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공정무역 바나나기업 아그로페어, 한스 윌리엄 대표 인터뷰 ①

  ‘가난을 만들어내는 작물’, ‘가장 환경 파괴적인 과일’. 바나나에 붙은 오명(汚名)이다. 2014년 한 해 동안 150여 개국이 1억500만톤의 바나나를 생산했다. ‘바나나: 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 저자인 댄 쾨펠은 “4억명 이상이 바나나를 주식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바나나를 세계에서 8번째로 중요한 작물이며, 개발도상국에게는 4번째로 중요한 작물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세계인의 식량, 가장 대중적인 과일 바나나가 왜 이런 오명을 안게 됐을까. 세계 최대의 공정무역 바나나 수출 기업인 아그로페어(Agrofair)의 한스 윌리엄(Hans-Willem) 대표는 “다국적 대기업 독점으로 인한 생산비 축소가 원인”이라고 답했다. 그는 “생산비가 기형적으로 축소되어 바나나를 통해 발생되는 수익의 아주 일부분만이 소작농이나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면서 “거대 기업은 바나나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므로 환경 파괴나 노동자 인권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그는 “공정무역이 바나나와 같이 *플랜테이션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제3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한스 윌리엄 대표는 세계공정무역의 날을 기념해 아이쿱 생협이 주최한 ‘공정무역과 조합원의 만남’에서 강연자로 나섰다. 강연이 끝난 뒤 그를 서울시청 안 공정무역 카페 ‘지구마을’에서 만났다. 한스 윌리엄 대표는 2006년 아그로페어 대표로 취임하여 현재까지 대표직을 맡고 있다.    ◇매년 600만개 공정무역 바나나 전 세계로 수출   아그로페어는 1996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생산자 협동조합이다. 처음 서너 명의 생산자들로 시작했던 아그로페어는 현재 세계 최대 공정무역 바나나 수출 기업으로 우뚝 섰다. 세계 최초로 공정무역 바나나를 유럽 시장에 수출했으며 특히 20년간 스위스 공정무역

심리상담 해주는 앱이 있다고요? ‘트로스트’ 김동현 대표

국내 최초 심리상담 앱 ‘트로스트’   470만 명. 우리나라 성인 중 정신질환 경험을 가진 사람의 숫자다.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중 전문가와 상의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10명 중 1명꼴이다. 거꾸로 말하면, 9명의 ‘시한폭탄’이 멀쩡한 것처럼 사회생활을 한다는 뜻이다. 국내 최초 심리상담 앱 ‘트로스트’를 세상에 내놓은 휴마트컴퍼니의 김동현(27·사진) 대표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문제였다. ‘왜 사람들은 심리 상담 받기를 꺼리는 걸까.’  ‘누구나 부담 없이 상담을 받도록 할 방법은 없을까.’ 2014년, 지인의 사고를 경험한 이후 우울증세가 찾아온 김 대표는 국민대 내 심리상담센터를 찾아갔다.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는 자신의 삶을 털어놓았다. 대학교 상담센터와 일반 심리상담센터 등 10개월간의 상담 끝에 마침내 우울증세를 극복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좋은 것은 나누고 싶어서였을까. 김 대표는 주변 친구들에게 심리 상담을 적극 추천했다. “대부분 상담 받기를 거부하더라고요.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크고, 직접 만나서 대면(對面) 상담을 해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의료 기록이 남는 것도 불편하고요. 50분 상담에 10만원이라는 비싼 가격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김동현 대표는 심리 상담에 대한 바로 이 거부감이 대중화의 장애물이라 판단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모바일, 온라인 상담 플랫폼을 구상했고, 이것이 오늘날 트로스트가 됐다.   ◇마음이 멍든 사회…당신의 마음은 건강 합니까   작년 1월,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출신인 김 대표는 지인들 중에서 개발자,

[Book & Good] 몽골 모래폭풍에 맞서는 남자,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 이야기

