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도움 받은이가 또 도와… 감동 스토리가 ‘선순환’ 만들어

삼성카드의 사회공헌 활동

기자는 간단한 실험을 해봤다. 오며 가며 만나는 기자들에게 “1887년 3월 3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반응을 기다렸다. 평소에 호기심 많다고 소문난 사람들이지만 대부분 ‘리플’을 달지 않았다. 무관심하게 지나가려는 기자들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이 처음으로 만난 날이 언제인지 아세요?” 무관심하게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돌렸다.

우리는 ‘1887년 3월 3일’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이 만난 날’엔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1887년 3월 3일은 헬렌 켈러의 영혼의 생일로 우리에게 기억된다. 스토리(story)가 숫자에 영혼을 입힌다.

삼성카드는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모 방송사의 퀴즈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도전 정신을 고취하고 국제적 소양을 갖춘 차세대 리더를 육성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취지에 맞게 그 지원 내용도 퀴즈프로그램에서 우승한 학생에게 대학 등록금과 해외 배낭여행 연수비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립했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77명이 대학등록금과 배낭여행 연수비를 받았고, 305명이 장학금을 받았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숫자에 불과했다. 퀴즈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청소년들의 도전 정신을 고취하고 차세대 리더를 육성하자’는 본 취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삼성카드의 사회공헌사업에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시작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출발은 퀴즈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학생들이 모임을 갖게 되면서부터다.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인연인데 얼굴이나 보자며 시작했던 모임이 어느 순간, 자원봉사를 벌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삼성카드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계절 캠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것이, 지금은 매주 금요일 5명의 학생이 종합사회복지관에 찾아가 2시간씩 4~6학년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지도하게 됐다.

“모임이 결성된 지 올해로 벌써 10년째가 돼요. 10년 동안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이왕 퀴즈 프로그램에 나왔던 사람들 모임이니 아이들 공부를 도와주는 데 초점을 맞춰보자는 합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더라고요.”

이종갑 객원기자
이종갑 객원기자

임희섭 학생(연세대 4·사진)은 자원봉사를 하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공부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저희들이 공부를 잘하니까,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전달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가르치다 보니 더 중요한 문제가 있더라고요.” 아이들의 집안 형편도 어렵고 학력 수준도 많이 떨어져서인지, 공부에 대한 의욕도 없고 세상에 대한 태도도 아이답지 않게 부정적이었던 것이다.

“초등학생 때는 보통 말도 안 되는 꿈들을 많이 갖잖아요. 그런데 우리 공부방 아이들이 그런 꿈이나 의욕 같은 게 별로 없어서 한동안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였을까, 이제는 아이들의 학습 교사 역할뿐만 아니라 멘토 역할도 노력 끝에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전개는 삼성카드로서는 예측하기 힘든 것이었다. 퀴즈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저소득층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나 보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 “나는 퀴즈프로에서 우승하진 못했지만 너라면 할 수 있어. 도전해봐”라고 아이들을 격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도의 내용도 단순 학업 지도에서 멘토링의 차원으로까지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본 삼성카드는 자신들의 사회공헌사업이 퀴즈프로그램 지원으로 끝나더라도, 그 효과는 더욱 강력하고 오래도록 지속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에 영감을 얻어 아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제작했다.

몇 차례의 광고를 통해 삼성카드의 후원으로 촉발되었던 변화들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자, 삼성카드의 사회공헌 사업에도 변화가 생겼다. 삼성카드가 벌이는 또 하나의 사회공헌 사업인 ‘사랑의 펀드 기부’가 점차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랑의 펀드는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 꿈을 키우기 위해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모금 프로젝트입니다. 고객들의 참여가 필요한 부분에서 고객들이 응답하기 시작한 것이죠. 삼성카드의 사회공헌 사업에 거대한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요.”

삼성카드 사회공헌 담당인 서미진(37) 과장은 삼성카드의 사회공헌 사업이 점차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 선순환 구조의 중심에는 10년간의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과 스토리텔링이 있다.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과 이를 뒷받침하는 감동적인 일련의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가슴에 영감을 전달한다.

고객은 자신이 삼성카드를 사용함으로써 삼성카드가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리게 될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나 자신이 사용한 카드가 누군가의 꿈과 도전을 지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귀가 번쩍 뜨인다. 그것이 이야기의 힘이고, 누구나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착한 마음’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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