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일(수)

“직원이 곧 자산… 작은 목소리에도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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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디 새뮤얼슨 아스펜연구소 부소장

“직원에게 관심을 가지세요. 기업 구성원은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함께할 CEO의 동맹군이자 소중한 자산입니다. ‘ESG 경영’ 역시 기업 내부에서 시작됩니다.”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정책 싱크탱크 ‘아스펜연구소’의 주디 새뮤얼슨(Judy Samuelson) 부소장은 기업 성공의 핵심 요소로 소속 직원을 꼽는다. 그는 자본시장에 팽배한 주주우선주의를 끊임없이 비판해 온 대표적인 연구자로 유명하다. 포드재단 근무 시절에는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 규모의 임팩트 투자 기금을 운영하기도 했다. 지난 25년간 기업의 비즈니스 목적을 장기적 가치로 전환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최근 글로벌 차원에서 불고 있는 ESG 열풍과 궤를 같이한다.

최근 출간한 저서 ‘기업 경영의 6가지 새로운 규칙’에서는 ‘노동 비용의 최소화’를 낡은 규칙으로 규정하고 ‘직원을 가장 중요한 기업의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ESG 경영의 새로운 규칙을 제시했다. 오는 28일 지속가능한 임팩트 생태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2021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새뮤얼슨 부소장을 서면 인터뷰했다.

주디 새뮤얼슨 아스펜연구소 부소장은 ‘ESG’ 중에 ‘G(거버넌스)’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ESG의 시작은 내부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지배구조, 의사결정 방식, 결정권자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아스펜연구소 제공

직원은 기업에 책임을 묻는 존재

“기업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선악(善惡)으로 규정지을 수 없습니다. 다만 기업이 내리는 결정은 선하거나 악한 결과를 가져오죠. 과거 기업을 지배했던 낡은 규칙은 이제 기업을 넘어 사회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새뮤얼슨 부소장은 “기업은 인적자원 관리 차원에서 직원들의 생산성만큼이나 그들의 자유와 복지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면서 “직원들은 소비자와 가장 근접하기 때문에 기업의 ‘꼬리 위험(발생할 가능성은 작지만 일단 발생하게 되면 자산 가치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을 파악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델타항공(Delta Airlines)’ 사태를 소개했다. 델타는 2005년 파산 당시 심각한 보수 삭감을 받아들여야 했던 조종사와 승무원들을 위해 ‘이윤 분배 제도’라는 보상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윤 분배 제도를 통해 지상 근무자를 비롯해 승무원과 조종사, 사무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델타의 전 직원은 밸런타인데이에 이윤의 일정 비율을 상여금으로 지급받는다. 구성원들의 의기투합으로 델타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항공 산업이 큰 타격을 받기 전인 2019년 델타의 이윤분배액 규모는 13억달러(약 1조5400억원)에 달했다. 5년 연속 연분배액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넘기기도 했다. 델타사 직원들에게 분배된 상여금은 급여의 약 14%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새뮤얼슨 부소장은 “델타야말로 ESG 경영 측면에서 우수 기업으로 꼽을 만하다”고 했다.

반대로 직원들의 목소리를 무시해서 위기에 직면했던 기업도 있다. 몇 해 전 구글에서 발생한 ‘미투 스캔들’로 전 세계 구글 직원들이 파업했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8년 11월 1일 오전 11시. 구글 직원 2만여 명과 전 세계 계약 업체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여직원을 성희롱한 임원의 퇴직금 협상이 9000만달러(약 1100억원)로 타결됐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다. 문제가 된 임원은 이른바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라 불리는 앤디 루빈이었다. 당시 구글 파업은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본사는 직원들이 내건 요구의 일부를 조용히 받아들였다.

“기후행동을 촉구하려 아마존 직원들이 제프 베이조스를 압박한 사례도 있어요. 2019년에 ‘기후 정의를 위한 아마존 직원들(AMZN for Climate)’이라는 네트워크가 제프 베이조스 CEO와 이사회에 매우 적극적인 기후 행동을 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을 모아 협상의 카드로 활용했습니다.” 새뮤얼슨 부소장은 “오늘날 직원들은 기업에 가장 강력하게 책임을 묻는 존재”라며 “이들은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새로운 규범을 경영의 우선순위에 연결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스테이크홀더’를 잡아라

기존의 경영 규칙은 기업의 ESG 경영 전환을 방해한다. 새뮤얼슨 부소장은 “비즈니스 생태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거시적인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당장 대학생들이 배우는 경영학 수업의 내용만 봐도 기업의 목적이나 그들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는 이전과 다르다”고 말했다. 낡은 규칙들을 버리는 게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10년간 ESG 경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돼왔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새뮤얼슨 부소장은 “접근성이 좋은 소셜미디어(SNS)가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회 불평등, 기후 위기 등 소비자들의 관심사를 경영진들도 고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SG 경영의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실행 가능성은 또 다른 문제다. 자본이 풍부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이 현실적으로 ESG 경영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ESG 경영은 모두에게 윈-윈”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기후나 불평등, 인종·인권 등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중심으로 경영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고 말했다.

새뮤얼슨 부소장은 기업들의 ESG 경영을 유도하는 NGO와 시민사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하기 위해서 CEO들은 ‘스테이크홀더(이해관계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과 이해관계에 있는 NGO와 시민단체들은 ‘ESG 감사’에서 나타나지 않는 조세 회피, 로비, 주식 환매 등의 사각지대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기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SG 경영의 핵심은 ‘대화’입니다.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기업이 먼저 직원, NGO, 시민 등에게 대화와 참여를 요구해야 합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김수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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