대한민국이 미세먼지로 뒤덮히고 있다. 10일 환경부에 따르면, 본격적인 연휴가 시작된 지난 3일부터 전국에 내려진 미세먼지(PM10·PM2.5) 주의보·경보 발령 횟수는 일주일 사이 총 127회로 나타났다. 주말 사이 중국을 덮쳤던 최악의 황사 영향으로 지난 6일 서울은 미세먼지(PM10) 농도가 423㎍/㎥까지 치솟았다. 세계보건기구(WHO) 1일 권고기준의 8배가 넘는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을 한달여 앞둔 지난달 13일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며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고 공표했다. ‘푸른 대한민국’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강해지는 이 때, 미세먼지를 비롯한 기후변화의 원인과 해법을 풀어낸 책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를 출간한 오기출<사진>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을 만났다. 그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80년대 민청련, 민통령, 전민련 정책실에서 활동하다 90년대에 기후변화 문제의 중대성을 깨닫고 비영리단체 ‘푸른아시아’를 설립했다.   ◇미세먼지의 습격, 기후 문제는 국경이 없다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어디서 오나.  “미세먼지는 납, 카드뮴, 다이옥신 같은 발암물질은 물론이고 어떤 때는 방사능 물질까지 묻어서 온다.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우리나라에 불어오는 황사(모래먼지 폭풍)는 명백하게 몽골에서 시작된다. 몽골에서 시작된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중국 내륙을 거쳐 한반도에 들어오는데, 오는 도중에 굵은 입자는 아래로 떨어지고 미세한 입자만 남는다. 그런데 황사가 오는 길에 중국의 주요 석탄화력발전소와 공업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여기를 거치면서 각종 유해물질이 뒤덮힌 먼지가 된다. 황사에 섞여있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이 서해를 넘어오면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질산칼슘, 황산화물

비영리 조직, 건강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

비영리 전반이 몸살을 앓고 있다. 비영리조직 관리자들은 ‘요즘 애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이다. “사명감도 없고, 시키는 일만 하고, 할 만 하면 이직이니 뭐니 딴생각을 한다”고 한다. “우리 세대는 적은 돈 받으면서도 열정적으로 일했다”는 이야기도 뒤따른다. 반면 ‘요즘 애들’도 할 말은 있다. “처음에 비영리기관을 알게 됐을 땐 가슴이 뛰었는데, 일해보니 조직의 겉과 속이 다르다”고 한다. “일하는 곳이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입들은 머지않아 떠나고, ‘일할 사람’이 없다며 위에서는 난리다. 문제가 뭘까. 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재현<사진> NPO스쿨 대표는 “지난 20여년간 조직운영 방식을 돌아봐야 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너나없이 ‘똑똑한 조직’이 되기 위해 애쓰는 동안 서서히 건강을 잃어왔다”고 한다. 지난 3월, ‘건강한 조직’을 출간한 이재현 대표에게 ‘비영리 조직의 건강성’에 대해 물었다. 그는 경실련, 대한상공회의소를 거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미국 유나이티드웨이에서 근무했다. 2년 전 NPO스쿨을 만들고 다양한 비영리들을 만나 온 비영리 조직 전문가다.  ◇제 3섹터, ‘건강성’ 잃은 ‘똑똑한’ 조직들 책에서, 그는 가상의 비영리단체를 소개한다.  가상의 단체지만, 대부분의 비영리 조직이 밟아온 이야기. 이 대표는 “비영리조직이 존재 의의에 대한 고민을 멈추고 효율적인 방식의 운영에만 집중하다 보니 구성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사업을 관행화 시켰다”며 “비영리는 사명과 가치 기반으로 설립된 조직이고 그렇게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ㅡ책 제목이 ‘건강한 조직’이다. 조직의 건강성을 다룬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 몇 년간 컨설팅을 통해 100여곳의 비영리조직, 신입활동가에서부터 사무총장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모두가 비슷한 휴유증을

