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을 포장하는 2월의 산타클로스

설맞이 ‘나눔보따리’ 현장 르포 비누·치약 등 생필품 17종 담은 선물 전국 5000가구 독거노인에게 전달 ‘린스 대신 샴푸를…’ ‘비닐팩 꼭 달라’ 12년간 진행하며 필수품 담으려고 노력 “저, 오늘 하루 된장녀예요(웃음). 지금까지 된장 한 수백 개는 집어넣은 것 같네요.” 600평 규모 물류센터. 벽면을 따라 펼쳐진 컨베이어벨트 위로 일렬종대로 놓여 있는 상자들이 매초 조금씩 전진했다. 컨베이어벨트 옆에 한가득 쌓여 있는 500g짜리 된장 한 통을 상자에 집어넣는 오미령 아름다운가게 매니저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오씨 양옆으로 연두색 앞치마를 두르고 쭉 늘어선 이들 손에 들린 건 라면, 지퍼백, 설탕 같은 식료품과 생필품들. 17가지 물건을 담은 상자가 벨트 끝에 도착하면, 테이프를 둘둘 감고 트럭으로 옮기는 건 남자 간사들의 몫이다. “저 방금 지나간 박스에 샴푸를 빼먹어서, 레일 잠시 멈춰 주세요!” “자자, 음악 들으면서 동시에 물건을 넣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어요. 상자에 물건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정해진 위치에 물품이 제대로 놓이도록 집중해주세요.” 2층 난간에 서서 현장 작업을 총괄하던 조양형 아름다운가게 순환지원국장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마치 공장의 생산라인 같은 이곳은 서울 용답동에 위치한 아름다운가게 물류센터 ‘되살림터’. 지난달 31일, 설을 맞아 전국 곳곳에 있는 독거노인들께 전달될 ‘나눔보따리’를 만드는 포장 작업 현장이다. ◇나눔보따리, 뒷단의 포장, 그 12년 역사 ‘나눔보따리’ 사업은 아름다운가게의 대표적인 배분 사업이다. ‘배달천사’ 자원봉사자가 지역 독거노인과 조손가정의 집을 직접 방문해, 갑티슈·참치·수분 크림·비누·치약·김·칫솔 등 10만원 상당의

1억 기부자의 후원 중단… 왜?

