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난치병 어린이들의 희망 행진… “편견은 버리고 관심 주세요”

희귀난치성질환의 날 걷기대회

지난 토요일, 청계천에서 열린 ‘희귀난치성질환의 날 기념 걷기대회’에서 열여덟 살의 진성선, 진은선 쌍둥이 자매를 만났다. 청계천도 처음이고 차를 탄 것도 처음이라는 자매는 “오늘 집에 늦게 돌아가면 좋겠다”며 잔뜩 기대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청계천에 꼭 한 번 와 보고 싶었거든요. 기대 많이 하고 왔는데 비가 와서 속상해요. 그래도 모처럼 나온 건데, 이것저것 다 보고 갈래요.”

처음 청계천 나들이에 나온 진성선, 은선자매가 한벗재단 직원들과 활짝 웃고 있다. 한벗재단 및 한벗재활공학센터는 이날 자매의 외출 활동을 전폭 지원했다.
처음 청계천 나들이에 나온 진성선, 은선자매가 한벗재단 직원들과 활짝 웃고 있다. 한벗재단 및 한벗재활공학센터는 이날 자매의 외출 활동을 전폭 지원했다.

‘저녁 늦게까지 실컷 놀고 싶다’는 모습은 영락없는 10대 여학생이다. 그러나 예쁘고 고운 얼굴과 달리, 두 자매의 팔다리는 너무 가늘고 힘이 없다. 자매가 앓고 있는 병은 ‘샤르코-마리-투스병'(Charcot-Marie-Tooth disease). 인구 25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대표적 희귀난치성질환 중 하나다.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으로, 신경장애가 발생하고 근육이 위축되면서 점차 걷지 못하게 된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외출은커녕 일상생활도 어려워진다.

그렇지만 몸이 불편한 것, 생활이 불편한 것보다 더 힘든 것은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이다. “몸이 불편한 건 차라리 괜찮은데, 사람들의 시선이 제일 힘들어요. 오늘 아침에도 몇 번을 고민했어요. 분명히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쳐다볼 테니까요. 이런 행사를 통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겠지만, 조금씩 사람들의 인식과 시선이 나아지면, 따뜻해지면 좋겠어요.”

이처럼 희귀·난치성질환자의 자신감과 자존감 향상 및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주최), 한국 희귀·난치성질환협회(주관) 등이 이날 행사를 마련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정봉은 상무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해 관심과 긍정적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행사 취지를 밝혔다.

시민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기 위해, 행사장 곳곳에는 직접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기부존 및 환아와 10개 생명보험사 CEO가 함께 찍은 사진전, 페이스페인팅, 핸드페인팅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부스 등도 마련했다. 청계광장에는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고대구로병원이 마련한 희귀·난치성질환 의료지원사업에 대한 상담 부스, 한벗재활공학센터에서 마련한 학습용 보조기기 지원사업에 대한 상담 부스 등도 운영되어 희귀·난치성질환자 및 가족에게 좋은 정보 및 도움도 주고자 노력했다.

삼성·동양 등 주요 생명보험사 임직원들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봉사자로 참여한 삼성생명 이성천 부장은 “오늘 걷기대회에서 희귀·난치성질환자 분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았다”며 “평소 운동하기 쉽지 않았는데, 오늘 봉사도 하고 운동도 한다”며 웃었다. 이 부장은 “개별 회사에서 진행하는 사회공헌활동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렇게 한 업종의 회사들이 연합해 사회공헌활동을 펼친다는 것은 업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 달성뿐만 아니라 사회공헌활동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이며 “앞으로 이런 연합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한편,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이번 행사를 포함한 인식개선 사업뿐만 아니라 의료비 지원사업도 펼친다. 전국 30여 대학병원과 협력해 희귀·난치성질환자에게 1인당 연간 최고 200만원까지 수술비와 외래진료비, 재활치료비, 희귀의약품구입비 등을 지원한다. 자세한 내용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홈페이지(www.lif.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지원신청은 협약 병원의 사회복지팀을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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