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일(수)

산불로 척박해진 산림, ‘이끼’로 복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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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재홍 코드오브네이처 대표

박재홍 코드오브네이처 대표는 이끼를 활용해 산림 복원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여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8일 만난 박 대표는 “이끼는 자연의 기초가 되는 식물”이라며 “이끼를 통해 파괴된 환경을 되돌릴 수 있다”고 했다. /임화승 C영상미디어 기자

“2년 전 큰불이 났던 강원도 산들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 아시나요? 사람들은 불이 꺼지면 재난도 끝났다고 생각해 진화된 이후를 신경 쓰지 않아요. 불이 꺼지고 난 뒤엔 산사태나 초미세 먼지 발생 같은 2차 재난도 일어날 수 있거든요. 이를 막으려는 산림 복원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탓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죠. 코드오브네이처가 개발한 이끼 기반 산림 복원 키트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부산대 식물생명공학과를 졸업한 박재홍(26) 코드오브네이처 대표는 학부 시절부터 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환경을 개선하는 ‘환경 제어’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 그의 눈을 확 사로잡은 게 바로 ‘이끼’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토양에 영양분도 공급해주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박 대표는 이끼를 활용해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기술을 개발해 지난 2019년 ‘나 홀로 창업’에 나섰다. 창업 3년 차인 지금은 기술 고도화를 위해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다니며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산불 피해 지역, 이끼로 복구 비용 40% 줄인다

지난 8일 서울시 관악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재홍 대표는 “이끼는 지구 역사상 가장 먼저 생긴 식물”이라며 “그 생명력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파괴된 환경을 되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회사 이름인 ‘코드오브네이처(Code of Nature)’는 자연의 법칙이라는 뜻이에요. 지금과 같은 자연환경이 만들어진 과정을 보면 육상 생활에 처음 적응한 이끼가 바위를 갉아 흙을 만들었고 그게 쌓여 식물이 살 수 있는 토양이 됐어요. 생명의 토대를 만든 이끼가 황폐화된 산림도 복원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화마(火魔)가 덮친 산림을 복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일반적인 산림 복구는 오염된 흙을 제거하고 나무를 이식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많은 노동과 비용, 그리고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 때문에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시간이 해결해주길 기다리는 ‘방치형 복구’를 택한다. 막대한 비용도 문제지만 이렇다 할 산림 복원 기술이 없다는 게 더 크게 작용한다. 박 대표는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역의 토양을 방치할 경우 나무가 살 수 있는 상태로 되돌리기까지 최소 10년에서 많게는 30년에 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코드오브네이처의 산림 복원 키트 ‘FRK-M (Forest Recovery Kit-Moss)’은 화재가 발생했던 지역에 이끼를 발생시키고 사막화된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준다. 키트는 이끼 포자 배양액과 성장을 돕는 영양액, 잘 퍼지게 하는 호르몬액으로 구성돼 있다. 키트 구성물로 오염된 흙을 걷어내고 새 흙을 채우는 기존의 복원 방식보다 비용은 40%, 투입 인력은 70%를 줄일 수 있다. 방치형 복구와 비교했을 땐 토양을 되돌리는 시간을 90%가량 앞당긴다. 박 대표는 “FRK-M 키트는 오염된 토양을 제거하는 등 사전 작업 없이 물에 희석해 화재가 진화된 상태에 그대로 뿌리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산림 복구 키트를 개발하기까지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학계에서 이끼에 대한 연구가 적을뿐더러 그 종류도 200~300여 개에 달한다. 이 중 건조한 화재 현장에 적합한 이끼를 찾는 것이 문제였다.

“대부분의 이끼는 습하고 그늘진 환경에 산다는 습성이 있어요. 화재 현장에 활용하려면 건조하고 양지에 강한 이끼를 찾는 게 관건이었죠. 전국에 있는 산은 다 돌아다녀 봤지만 적합한 이끼를 찾기 어려웠어요. 한참 고민하던 차에 한 직원의 시골집을 놀러 갔을 때 양철 지붕에 사는 이끼를 봤던 게 떠올랐어요. 지붕에서 햇볕을 온전히 받으면서 살아있는 것을 보고 ‘이거다!’ 싶었죠. 곧바로 거창에 내려가 해당 이끼를 채집하고 연구에 속도가 붙었어요. 키트를 완성한 고마운 친구였죠.”

국가 재난급 산불 겪는 미국·호주 등 해외 진출도 타진

“기후 위기 이슈로 온실가스 흡수원인 산림 보존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어요. 미국과 캐나다, 호주에서 기후변화로 발생한 대형 산불은 국가 재난이었죠. 이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100여 국 정상들이 산림 복원에 힘쓰기로 약속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산림 복원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큰 비용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노동 집약적 방식에 그치고 있어요. 화재로 오염된 토양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워 이식된 나무의 생존율도 떨어지죠. 근본적으로 토양을 화재 이전의 건강한 자연 상태로 회복시키는 게 필요한 이유입니다.”

코드오브네이처는 올해 경상남도에서 산불이 났던 지역을 대상으로 실증 테스트를 진행했다. 실제 화재 현장에 배양된 이끼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날씨에도 잘 적응하는지, 또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테스트 결과 이끼를 살포하고 14주가 지나자 식물 싹이 자라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려 내년까지 산불이 났던 지역을 대상으로 실증 테스트를 2회 더 진행하고, 성능이 확인되면 후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우리나라 산림 재난 복구 예산은 연간 3000억원 규모에 달해요. 정부의 산림 복구 사업을 수주하는 기업들이 코드오브네이처의 주요 판매처가 되죠. 우선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 3년 내 연 매출 90억원 달성을 예상하고 있어요. 기후변화로 국가 재난급 산불을 겪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에요. 우리가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 430만㎡ 규모의 산불 피해 지역이 다시 푸르게 변할 수 있습니다.”

코드오브네이처는 지난해 4월 산림청 ‘F-Startup’의 대상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다. 또 박 대표는 지난 10월 부산시 ‘월드클래스 육성 10년 프로젝트’ 톱3 인재에 선정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박 대표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투자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투자는 우리가 해결하려는 환경문제에 공감하고 함께 사업을 키워갈 수 있는 곳 위주로 조심스럽게 진행하려 한다”고 했다. 오는 12월에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창업 박람회 ‘슬러시(Slush)’에 참가해 전 세계 투자자와 관계 기관들에 산림 복원 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끼를 더 다양하게 활용하고 싶어요. 비료를 많이 사용해 염류 집적이 된 농지를 복구하고, 친환경 인테리어에 활용될 수도 있죠. 최종적으로는 코드오브네이처의 이끼 키트를 화성에 가져가는 게 목표예요. 이끼가 지구에서 자연을 만들었던 것처럼 화성에서도 코드오브네이처의 이끼로 자연이 만들어질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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