매년 1억원씩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던 한 자산가가 최근 후원 중단 의사를 밝혔다. “세제 개편으로 갑작스레 납부할 비용이 늘어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재단 외에도 여러 비영리단체에 고액을 기부하던 그는 “다음 기회에 꼭 다시 후원하겠다”며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김현아 아름다운재단 모금국장은 “지난해 말부터 ‘세액공제 영향으로 기부금을 줄일 것 같다’는 고액 후원자분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고액 기부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세법이 기부 문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기부금이 3000만원 이하일 경우는 15%, 초과분에 대해선 25%로 세율이 일률적으로 적용돼 기존보다 세금 감면 혜택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을 700명 이상 확보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는 신규 기부자들로부터 세금 관련 상담이 늘고 있다. 이민구 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사무국 펀드레이저(모금 전문가)는 “연말정산이 이슈가 되자, 기부금을 5년까지 나눠서 공제받을 수 있는 ‘이월 공제 제도’를 문의하는 등 본인의 세액공제 내용을 궁금해하는 분이 많다”면서 “당장 고액 기부자가 눈에 띄게 줄진 않았지만, 향후 초고액 기부가 위축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1000만원 기부를 약속한 모임 ‘1004 클럽’을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희망제작소의 석상열 연구원은 “최근 고액 후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오래전부터 고액 기부자를 확보해온 대학과 병원은 이번 세제 개편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김신균 한동대 대외협력팀 모금가는 “법정 기부금 단체에 속하는 대학교는 기부금 전액(100%)을 세액공제하기 때문에, 세제 개편 전후로 고액 기부자가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새로운 변화’는 현장에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요즘 미니어처를 만드는 데 푹 빠져있습니다. 손가락 한 마디만 한 크기로 떡볶이, 오므라이스, 스파게티 등 온갖 음식을 만듭니다. 친구들한테 쇼핑몰 정보를 알아와서 각종 재료를 산 후, 유튜브를 통해 만드는 방법을 하나씩 배웁니다. 수학 문제를 풀라고 하면 30분만 지나도 피곤해하는데, 미니어처를 만들 땐 2시간이 넘도록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유튜브가 딸아이한테는 교과서요, 선생님입니다. 자신도 떡볶이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 유튜브에 올리겠다며, 한 시간 넘게 제 휴대폰을 갖고 낑낑댔습니다. 그 모습이 저한테는 새로운 문화 충격입니다. ‘배움’이 더 이상 학교에만 있지 않다는 걸 어렴풋이 알았지만, 아이의 행동을 통해 실제로 목격하니 더 생생합니다. 기존의 방식, 즉 위에서 아래로 정보나 지식이 하달되는 틀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최근의 사회 흐름을 지켜봐도 그렇습니다. 땅콩 회항, 디자이너 이상봉씨 열정 페이, 연말정산 세금 폭탄 등 모든 이슈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그 이슈가 유통되는 과정에는 페이스북의 공유, 그리고 유튜브 동영상 등 SNS가 반드시 존재합니다. 5년 전쯤 한 NGO 사무총장이 “아~ 이제 NGO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이야.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모으던 NGO의 역할을 이제 SNS가 다 하게 될 텐데”라고 한 말이 떠오릅니다. 새로운 것과 낡은 것, 그 사이에는 반드시 격차(갭)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그 격차가 작아야 불행하지 않습니다. 모든 시민이 새로운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는데, ‘부시맨 정부’ ‘부시맨 학교’ ‘부시맨 기업’만 홀로 존재하는 모습을

내 기부금이 잘 쓰이고 있을까? 걱정마세요, ‘도너스’가 알려드려요

기부금 관리하는 혁신기업 ‘도너스’ 기부금 흐름 볼 수 있는 시스템 운영 현재 관리하는 자금 규모만 1조원 개인이 후원 이끄는 시스템도 개발 이민주(가명)씨는 A재단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그리고 다음해 기부금 사용 내역 보고서 한 장을 받았다. 좌우 2단으로 나뉜 종이 왼편에는 이씨의 총 기부액과 그중 사용된 금액이 적혀있었고, 오른편엔 사업별로 해당 기부금의 사용처, 사용 금액, 사용 날짜 등 상세 내역이 정리돼 있었다. 이씨는 예전엔 비영리단체가 1년 동안 전체 후원금을 어떻게 썼는지만 알 수 있었는데, 이젠 낸 기부금이 사업별로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기부자 본인이 낸 기부금 1원까지도 언제,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바로 사회혁신 기업 ‘도너스’의 기금 흐름 추적 시스템이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이 기부금 흐름 추적 시스템 탄생과 운영의 중심에 장혜선(33)·함종민(32) 두 청년이 있다. “2007년부터 2년 동안 소셜벤처에 투자하는 기업인 크레비스에서 일하면서, 서울대학교 발전기금 관리 시스템을 운영했죠. 그때 기부자들이 사용 내역 공개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몇 천 억대 기금을 관리하다 보니, 후원금을 기부자별로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죠. 이를 시스템으로 자동화하면 기부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국내 기부 시장이 커짐에 따라 기부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시스템이 더욱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 이들은 2009년 도너스를 설립, 기부금 관리 시스템 연구를 시작했다. 컴퓨터관련 석사를 취득한 장 이사를 필두로 개발을 시작했다. 처음엔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곧 난관에

