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사라졌던 무궁화·황새, 다시 우리 곁으로… LG의 25年 자연 사랑

LG상록재단 동식물 보존 사업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하면서 자연스레 잊히고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오랫동안 한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나라꽃 ‘무궁화’와 한국의 지역 생태계를 대표하는 깃대종(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주요 동식물) ‘황새’가 대표적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었던 무궁화와 황새는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점차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1997년 설립된 LG상록재단은 국공립 기관과 협력하며 다양한 형태의 동식물 생태 보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5년간 산림 회복 운동, 황새 인공둥지 지원사업 등을 펼쳤고 2018년부터는 산림청과 함께 무궁화 보급 활동을 진행 중이다.

LG상록재단이 보급한 무궁화 묘목을 가꾸고 있는 서울 오산고등학교의 ‘무궁화 지킴이’ 학생들. /LG상록재단 제공
LG상록재단이 보급한 무궁화 묘목을 가꾸고 있는 서울 오산고등학교의 ‘무궁화 지킴이’ 학생들. /LG상록재단 제공

‘환경정화수’ 무궁화, 학교와 가정에 보급

산림청이 발표한 ‘가로수 조성·관리 추진계획’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 가로수 총 942만본 가운데 무궁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5.4%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무궁화가 사라지는 이유로 무궁화에 대한 관심 감소, 체계적인 관리 부족을 꼽는다. 무궁화 품종 연구를 총괄하는 권해연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무궁화는 풍부한 햇빛과 온도 등 일정한 조건이 충족돼야 잘 자라는 식물인데, 무궁화가 아무 곳에서나 잘 자란다는 잘못된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면서 “그늘지고 척박한 땅에 무궁화를 심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무궁화 개체 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나라꽃 무궁화를 살리기 위해 선발 주자로 나선 건 환경부와 산림청이다. 1990년대 환경처(현 환경부)는 무궁화를 ‘환경정화수’로 선정하고, 도시·공단 지역의 가로변과 녹지대 등에 오염물질 정화 능력이 뛰어난 나무들을 대량으로 식재하는 ‘환경정화수 심기운동’을 전개했다. 환경정화수는 ▲환경오염에 대한 높은 내성 ▲오염물질의 높은 흡수력과 흡착력 ▲소음 차단 기능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2018년 LG상록재단은 산림청과 무궁화 연구·보급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경기 광주시 곤지암에 있는 화담숲 인근에 무궁화 양묘장을 조성해 무궁화 품종 8000여 그루를 관리하고 있다. 산림청으로부터 우수한 무궁화 품종을 받아 큰 묘목이 될 때까지 직접 키우고 초·중·고교에 보급하고 있다.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국 650여 개 학교에 약 3000그루의 무궁화를 심었다. 오는 2023년까지 전국 1000개 학교에 무궁화 5000그루를 무상으로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0년부터는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실내용 무궁화 품종’ 개발을 시작했다. 실내용 무궁화 품종은 병충해에 강하고, 일조량·통풍이 부족한 실내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는 신품종이다. 양창현 LG상록재단 책임은 “2025년까지 무궁화 신품종 연구 사업에 힘쓸 것”이라면서 “실내용 무궁화까지 개발되면 일반인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재배 매뉴얼을 제작해 무궁화 묘목과 함께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떠난 황새, 민·관 합작에 친정 방문

2013~2019년 진행한 ‘황새 인공둥지 지원사업’은 LG상록재단과 민·관·학이 협력해서 진행한 대표적인 생태 보전 프로젝트다. 황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 멸종위기종 1급,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지정된 희귀 조류다. 1960년대까지는 충남 예산군에서 서식했지만 1971년 이후 한국에서 자취를 감췄다. 1996년 박시룡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황새복원센터를 설립해 러시아와 독일에서 수입한 황새 3마리로 황새 텃새 복원 사업에 나섰다. 황새 서식지였던 예산군도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2015년부터 황새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13만5669㎡ 부지의 예산황새공원을 조성하고, 2015년부터 2021년까지 황새 155마리를 자연으로 방사했다.

LG상록재단은 예산군청과 함께 서식지 주변 논밭 경작법을 친환경 농법으로 바꿔나갔다. 또 황새가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는 인공둥지탑 19개를 제작했다. 인공둥지탑 인근에는 단계적 방사장도 마련했다. 단계적 방사장은 황새의 자연 방사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설치물로, 황새들은 평균 6~12개월간 방사장에 체류한 뒤 자연으로 나간다. 황새 보호 프로젝트는 한국교원대의 사육·연구기술, 예산군과 환경부의 서식지 조성사업, LG상록재단의 둥지탑과 방사장 설치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성공적인 복원 모델로 평가받는다.

양창현 책임은 “황새 보호 프로젝트는 단일 기관이 수행할 수 없어 민관 협력이 필수적인 프로젝트였다”면서 “재단이 국·공립기관과 함께 야생 조류의 생태계 보호에 힘쓰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LG상록재단은 설립 이래 25년간 동식물 생태 보존에 도움이 되고자 크고 작은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도 인간과 자연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해 묵묵히 생태 복원 활동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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