“새는 생태계 건강지표, 멸종 위기 새 늘어나면 결국 사람에게도 영향”

‘황새 아빠’ 박시룡 前교원대 교수 인터뷰   지난 20년간 황새 보전 ‘외길’ 인생을 살아온 전문가가 있다. 올해 초 교단을 떠난 박시룡(65·사진) 전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는 1996년 황새생태연구원의 전신인 황새복원센터를 설립한 인물. ‘황새 아빠’로 불리는 박 전 교수에게 LG상록재단의 ‘황새 인공 둥지 지원 사업’의 의미를 물었다. ―황새에게 왜 인공 둥지탑이 필요한가. “황새가 성장하면 야생 복귀를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엔 황새가 둥지를 틀 만한 나무가 없다. 수령이 200~300년 된 나무를 당장 찾을 수 없지 않나. 대기업에 우리나라 황새 사업 설명서를 만들어 보냈다. 흔쾌히 LG상록재단에서 인공 둥지를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인공 둥지 한 개를 설치하는 데 1000만원이 든다. 주변에 단계적 방사장도 함께 지어야 하는데, 한 지역에 소요되는 예산이 5000만원 이상이다. 게다가 최근 방사한 황새들이 전신주 감전 사고로 3마리나 죽었다. 황새들이 안전하게 쉬고 성장할 인공 둥지가 필요한 이유다.” ―조류 보호가 환경보호의 지표인 이유가 궁금하다. “새는 생태계 지표종이다. 다양한 조류상은 우리 생태계가 완전하다는 증표다. 현재 우리나라 생태계는 유럽에 비해 매우 후진국이다. 농약 과다 사용으로 벌레가 사라지고, 벌레를 주식으로 하는 새들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빈약한 생태계는 결국 사람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산물에 잔류한 농약은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미 젊은 부부 7~8쌍 중에서 1쌍꼴로 임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왜 우리가 황새 복원 및 생물 다양성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황새는 한반도 생태계를 리셋(reset)시킬 수

“놈넥낙 캄보디아! 배움의 기회 만들어 줄게”

플랜코리아 홍보대사·배우 전미선 인터뷰 캄보디아 살라크로반 아동 후원…보육·교육시설 운영     “5시간을 날아가 만난 아이는 마치 26년 전의 나와 같았다.” 배우 전미선(46) 씨가 기억하는 한 장면이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아동들에게서 자신의 옛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대학생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배우의 꿈을 접을 위기가 여러 번 닥쳐왔지만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였다. 아이들은 전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 “제 소원은 마음껏 공부해보는 거예요.” 캄보디아는 유엔(UN)이 지정한 최빈국 중 하나다. 캄보디아 국민의 45%가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한다. 특히 학교 등의 교육 인프라가 부족해, 노동을 하는 아동 중 55%가 학교를 그만두거나 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고 한다. 2012년 기준 7세 이상 아동의 14.4%는 학교에 출석한 적조차 없다. 2015년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동 중 단 27%만이 중학교에 진학했다. “캄보디아 아이들은 대개 초등학교 이후 학교에 다니지 않는대요. 농업 국가이기 때문에 굳이 고등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을 뿐더러 여건도 되지 않기 때문이죠. 살라크로반 역시 교육시설이 많이 부족했어요. 주민등록 시스템도 없이 그냥 그곳에서 나고 자라 벗어나지 못한 채 죽는 게 그들의 삶이었죠.” 전미선 씨는 캄보디아 아이 10명을 후원한다. 지난 10~11일, 플랜코리아 홍보대사인 전 씨가 방문한 캄보디아 시엠립 지역의 살라크로반 마을엔 그녀의 후원 아동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형이 다리를 다쳐서 못 왔어. 미안하다고 전해 달래.” 전씨는 앗잉(9)군을 안아주며 지난해 함께 방문한 열한 살 아들의 안부를 전했다. 자매인 소핍 닙(13)과 동생 소카

