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세계 빈곤 퇴치 위한 유엔 포럼 현장, 韓 기업은 한 곳도 참석 안해

SDGs 모르는 한국 기업들

지난 9월 26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민간부문포럼(Private Sector Forum)’ 현장. 글로벌 기업 36곳의 CEO들이 차례로 연단에 섰습니다. 전날 제70차 유엔총회에서 선언된 지속가능발전목표(이하 SDGs)를 위해 각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이행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SDGs는 2030년까지 모든 형태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전 세계 정부·기업·시민사회 등 이해 관계자들이 합의한 17가지 핵심 목표입니다. 독일 메르켈 총리, 폴 폴만 유니레버 회장 등 전 세계 정부 및 기업 지도자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은 발 빠르게 참여했습니다.

마크 저커버크 페이스북 CEO는 “전 세계를 연결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가장 근본 과제 중 하나이며, 10명이 인터넷에 연결될 때마다 한 명씩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서 유엔 난민캠프에 인터넷이 연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최빈국 내 보건의료 시설을 지원하고 2020년까지 2억명에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고, 이탈리아 최대 전력회사인 에넬(ENEL)은 “지속가능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재생 가능한 성장에 2019년까지 88억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밖에도 케냐 통신회사 사파리콤(Safaricom), 일본 화학회사 스미토모 케미컬(Sumitomo Chemical), 영국 대표 보험사인 아비바(AVIVA), 레고 등 36개 글로벌 기업이 SDGs의 세부 목표에 맞는 이행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포럼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반기문 사무총장이 기업의 책임을 논의하고자 2008년부터 매년 진행한 유엔 민간 부문 포럼에도 한국 기업은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임홍재 유엔글로벌콤팩트한국협회 사무총장은 “국제 이슈에 동참하는 글로벌 기업의 모습을 목격하면서 부끄러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만난 국내 CSR 담당자들조차 SDGs가 무엇인지, 글로벌 기업이 SDGs 어젠다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바스프(BASF), 듀폰 등 글로벌 톱 기업들은 이미 생명공학·바이오·식량 등 지속가능한 신사업 개발에 나섰습니다. SDGs가 전 세계 환경과 이해 관계자 니즈를 반영한 어젠다인 만큼, 그에 발맞춰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CSR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주도하는 중국, CEO를 대상으로 SDGs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선 일본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기업들은 SDGs를 비롯한 사회적책임 이슈에 너무 둔감한 것 같습니다. 지배구조, 윤리경영 이슈로 한창 시끄러운 국내 기업이 바짝 긴장해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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