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7일 강원 정선군 고한읍에 위치한 구공탄시장.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연다는 알뜰 시장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로 시장 안은 텅 비어있었다. 상인들은 가게 안에서 TV를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고한읍 옆에 있는 사북읍도 사정은 비슷하다. 과일가게 앞에 쌓아놓은 과일은 손님에게 팔려나가는 것보다 진열만 돼 있다가 상해 버리는 게 더 많을 정도다. 고한읍과 사북읍의 재래시장에서 손님이 사라졌다. 이곳에서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광경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시장에서 물건이 사고 팔린다면 십중팔구 강원랜드 하이원 포인트, 일명 ‘콤프’로 거래되는 경우다. 콤프는 카지노에서 고객 유치를 위해 무료로 숙식이나 교통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강원랜드에서는 카지노 고객이 이용 실적에 따라 받아가는 마일리지를 ‘하이원 포인트’라고 부르는데 이를 통칭 콤프라고 부른다. 원래는 하이원 직영 영업장 내에서만 콤프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2004년 강원랜드가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선·삼척·태백·영월 4개 시·군의 가맹점에서 콤프를 화폐처럼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제도가 시행된지 15년. 콤프는 지역 주민의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강원랜드와 가까이 있어 카지노 고객의 왕래가 잦은 사북·고한읍의 경우 지역경제가 콤프에 좌우된다고 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다. “콤프가 마감되면 사람이 안 와요”…중순 넘어가면 발길 뚝 “콤프가 유일한 밥줄이 됐어요. 지역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물건을 못 사고 카지노 사람들은 콤프로만 물건을 사려고 하니까요. 콤프가 없으면 굶어야 해요.” 사북시장에서 닭집을 운영하는 이모(64) 씨는 “사북의 지역 경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