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먹기위해 길러지는 가축이 아닌 하나의 생명

국내 첫 ‘생추어리’ 일일봉사 체험기 생추어리(sanctuary)는 보호구역, 피난처라는 뜻이다. 미국의 동물권 활동가 진 바우어가 도축장, 공장식 농장에서 구해낸 동물들을 위한 공간을 생추어리라고 명명한 이후 동물들을 위한 안식처라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생추어리의 생명들은 축산동물로서 인간에 의해 삶이 강제로 중단되는 위기에서 벗어나 죽기 전까지 자신의 삶을 계속해 나간다. 우리나라에도 생추어리가 있다. 한 살이 갓 지난 돼지 ‘새벽이’가 거주하는 국내 최초 ‘새벽이생추어리’다. 새벽이는 지난해 7월 경기 화성의 한 돼지농가에서 태어났다. 동물권단체 DxE(Direct Action Everywhere) 코리아가 오물과 쓰레기로 뒤덮힌 농장에서 새벽이를 구출했다. 생후 6개월이면 도축을 당할 운명이었지만, 이제는 돼지의 수명(10~15년)을 채우게 됐다. 지난 8월 19일 오후 3시, 새벽이생추어리 일일봉사를 위해 경기도 모처로 향했다. 새벽이생추어리 일일봉사 겸 취재 허가 이후 받은 안내 문자에는 “생추어리의 공간을 외부에 발설하지 말아달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SNS 상에서 댓글과 DM으로 생추어리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안내 문자를 따라 도착한 곳은 인적이 드문 한적한 시골이었다. 2명의 자원봉사자가 먼저 도착해있었다. “더우시죠? 물 좀 드세요.” 생추어리 활동가의 추천으로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는 쌩칠(활동명·20)이 기자에게 물을 권했다. 나름 베테랑격인 쌩칠의 안내에 따라 짐을 내려두고 운동화를 장화로 갈아신었다. 새벽이생추어리 SNS를 통해 정기봉사 신청을 한 자원봉사자들은 택배 확인, 냉장고 정리, 새벽이 산책, 생추어리 청소, 식사 준비 등을 맡게 된다. 일일 봉사자였던 기자가 처음 맡게 된 일은 김치냉장고에서 꺼낸 싱싱한 오이를 새벽이에게 건네며 인사하는 일이었다.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