 청소년들의 교육 공백은 장기화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다만 학교 안 청소년들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관할이지만,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청소년의 경우 여성가족부 소관이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218개 꿈드림센터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의 학업과 직업 등을 책임지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로 센터가 장기 휴관에 들어가면서 청소년들이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마포구 꿈드림센터의 경우, 지난 5월 이틀만 재개관한 뒤 다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면서 휴관에 들어갔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검정고시는 온라인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꿈드림센터 대부분은 8월 중순 코로나 재확산 이후 단계적 개관 계획마저 모두 무산된 상황이다. 오산시 꿈드림센터

[더나미 책꽂이]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 외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자칭 ‘쓰레기 박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 현실에 맞는 분리배출 방법을 꼼꼼히 정리했다. 이 책의 묘미는 단순히 분리배출법을 나열하는 지침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저자는 우유팩, 플라스틱 용기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나오는 쓰레기가 분류되고 처리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왜 올바른 분리배출법을 따라야 하는지 대중 눈높이에 맞춰 전달한다. 특히 분리배출 기준을 지키는 ‘소비자 실천’에 이어 생산자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소비자 행동’까지 강조한다. 홍수열 지음, 슬로비 펴냄, 1만6000원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1969년생인 저자가 살아온 지난 50년의 지구 환경 변화를 살펴본다. 저자는 자신을 포함한 인류가 누려온 풍요로운 삶과 이를 뒷받침한 물질문명이 지구를 망가뜨렸다고 말한다. 이 책의 장점은 “당신이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분노를 쏟아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오히려 작은 실천으로 지구를 구하면서 풍요로운 삶도 지킬 수 있다는 위로를 건넨다. 대표적인 예가 매주 고기 섭취를 절반으로 줄여나가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조금만 애쓰면, 지구 환경과 우리 일상의 즐거움 모두를 지킬 수 있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김영사 펴냄, 1만5500원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 서울 은평구에는 ‘여성주의’를 내건 병원이 있다.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세운 ‘살림의원’이다. 의료협동조합 개념이 잘 알려지지 않은 2012년부터 건강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온 곳이다. 이 병원엔 진기한 풍경이 있다. 바로 의사가 직접 ‘마을 주치의’를 내걸고 왕진을 간다는 점이다. 추혜인 원장은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동네 구석구석을 돈다. 그는 동네 안에서의 따뜻한 돌봄과 존엄한

“협력으로 사회문제 해결하는 기관 찾습니다”…우수사회공헌 공모전 개최

비영리단체·기업·공공기관 등 다양한 주체 간 협력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공모전이 열린다. 28일 서울시복지재단은 ‘2020년 서울사회공헌 우수프로그램 공모’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올해 4회차를 맞은 사회공헌 우수프로그램 공모전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우수 사례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총 10개 팀을 선발해 모든 팀에게 서울시복지재단대표이사상과 100만원의 상금을 제공한다. 또 우수 사례로 꼽힌 팀의 활동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로 공유하고, 수상팀끼리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 포럼도 진행한다. 공모 접수 대상은 공공기관·기업·비영리단체 등 2개 이상의 기관 협력으로 진행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비영리단체가 기업이나 공공기관과 협력한 사례뿐 아니라, 비영리단체 간 협력 사례도 응모할 수 있다. 신청을 희망하는 경우 기관 현황 자료나 프로그램 추진배경, 진행 상황 등 해당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5분 내외의 영상 자료도 첨부할 수 있다. 수상 팀은 사회공헌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두 차례에 걸친 평가를 통해 결정된다. 선정 기준은 ▲체계성 ▲효과성 ▲파트너십 등이다. 서울복지재단 관계자는 “사업 규모보다는 협력의 가치를 잘 살렸는지, 지속가능한 사업인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영준 서울시복지재단 이사는 “사회 문제 발생 양상이 복잡해지면서 기관 간 협력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협력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많은 비영리단체·기업·공공기관 등 사회공헌 주체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했다. 공모 마감은 오는 10월 14일이며, 이메일(seoulcsr@welfare.seoul.kr)로 접수하면 된다. 공모 양식 등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복지재단 홈페이지(www.welfare.seoul.kr)를 참고하면 된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