이어령 전 장관, “인간의 통번역을 AI가 대체하는 세상 올까?”

bbb 운동 15주년… 통역 자원봉사자 4500명의 힘  이어령 전 장관, “AI 시대, 감성과 문화의 힘 길러야”    “bbb 자원봉사자들은 통역 봉사를 위해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에게 기꺼이 제공한다. 새벽 문의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외국 사람들은 개인의 사생활(Privacy)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문화를 가진 외국인들이 bbb 자원봉사자들처럼 통역 봉사를 할 수 있을까. 난 부정적이다.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더불어사는 문화’ 덕분에 bbb 운동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다.” 이어령(83) 초대 문화부 장관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사단법인 ‘비비비(bbb)코리아’ 주최로 열린 ‘bbb 컨퍼런스’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모든 외부 강연을 거절하고 있지만, bbb의 15주년 기념행사여서 성치 않은 몸임에도 연단에 섰다”며 “bbb 운동이 15년이나 이어질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운을 뗐다.  ‘bbb운동’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언어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운동으로 시작됐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디지털 기술과 통역 자원봉사자들을 연결하는 모델로, 이어령 전 장관의 아디이어가 발단이 됐다.  ‘bbb(before babel brigade)’는 언어의 벽을 넘어 인류가 하나가 되자는 뜻을 담은 말이다. 현재 45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19개국 언어 통역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언론인, 교수, 평론가를 거쳐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이어령 전 장관은, 인공지능(AI)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개념들을 이미 오래전 거론했던 사람이다. 그가 16년 전 현역 교수로 했던 마지막 이화여대 강의가 ‘한국인과 정보사회’였다. 이 강의에서 그는 인공지능, 정보화 네트워크 등이 사회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비영리 활성화 정책, 새 정부에게 바란다

국회기부문화선진화 포럼 대표단 9人     원혜영 의원=NPO는 정부가 감당하지 못하는 다양한 복지 수요를 맞춤형으로 공급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여러 선진국 사례들이 증명하듯이, NPO의 성장을 통해 청년실업이나 여성의 경력단절, 노인일자리 문제와 같은 고용의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위한 새로운 길이 바로 이 NPO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정부는 기부 친화적인 정부가 되어, 기부문화 발전과 NPO의 성장을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 지금 국회에는 비영리법인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거나 발의를 준비 중에 있다. 지금이 우리나라 비영리 분야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적기인 만큼, 새 정부도 국회의 논의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기대한다. 이주영 의원=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해소정책 등으로 복지 수요는 더욱 늘어갈 것이다. 이에 따른 지출 수요를 국가 재정에만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공공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지금같이 기부문화가 활성화된 배경에는 세금공제 등 ‘마중물 정책’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서는 기부문화의 정착과 기부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 관심과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이일하 한국NPO공동회의 이사장(굿네이버스)=2015년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자료에 따르면, 기부금은 총 5조 2000억원이며, 기업 및 단체의 기부금 2조4093억원, 개인기부금 1조2595억원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비영리섹터가 이렇게 단시간에 성장한 나라가 없었다.

[Cover Story] 50대인 나도 유산 기부… 이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지 않을까요? ②

