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슬프고 불쌍한 대륙? 편견 걷어낸 아프리카엔 희망이 넘쳤다

NGO들의 개도국 바로보기

‘죽어가는 아이들의 땅’ ‘굶주린 곳’
동정·희화화 없이 개도국 바로봐야

아프리카인사이트, 사진전 개최
국제개발 NGO 6곳, 국내 최초로
미디어 가이드라인 발표해 호응

“아이들 편식하면 ‘아프리카 애들은 그것도 없어서 못 먹는다’는 말 쉽게 하잖아요. 이런 게 다 편견이거든요. 개그나 예능 프로그램을 봐도 아프리카는 항상 희화화되고요.”

허성용(31) ‘아프리카인사이트’ 대표의 말이다. 아프리카인사이트는 아프리카를 온전히 세상에 알리기 위해 설립된 청년 비영리단체다. 허 대표는 “편견을 가지면 제대로 도울 수 없다”며 “외부 기관에서 파준 우물이 몇 년도 안 돼 말라 버리고, 학교나 병원 시설이 방치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허 대표와 아프리카의 인연은 2008년 굿네이버스 봉사단원으로 탄자니아를 방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아프리카인사이트의 ‘내가 만난 아프리카展’ 입선작 ‘플림비 사운디’(고한벌 作)
아프리카인사이트의 ‘내가 만난 아프리카展’ 입선작 ‘플림비 사운디’(고한벌 作)

“아프리카를 전혀 몰랐어요. 거만한 마음도 있었죠. 그런데 정반대였어요. 우리가 ‘불쌍하다’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진취적이고 꿈도 많았죠. 도움받는 건 늘 나였어요.” 4년여 아프리카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2013년 뜻을 함께하는 동료 6명과 함께 ‘아프리카인사이트’를 설립했다. “무의식적으로 ‘아프리카는 죽어가는 아이들의 땅’이라고 학습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는 이유에서다. 아프리카인사이트는 교육이나 옹호(Advocacy) 활동, 문화·예술 등을 통해 진짜 아프리카를 볼 수 있도록 돕는다. 그중 하나가 다음달 28일 까지 제주도 아프리카박물관에서 열리는 ‘내가 만난 아프리카전(展)’이다. 김보화 아프리카인사이트 아트디렉터는 “사진을 통해 아프리카의 다양한 모습을 접하면 대중매체에 나오는 모습이 ‘아프리카의 전부’가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을 바로 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요 NGO들도 이런 접근 방식에 동참한다.

“제 이름은 프레셔스(Precious)예요. 앞으로 개발 분야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요. 제 모든 지식과 능력을 동원하여 구물리라 마을 사람들을 돕겠습니다.”

 

‘내가 만난 아프리카展’ 우수작 ‘추억은 비눗방울을 타고’(이축복 作)
‘내가 만난 아프리카展’ 우수작 ‘추억은 비눗방울을 타고’(이축복 作)

아프리카 말라위에 사는 프레셔스(21·남)는 올해 1월 취업에 성공했다. 말라위 구물리라 마을에서 ‘희망기지’ 사업을 펼치고 있는 ‘열매나눔 인터내셔널'(이하 열매나눔)에 정식 채용된 것. 열매나눔은 지난해부터 ‘구물리라의 엘리트를 찾아라’ 캠페인을 펼치며, 이를 옹호 활동으로 이어왔다. 이상진 열매나눔 사무국장은 “3차에 걸쳐 엄격한 과정을 거쳤는데, 깜짝 놀랄 만한 인재가 많았다”며 “프레셔스는 마을 인근 므왓자미라 초등학교에서 임시 교사까지 맡은 적이 있었던 인재”라고 설명했다. 이번 채용에선 프레셔스를 포함, 구물리라 엘리트 3명이 뽑혔다. 현재 열매나눔 말라위 희망기지에는 총 28명이 일하는데, 이 중 20명이 현지 청년이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장애인 비율은 17.6%(WHO 기준·한국 5%). 대부분 장애를 숨기고 살아간다. 장애를 신의 저주로 여기는 에티오피아의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의 사회적 참여가 낮고, 교육 기회가 전무한 이유다. 현재 에티오피아에서 장애인의 직업훈련을 지원하고 있는 지구촌나눔운동은 이들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대표적인 예가 ‘커피 소녀 아베라시(24·여)’다.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소아마비에 걸린 아베라시는 커피와 차를 팔며 근근이 생활비를 버는 처지지만, 손에 쥔 꿈만은 놓지 않는다. 아베라시의 꿈은 ‘역사 저널리스트’. 에티오피아 국민과 외국인들에게 에티오피아의 역사를 바로 알리는 것이 목표다. 조아름(27) 지구촌나눔운동 에티오피아 협력소 사업 담당자는 “개도국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의지와 열정이 있는 친구들을 많이 만난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향해 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알리기 위해 이번 캠페인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내가 만난 아프리카展’ 입선작 ‘선물(Present)’(전영준 作)
‘내가 만난 아프리카展’ 입선작 ‘선물(Present)’(전영준 作)

지난해 10월에는 6개 국제개발NGO(월드비전·세이브더칠드런·유니세프 한국위원회·초록우산어린이재단·프렌드아시아·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가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와 진행한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국내 최초로 발표되기도 했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뉴스나 방송에서 비춰지는 아프리카는 50여개의 독특한 전통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그저 하나의 불쌍한 대륙”이라며 “후원 광고에서도 이런 부분이 확대·재생산되며 시청자들에게 죄의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세이브더칠드런 국제개발협력팀 팀장은 “이제 막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시점에서 후원자의 반응을 일일이 알기는 쉽지 않지만 개도국을 바로 알리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호응과 격려가 뒤따르고 있고, ‘지켜보겠다’는 반응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미 선진국 NGO에선 개도국의 권리를 올바르게 옹호하는 활동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제 민간 의료 구호단체 ‘국경없는 의사회’는 지난 20일 백신 가격 관련 보고서 ‘올바른 백신(The Right Shot)’의 개정판을 발표하면서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화이자’에 개발도상국의 폐렴구균 백신 가격을 아동1인당 미화5달러까지 낮출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빈곤 국가의 아동 1인당 백신가가 2001년보다 68배나 높아져 백신을 살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폐렴구균은 개도국에서 매년 100만명의 아동을 사망시키는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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