복지 그물망의 실핏줄, 야쿠르트 아줌마

야쿠르트 아줌마의 하루, 기자가 따라가보다 지자체나 주민센터가 독거노인들에게 우유나 야쿠르트 같은 제품을 지원해줘요 주부판매원들은 그들에게 매일 제품을 전하는 동시에 말벗이 돼 드리고 안부도 물으며 자연스럽게 정서적 지지자가 됩니다 “아직도 담배 잘 끊고 있으세요?” “다친 팔은 좀 나아지셨어요?” 어느 집을 가든, 각각의 사연과 현재 이슈를 줄줄 읊을 정도 살펴보던 노인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고 신고하는 경우도 가끔 생겨 조그만 문이 빠끔히 열렸다. 1평(3.3㎡) 남짓 좁은 방. 옷가지와 이불, 휴대용 가스버너와 그을린 양은 냄비가 널브러져 있다. “할아버지 뭐하세요? 아이고, 아침부터 무슨 술이에요.” 강미숙(58)씨가 인사 반, 잔소리 반을 건넸다. 막걸리 잔을 입에 가져가던 공민구(가명·73)씨가 “이봐라. 방이 냉골이야, 냉골”이라며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지난번 겨울 이불 나눠줄 때 못 받으셨어요? 집에만 계시니 모르잖아요. 바람도 쐬고 그러셔야죠.” 강씨의 참견은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두 방 건너 다시 두드린 문. 인기척이 없다. 하지만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한다. “요즘 통 못 뵈어서….” 걱정 어린 말투. 갑자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두컴컴한 방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왜 이렇게 문을 안 열어주세요. 별일 없으신 거죠!” 지난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만난 강미숙씨는 한국야쿠르트사의 주부 판매원,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다. 핑크색 유니폼을 정갈히 차려입은 강씨는 경력 16년의 베테랑이다. 매일 새벽버스를 타고 경기도 파주에서 용산까지 오간다. 1999년 남편의 사업이 힘들어져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여느 판매원이 그렇듯, 유제품 40여 종류를 전동 카트에 싣고 다니며, 배달하고 판매하는

[공익 신간 브리핑] 기부자의 7가지 얼굴: 고액기부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 외

기부자의 7가지 얼굴: 고액기부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 러스 앨런 프린스·캐런 마루 파일 지음 박세연 옮김|나남 펴냄|1만5000원 자산관리 분야 컨설팅 기업 프린스&어소시에이트의 대표가 고액 기부를 이끄는 방법을 논한다. 우선, 기부자 유형을 노블리스, 투자자, 이타주의자 등 7가지로 나눈다. 각 기부자의 기부 동기를 확실히 이해해야 기존 기부자로부터 더 많은 후원을 받고, 새로운 고액기부자까지 발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모금액 증진을 위해 고민하는 비영리단체를 위한 지침서다. 춤추는 마을 만들기 윤미숙 지음|남해의봄날 펴냄|1만5000원 연간 100만 명이 찾아오는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은 2006년까지만 해도 재개발 위기에 처한 소외된 곳이었다. 이 책은 통영 주민들이 마을협동조합을 만들며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 넣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사업을 꾸리며 구도심을 재생한 ‘강구안 푸른 골목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밖에 마을 주민과 회의하는 법, 공모기획서 작성하는 법 등 마을 만들기에 관한 기초적인 정보도 있다.