우연한 계기로 NGO 활동 시작 “나이 마흔셋에 천사 만났죠”   CEO 네트워크 활용해 기아대책·기업 연결 역할 ‘최경주 자선 골프대회’도 열어   학교 후원 ‘마중물 전략’ 적용 “동료 교수들 먼저 설득하고 200계좌 단숨에 달성”     ◇14년째 이어진 재능 기부… 한 NGO에 헌신한 ‘나눔’ 정신   ―30대에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 부임해 CEO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던, 소위 ‘잘나가던’ 교수님이 어떻게 비영리단체에 재능 나눔을 하게 됐나. “하하. 인연이 안 생길 뻔했다. 2004년, 다니던 교회 목사님 부탁으로 기아대책 신옥철 간사란 분을 만났다. 그분이 찾아와, 수천 명이 참여하는 ‘한톨자선달리기’라는 행사를 하는데, 후원해주기로 한 기업이 갑자기 펑크를 냈다고 했다. 행사가 2주 후인데, 5000만원을 당장 후원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도 기부하려면 절차가 있는데, 갑자기 어떻게 5000만원을 후원받나. ‘기업 프로세스를 모르는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면피는 해야겠으니, 아는 기업 CEO들에게 대충 이메일을 써서 보냈다. 당연히 후원이 안 됐다. 그러곤 깜빡 잊고 있었는데, 이 간사님이 또 전화를 해왔다. ‘우리 간사들에게 경영 특강을 좀 해주세요’ 하더라. 미안한 맘이 좀 있었는데, 그건 쉬우니까 오케이했다.” ―그 특강에서 마음이 움직인 것인가. “강의실이 완벽하게 꾸며진 대기업만 보다가, 그곳 지하실에 갔더니 엉망진창이더라. 먼지가 가득하고, 프로젝터도 너무 낡았고, 벽에 스크린도 없었다. 이전까지 가본 곳 중 가장 열악했다. 그런데 그곳에 간사들이 빼곡히 들어앉아서 집중하는데…. 눈을 보면 영혼을 알 수 있지 않나. 이렇게 맑고 선한 눈을 한꺼번에 많이 본 적이 없었다. 가슴에 뭔가가

[Cover Story] 50대인 나도 유산 기부… 이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지 않을까요? ①

[Cover Story] 1억원 유산 기부… ‘헤리티지클럽’ 4호 회원 김영걸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잘나가던 교수님’에서 NGO 재능 나눔가로   100세 시대에 아직 6부 능선도 오르지 않았는데,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김영걸(58·사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다. 그는 최근 1억원을 유산 기부, 기아대책 ‘헤리티지클럽(유산 기부자들의 모임)’ 4호가 됐다. ’50대에 웬 유산 기부?’라고 의아해하는 이들을 위해 직접 인터뷰에 나섰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CRM(고객 관계 관리) 전문가인 그가 언론에 고액 기부자로 나서는 건 처음이다. 14년째 NGO에 재능 기부를 해오며, 기부 전도사가 된 그를 지난 11일 서울 홍릉동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만났다.(그는 최근 보직이 바뀌었다며 ‘카이스트 발전재단 상임이사 김영걸’이라는 명함을 내밀었다.)     ―이미 1억원 이상 기부한 고액 기부자 모임인 ‘필란트로피 클럽’ 회원인데, 왜 ‘헤리티지 클럽’에도 가입했나. “클럽 중독은 아니다.(웃음) 필란트로피 클럽은 1년 반 만에 회원수 50명을 넘기며 건강하게 잘 성장하고 있다. 근데 헤리티지 클럽은 1년 넘도록 3명밖에 안 되더라. 아직 우리나라 문화에서 확산이 어려운 기부 방식인 것 같았다. 형제들한테도 권했더니 ‘아직 창창한데, 왜 벌써 죽는 이야기를 하느냐’고 꺼려하더라. 유산 기부에 대한 인식이 둘 중 하나다. ‘젊은 나이에 괜히 나중 일로 폼 잡는 거 아니냐’는 인식, ‘괜히 기부했다가 사고라도 나는 것 아닌가’ 하는 징크스에 대한 두려움이다. 활성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헤리티지 클럽 1호’가 돌아가신 어머니(故 설순희 여사)였는데, 어머니 1주기에 맞춰 유산 기부를 결심했다.” ―유산 기부 하면

