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5일(금)

아이들 2만명, 태어나자마자 부모 따라 ‘無국적자’

국내에 사는 외국인 수는 142만여명. 이 중 미등록 외국인은 18만여명에 달한다(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 통계’, 2012). 미등록 외국인 아동 수는 1만5000명에서 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6월 ‘세이브더칠드런’이 발표한 ‘이주 배경 아동의 출생 등록’ 보고서에 의하면 현행 대한민국 제도상 국내에서 외국인 사이의 자녀가 출생했을 때 출생 등록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부모 국적국의 대사관을 통해서 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하지만 해당국 대사관이 부모의 미등록 상태나 불법 체류 등을 이유로 높은 수수료나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국내 다문화 가족에 대한 지원 예산은 652억원(여성가족부). 지난해보다 3.8%가량 늘어난 수치로, 다문화 가정(대한민국 국적자가 외국인과 결혼한 가정)과 그 자녀를 위한 지원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반면 미등록 외국인 아동, 즉 ‘무국적 아동’은 모든 지원에서 제외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는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취득권을 가진다(제7조2항)’고 정하고 있다. 아이들과 부모들의 체류 자격과 상관없이 아이들의 보호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도록 명시하는 것이다. 지난 1991년 한국도 협약에 가입했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나라 법 어디에도 이주 아동의 기본권 보장은 명시되지 않고 있다.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플랜인터내셔널 등 국제적 민간 단체들은 ‘보편적 출생 등록(부모의 법적 지위, 출생 지역, 장소 등 어떤 요소와 관계없이 국내 모든 아동의 출생을 등록하는 제도)’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모든 아동이 출생하고 42일 이내에 지역의 등록 사무소를 방문하거나 병원을 통해서 출생 등록이 가능하다. 부모가 출생 등록을 할 수 없는 경우, 아동이 출생한 병원의 행정 직원도 출생 등록을 할 수 있다. 지난 2009년부터 태국에서도 ‘출생 등록에 관한 지침 명령’에 따라 부모의 법적 지위와 관계없이 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 등록이 법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태국 정부는 태국 유니세프와 함께 온라인 출생등록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 출생 등록 우수 사례로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출생 등록은 아동의 보호권·교육권으로 이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의 시작이기에 미등록 외국인 아동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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