[공익 뉴스 브리핑] 세계교육포럼 위한 시민사회 역량 강화 세미나 외

세계교육포럼 위한 시민사회 역량 강화 세미나 오는 5월 인천 송도에서 전 세계인의 교육 받을 권리를 논하는 국제회의 ‘2015 세계교육포럼’이 개최된다. 세계교육포럼 개최에 앞서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은 시민사회 역량 강화를 위한 세미나를 연다. 지난 22일 열린 제1차 세미나에서는 한국월드비전 직원 등이 참여해 국제 교육 의제와 세계교육포럼 추진 계획 등을 논했으며 4월까지 총 4회 세미나가 진행될 예정이다. 국제개발협력과 교육 분야 NGO 실무자와 연구원 등이 참가 대상이다. 참가 신청은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 홈페이지(www.kofid.org)에서 할 수 있다. 문의 070-7477-1079 행정자치부, 2015년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 행정자치부는 2015년 비영리민간단체의 공익활동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 공익사업 유형은 사회복지, 문화발전, 환경보전, 국민안전, 국제협력 등 6가지 분야다. 지원을 원하는 비영리단체는 사업계획서를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 관리정보시스템(www.npas.mogaha.go.kr)에 제출하면 된다. 신청 기간은 오는 28일부터 2월 28일까지다. 심사는 서류심사, 인터뷰, 현지확인을 통해 진행되며 최종 발표일은 4월 3일이다. 단체별 사업신청은 1개만 가능하며 2개 이상 단체의 컨소시엄 사업과 최대 3년도까지 다년도 사업도 신청할 수 있다. 이주여성지원센터 개소 원치 않는 임신으로 위기에 처한 이주여성을 위한 종합지원센터가 지난 14일 개소했다. 산모와 아기가 함께 지낼 수 있는 모자원과 그룹홈 등이 있어 최대 200명이 함께 생활할 수 있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위치한 이주여성지원센터에는 임신·출산 관련 지원이 필요한 난민 신청자와 인도적 체류자 등도 입소할 수 있다. 원활한 상담을 위해 베트남·몽골·중국 등 15개 언어로 통역이 지원된다. 문의 (02)863-6622 가정폭력·성폭력 쉼터 제주해바라기센터 개소 피해 여성을 위한 쉼터 제주해바라기센터가 오는

사회공헌 담당부서 갖춘 중견중소기업, 작년 한 해 동안 30% 늘어나

평균비용 2억5000만원… 94% 기부금으로 인력·예산과 전문성 부족 어려움 지역과 호흡하며 함께 성장해온 기업이 있다. 지난 60년간 국내에서 시멘트와 레미콘 제조·판매를 하고 있는 ‘아세아시멘트㈜’ 이야기다. 충북 제천군 송학면에 공장을 설립한 아세아시멘트는 1973년부터 공장 인근 마을에 매년 발전기금 2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5억원을 들여 목욕탕 시설 등을 갖춘 ‘다목적 건강관리센터’를 건립·기증했고, 시멘트 공장에서 발생하는 여분의 에너지를 목욕탕에 공급해 주민들의 에너지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2012년 7월, 대한적십자사 충북 제천 지부 회원으로 가입한 아세아시멘트는 집수리를 위해 매년 2000만원을 기탁하고, 각종 자재와 시멘트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내 기술자들이 직접 수리 활동을 펼쳐 전문성도 더한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사내 봉사단 ‘한마음회’는 무연고 노인 지원금 마련을 위해 벌써 25년째 일일 찻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공헌에 ‘진심’을 더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2014년은 중견·중소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의 내실을 다진 한 해였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와 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정보센터가 발간한 ‘중견·중소기업 사회공헌 백서’에 따르면, 매출액 501~1000위 기업 중 53.8%가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경기 침체 속에서도 중견·중소기업(응답 기업 210곳)이 연간 지출한 사회공헌 평균 비용은 약 2억5000만원이었다. ‘1000만~5000만원 미만’을 지출하는 기업이 32.8%로 가장 많았고, ‘1억~10억원 미만’ 기업이 27.4%로 뒤를 이었다. 특히 세전 이익이 300억원 이상인 기업의 경우 사회공헌 비용을 평균 5억4000만원 지출하고 있었다. ◇전담 부서 30% 증가… 전문성·체계성 높여 국내 중견·중소기업 CEO의 상당수가 사회공헌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공헌에 대한

