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사실을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의무 통보하는 ‘출생통보제’가 도입된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석 267명 중 266명이 찬성했고, 기권은 1명이었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이른바 ‘유령 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고, 지자체가 출생신고를 하도록 하는 제도다.
법안은 공포일로부터 1년 후 시행된다. 출생통보제가 본격 시행되면 의료기관장은 출생일로부터 14일 이내 심평원에 출생 정보를 통보해야 한다. 시·읍·면장은 출생일로부터 한 달 이내 출생신고되지 않은 아동의 모친 등 신고 의무자에게 7일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도록 통지한다. 이후에도 신고되지 않으면 법원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출생통보제 시행을 촉구하는 법안은 지난 2020년부터 국회에 10건 이상 발의됐다. 다만 국회와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감사원이 미출생 신고 아동 조사에 나서면서 해당 법안 입법을 촉구하는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감사원은 지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2236명 중 위험도를 고려해 23명을 집중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중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아동 한명은 영양결핍으로 생후 67일쯤 사망했다. 경기 수원에서는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태어난 아동이 출산과 동시에 친모에게 살해돼 집 냉장고 안에 보관된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에 태어난 남아는 출생 직후 보호자가 베이비박스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출생 신고 아동의 실태가 드러나면서 국회에 수년간 계류하던 법안이 지난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하고, 본회의 문턱까지 넘게 된 것이다.
출생통보제가 의결되면서 ‘보호출산제’ 도입 논의도 가속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출생통보제 시행으로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출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보호출산제는 미혼모나 미성년자 임산부 산모가 병원에서 익명으로 출산한 아동을 국가가 보호하는 제도다. 보호출산제 도입을 위한 특별법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임시신생아번호 기록이 있는 아동 2123명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지자체 복지 담당 공무원과 가족관계·주민등록 담당 공무원이 가정을 방문해 아동의 출생신고 여부와 소재·안전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