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한반도를 푸르게… 국내 첫 대북 지원 전용 양묘시설 만들어져

‘한반도의 70%가 숲으로 이뤄졌다’는 통계는 이제 옛말이 됐다. 산림청 임업연계통보(2016)에 따르면, 1910년 당시 70%였던 한반도의 숲은 2015년 52%로 줄어들었다. 지속적인 나무 심기와 숲 가꾸기를 해온 우리와 달리, 북한 지역의 산림 황폐화가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 20년간 매년 여의도 면적의 430배에 달하는 12만7000㏊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크낙새, 반달가슴곰 등 70여종의 야생 동식물도 덩달아 멸종 위기에 놓였다. 녹색댐 기능이 약화돼, 우리나라도 임진강 범람 등 피해를 겪고 있다.

화천 미래숲 양묘센터는 묘목의 양육뿐 아니라 시민들의 양묘 체험 공간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사진은 양묘센터에서 소나무 묘목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어린이들. ⓒ생명의숲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협력해 국내 최초로 대북 지원 전용 양묘생산시설을 만들었다. 이른바 ‘화천 미래숲 양묘센터’다. 북부지방산림청, 생명의숲, 유한킴벌리가 2014년부터 DMZ(비무장지대) 일원과 북한의 산림 황폐지를 복구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 지난달 12일, 강원도 화천 간동면에 위치한 ‘화천 미래숲 양묘센터’에선 완공식 및 센터 투어가 이뤄졌다. 김재현 산림청장, 이미라 북부지방산림청장, 마상규 생명의숲 공동대표,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등 50여명이 참석, 현장을 둘러봤다. 1.1㏊에 달하는 이곳 양묘센터에선 소나무 묘목 15만본이 온실에서 자란다. 연간 45만본까지 생산할 계획. 주요 수종은 북한 생태 환경에 적합한 소나무, 낙엽송, 상수리나무, 자작나무, 쉬나무 등으로, 2019년부터 매년 봄 묘목이 식재될 예정이다.

“온실을 두 손으로 힘껏 밀어보세요. 지지대가 휘청거리지 않고 단단히 서있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이 특수 제작된 온실 덕분에 초속 30㎧의 바람, 눈 50㎝에도 끄떡없죠.”

화천 미래숲 양묘센터에서 소나무 묘목을 화분에 옮겨 심고 있는 어린이들. ⓒ생명의숲

윤택승 생명의숲 남북산림협력위원회 자문위원이 양묘센터의 온실을 설명했다. 완공식에 맞춰 이곳에 초대된 20여명의 화천 지역 어린이들은 온실 곳곳을 둘러보며 윤 위원의 설명에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사리손으로 직접 묘목을 심으며 “작은 나무가 어떻게 큰 나무가 되느냐”며 신기한 듯 질문을 하기도 했다.

화천 양묘센터의 실무 책임자인 김승순 생명의숲 팀장은 “최대한 많은 묘목을 기르면서도, 에너지 보급률이 매우 낮은 북한을 염두에 두고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전자동으로 운영하는 대신, 반자동으로 설계해 인력을 더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추운 북한에서 지열을 이용해 묘목을 기를 수 있도록 묘목의 위치를 낮춰 바닥에 붙어있도록 했다.

양묘센터 온실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 묘목들. ⓒ생명의숲

지난 30여년 동안 유한킴벌리에서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 사업을 이끌며, 2000년대 중반부터 2009년까지 북한 숲 조성에 나섰던 최찬순 CSR팀장(사회책임그룹리더)은 “예전에 금강산 지역에 직접 가서 식재 지원 사업을 했는데, 비교적 관리가 잘된 산림 지역을 방문했음에도 산림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국토의 80%가 숲이었던 북한은 땔감 채취와 벌채, 농지 확장 때문에 지금 41.8%만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정부-기업-NGO 등 3자의 파트너십이 효과를 발휘한 사례 중 하나다. ▲전문가 자문그룹 구성 ▲양묘센터 조성방안 연구 및 기본계획 수립 ▲공동 산림사업 협약 체결 ▲기반시설 구축 ▲양묘센터 조성 등 단계별 협업을 거쳐 사업이 진행됐다. 올 상반기 사업비만 6억여원. 앞으로도 매년 2억5000만원의 센터 유지 및 관리 비용이 투입 등 향후 운영 계획까지 마련해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되도록 했다.

김재현 산림청장, 마상규 생명의숲 공동대표,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등 양묘센터 완공식 참석자들이 기념수에 흙을 뿌리고 있다. ⓒ생명의숲

최찬순 유한킴벌리 CSR 팀장은 “일단 묘목이 식재 가능한 길이인 22㎝ 이상 자라면 북한으로 보내 심는 것을 제1의 과제로 삼고 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출입이 통제되어 산불이나, 산사태, 군사작전시설 등으로 훼손된 산림이 복원되지 못하고 있는 DMZ 일대와 경기·강원도 북부의 북한 접경 지역에 식재하는 것도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순 생명의숲 팀장은 “인도적 지원을 넘어 ‘한반도 산림 황폐지 복구’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해 나가는 개발 협력의 대상으로 북한을 보고, 함께 복구 사업을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모든 설비의 사용 방법과 양육 노하우 등 북한 자체적인 산림복원 역량강화를 위해 양묘생산 매뉴얼도 발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문센터 등을 만들어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것도 주요 목표 중 하나다. 최찬순 팀장은 “연간 400명의 어린이·청소년 포함 시민들을 대상으로 탐방 및 양묘관리 자원활동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면서 “춘천 생명의숲과 연계해 양묘센터를 둘러보고 직접 나무를 심고 관리하는 체험을 통해, 숲 조성의 필요성과 한반도 생태 환경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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