“우리 강점은 스타들의 영향력… 음악·댄스 트레이닝은 물론 인성교육까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사회공헌 로엔, 불우청소년 음악 트레이닝 캠프 SM, 이주여성을 해외콘서트 통역사로 FNC, 아프리카·동남아에 학교 세워 YG, 학교폭력 고통받는 청소년 음악치료 “아이들이 꼭 ‘스펀지’ 같아요.” 김규남 보컬트레이너(추계예대 실용음악과 보컬전공 교수)가 노래 연습에 한창인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김 트레이너는 “첫날 보곤 굉장히 막막했는데, 가르치는 걸 쑥쑥 빨아들인다”며 “순수하게 춤과 노래가 좋은 아이들이라 빨리 느는 것 같다”고 했다. 한소절을 수십 번씩 되뇌던 박정수(가명·17)군은 “노래는 내게 위안을 주는 유일한 친구”였다며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안 돼 답답했는데, 이 캠프에 와서 꿈의 방향을 정확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강원도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에선 30여명의 청소년이 대중음악에 대한 열정을 맘껏 뽐내고 있었다. 관심과 재능이 있었지만, 가정 형편상 꿈을 키울 수 없었던 아이들이다. 이들을 한데 모아 2주간의 음악캠프를 마련한 건 ‘로엔 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 음원 서비스 ‘멜론’과 가수 아이유 등을 보유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지난 25일까지 진행된 이번 캠프의 명칭은 ‘로엔 뮤직캠프’로 환경이 어려운 청소년들의 음악적 재능을 키워주고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기획한 로엔의 사회공헌 활동이다. 전문 보컬트레이닝, 댄스트레이닝은 물론 인성교육 멘토링까지 제공된다. 방지연 로엔 대외협력팀 프로젝트리더는 “2011년부터 전국 소외지역 콘서트와 수익금 기부 활동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는데, 전부 일회성이다 보니 성취도가 낮았다”며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여성가족부·청소년활동진흥원 등과 힘을 합쳐 이번 캠프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로엔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전문기업(이하 엔터기업)의 사회공헌이 점차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기 모니터링으로 위기 예방… 문제 생기면 정확한 정보부터 공개하라”

비영리단체 위기관리 5대 전략 ① 소통 창구의 단일화 ② 사건 직후 2시간 내 즉시 대응 ③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 ④ 사후 경과를 투명하게 공개 ⑤ 위기 가상체험으로 대응력 높여야 기부금을 불법으로 모금했다며 고발당한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가 4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하 기부금품법)을 위반했다며 한 보수 단체가 고발한 사건에 대해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에서 일했던 박원순 시장 등 62명 전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사전에 등록하지 않고 모금을 했지만 등록 대상을 오인하는 바람에 절차를 어긴 측면이 있고, 모금의 목적이 공익적이고 기부금 전액을 당초 목적대로 사용한 점을 근거로 삼은 것이다. 이 과정을 지켜본 비영리단체들은 “상처뿐인 승리”라고 입을 모은다. 신뢰를 잃은 기부자들이 다시 돌아오기엔 4년이란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 영리기업보다 가혹한 잣대로 투명성을 평가받는 비영리단체야말로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박일준 KCMG 한국갈등관리본부 대표, 이영훈 KPR 상무 등 위기관리 전문가 3인에게 ‘비영리 위기관리 전략’을 들었다. ◇채널 단일화로 정확한 정보 전달, 소통 창구 만들어 신뢰 높여라 전문가들은 ▲채널 단일화 및 소통 창구 마련 ▲사건이 터진 후 2~3시간 내 즉각 대응 ▲철저한 ‘팩트 파인딩(Fact finding·사실관계 확인)’ 등을 3요소로 꼽았다. 이영훈 KPR 상무는 “대다수 국제 항공사가 비행기 사고가 나면 즉시 웹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승객의 생사 여부, 사건 브리핑, 사과문을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피드백을 듣는다”면서 “정보가 실시간 제공되면서

