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요가에 관심이 좀 생겨 이런저런 책과 동영상을 찾아보고 있는데 백서현 작가가 80일간 인도 요가원에 다녀와서 쓴 ‘요가 좀 합니다’를 보니 이런 대목이 있다. “인도에서는 평생 쉬는 호흡의 수가 수명과 연관이 있다고 믿기도 한다. 느리게 쉬면 더 오래 살 수 있다.” 처음엔 인도 특유의 신비주의적 생명관이겠거니 했는데 일본의 유명 동물학자 모토카와 다쓰오 전 도쿄공업대학 교수가 쓴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을 읽으면서 뜻밖에도 이게 과학적 근거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모토카와 교수는 동물들이 몸의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신체시간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포유류의 심장 박동 주기는 체중의 4분의 1 제곱에 비례하는데, 이를테면 코끼리는 3초에 한 번, 생쥐는 0.1초에 한 번 심장이 뛴다. 몸집이 클수록 심장이 느리게 뛴다고 하니 호흡도 느릴 것이고, 슬로비디오처럼 느린 템포로 100년을 사는 코끼리와 훨씬 빠른 생리적 템포로 허겁지겁 몇 년을 살다 죽는 생쥐의 삶을 비교해 보면 ‘느린 호흡=장수’라는 공식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모토카와 교수의 이론에는 극적인 반전이 있다. 포유류의 평생 심장박동 수는 20억회로 몸의 크기와 상관없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5분짜리 동영상을 빨리 돌려 1분 만에 보더라도 그게 같은 동영상인 것처럼 코끼리와 생쥐의 물리적 수명은 다르지만 시간의 밀도를 생각해 보면 결국 같은 길이만큼을 살다 가는 셈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그는 빠르게 혹은 느리게 흐르는 생명의 시간 속에서 동물들은 각자 독자적 세계를 구축해 살아간다는 멋진 가설을 세웠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