새로운 기업이 온다···한국의 비콥(B-Corp) 이끄는 정은성 현대종합금속 사장 인터뷰

좋은 기업, 좋은 사회 ‘비코퍼레이션(B-Corporation)’  정은성 한국비콥위원장(현대종합금속 사장) 인터뷰    CEO 명패는 없었다. 다른 직원들과 똑같은 크기의 책상만 놓여있었다. 위치는 더 열악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바로 보이는 가장 바깥쪽, 그곳이 ‘대표의 자리’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에버영코리아’에서 만난 정은성 한국비콥위원장(현대종합금속 사장, 에버영코리아 대표)은 “대표 자리로 마련돼있던 공간을 회의실로 바꿨다”면서 “대표를 비롯해 에버영코리아의 모든 직원들은 똑같은 크기의 공간에서, 똑같은 책상과 의자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시작부터 말문이 막혔다. 그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통치사료비서관, ㈔세로토닌문화 공동대표를 지낸 그는 현재 450명의 시니어를 고용한 사회적기업 ‘에버영코리아’ 대표와 현대종합금속 사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최근, 또다른 직함을 하나 더 맡게 됐으니 바로 ′한국비콥위원회 위원장’이다. 영리와 비영리를 넘나들며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고민해온 그가 ′고심 끝에 맡은 역할’이라고 했다. 정은성 위원장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오래가는 시대가 왔다”며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냈다.   ◇ 새로운 기업을 위한 새로운 트렌드···‘비콥(B-Corp)’ 최근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비콥 인증 바람이 불고 있다. 이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B랩(B-LAB)’이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수여하는 인증 마크로, 2007년 시작됐다. 현재 50개국에 걸쳐 2000여개 기업이 참여했고, 미국은 30개가 넘는 주에서 비콥을 법제화했다. 미국의 아이스크림 회사 벤앤제리(Ben&Jerry’s), 세계 최대의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Kickstarter)’, 친환경 의류제품으로 유명한 파타고니아(Patagonia), 국내 최대 카셰어링 기업 쏘카(Socar) 모두 비콥 인증을 받았다. 정은성 위원장은 한국에서도 이러한 비콥 운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파아란 하늘을 돌려줘-⑤] 미세먼지 손해배상하라…韓·中 정부에 최초로 소송 제기한 최열 환경재단 대표

[파아란 하늘을 돌려줘-⑤]   韓·中 정부에 최초로 손해배상 소송 제기 환경 이슈 중심에서 사회를 바꾸는 남자  최열 환경재단 대표 인터뷰    “이 사건 만큼은 커져야함. (Star****)” “난 우리 정부가 직접 중국에 항의하는 줄 알았다, 젠장. 항상 이 나라는 국민이 셀프로 모든 국가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나라. 정부는 왜 월급 받나 몰라. (tomb****)” “저도 이 소송 참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나요? (judi****)”  지난 5일 식목일.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미세먼지 관련 기사에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다. 기사에 큼직하게 실린 사진 속엔 서울중앙지법에서 소장을 접수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환경운동의 ‘대부(代父)’ 최열(68) 환경재단 대표였다. 피고는 ‘대한민국과 중화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세먼지에 대한 피해를 한국 및 중국 정부에 묻는 최초의 손해배상 소송이었다.  최 대표는 안경재 변호사,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곽현 우원식 국회의원 수석보좌관, 기관지염·폐렴 등을 앓는 주부 3명 등 총 7명의 이름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1명당 300만원씩 총 21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였다. 한국의 환경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변화의 중심에서 세상을 바꿔가는 최 대표에게 미세먼지 해법을 물었다. ◇ 韓·中 정부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최초 제기, 최열 환경재단 대표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최 대표가 질문을 던졌다. 지금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하는 중요한 정보이자,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무려 1만 리터(ℓ)입니다. 20리터 생수통 500개의 양이죠. 무게로 따지면 약 13킬로(㎏)의 공기를 매일 마십니다. 음식이 없어도 물만 있다면 한 달은 살 수 있지만, 공기는 달라요. 코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