슬프고 불쌍한 대륙? 편견 걷어낸 아프리카엔 희망이 넘쳤다

NGO들의 개도국 바로보기 ‘죽어가는 아이들의 땅’ ‘굶주린 곳’ 동정·희화화 없이 개도국 바로봐야 아프리카인사이트, 사진전 개최 국제개발 NGO 6곳, 국내 최초로 미디어 가이드라인 발표해 호응 “아이들 편식하면 ‘아프리카 애들은 그것도 없어서 못 먹는다’는 말 쉽게 하잖아요. 이런 게 다 편견이거든요. 개그나 예능 프로그램을 봐도 아프리카는 항상 희화화되고요.” 허성용(31) ‘아프리카인사이트’ 대표의 말이다. 아프리카인사이트는 아프리카를 온전히 세상에 알리기 위해 설립된 청년 비영리단체다. 허 대표는 “편견을 가지면 제대로 도울 수 없다”며 “외부 기관에서 파준 우물이 몇 년도 안 돼 말라 버리고, 학교나 병원 시설이 방치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허 대표와 아프리카의 인연은 2008년 굿네이버스 봉사단원으로 탄자니아를 방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아프리카를 전혀 몰랐어요. 거만한 마음도 있었죠. 그런데 정반대였어요. 우리가 ‘불쌍하다’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진취적이고 꿈도 많았죠. 도움받는 건 늘 나였어요.” 4년여 아프리카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2013년 뜻을 함께하는 동료 6명과 함께 ‘아프리카인사이트’를 설립했다. “무의식적으로 ‘아프리카는 죽어가는 아이들의 땅’이라고 학습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는 이유에서다. 아프리카인사이트는 교육이나 옹호(Advocacy) 활동, 문화·예술 등을 통해 진짜 아프리카를 볼 수 있도록 돕는다. 그중 하나가 다음달 28일 까지 제주도 아프리카박물관에서 열리는 ‘내가 만난 아프리카전(展)’이다. 김보화 아프리카인사이트 아트디렉터는 “사진을 통해 아프리카의 다양한 모습을 접하면 대중매체에 나오는 모습이 ‘아프리카의 전부’가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을 바로 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요 NGO들도 이런 접근 방식에 동참한다. “제 이름은 프레셔스(Precious)예요. 앞으로

국내 시리아 난민 477명, 지금 어디 있나

허점투성이 난민 지원 실태 인도적 체류자, 기본적 생활 보장 없어 보여주기식 행정… 난민법 보완 필요 시리아 내전을 피해 아델(34·가명)씨와 조카 압둘(32)씨가 한국에 온 것은 2014년 3월. 이들은 난민인정 신청 3개월 뒤 인도적 체류를 허가받았다. 그러나 의료·소송 등을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에게 주는 기타(G-1)비자로는 그의 신분조차 제대로 보장할 수 없었다. 그해 말, 살 곳을 찾아 다시 난민선에 오른 압둘씨는 이탈리아로 가던 중 선박 좌초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5월, 법무부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들에게 최소 인도적 체류를 허가한다’는 방침을 정한 후 477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였다. 난민을 이렇게 무더기로 받아들인 적 없는 우리나라에서 극히 이례적인 조치였다. 지난해 4월까지 허가된 전체 인도적 체류자 수(208명)의 2배를 넘는 수치였다. 인도적 체류자는 사유(인종·종교·국적·특정사회집단 구성원·정치적 견해로 인한 박해) 불충분으로 ‘난민인정자’가 될 순 없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국내 체류를 허가받은 난민을 뜻한다. ◇난민신청자보다 못한 인도적 체류자 하지만 우리 정부가 시리아 난민에 대한 인도적 체류 허가만 했을 뿐, 사후 관리는 나 몰라라 하는 바람에 현재 477명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자료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민구호단체 ‘피난처’의 이호택 대표는 “지난해 인도적 체류자 급증에 따른 국내 거주 시리아 난민 실태조사를 정부 측에 건의했지만, 별다른 대응은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뒤다. 인도적 체류자는 최대 1년 단위로 체류 기간을 갱신해야 한다. 여행증명서 발급 등 인정 난민이 받을 수 있는 별도 권리조차 인정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